여러분은 자기 모습을 사진에 담는 걸 좋아하시나요? 저는 좀… 꽤… 상당히…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새로 맡게 된 책이 자기 사진을 찍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잘 만들 수 있을지 덜컥 걱정이 되었어요. 그런데 원고의 맨 처음이…? "나는 사진 찍기를 싫어한다. 내 사진을 찍고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녹음된 내 목소리를 다시 듣는 것만큼이나 어색하기 짝이 없다. 왜 자기 사진을 찍는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나'를 찍는 동시대 여성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여성과 사진 기술의 관계를 탐색하는 『빈틈없이 자연스럽게』입니다. 이 책의 저자 황의진은 바로 위에서 소개했듯 '젊은 여성'임에도 사진 찍기를 즐기지 않는, 오히려 싫어하는 인류학자인데요. 또래 여성들이 왜 그렇게 자기자신을 찍는지, SNS에는 왜 그렇게 공을 들여 업로드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당사자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자기 사진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자기 모습을 남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끈질기게 묻고 들으며 이들이 '좋아서 찍는 사진' 속에 녹아든 즐거움과 재미, 슬픔,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악용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세심하게 읽어냅니다.
표지를 어떻게 잡으면 좋을지 처음부터 디자이너와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나요.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니 실사가 들어가면 좋겠지만 ①상업사진 분위기가 나면 안 되고 일상의 한순간을 담은 자연스러운 사진일 것, 그러면서도 ②'갖고 싶다'는 생각이 대번에 들 만큼 매력적일 것. ③한국인, 최소한 동양인일 것. 이 세 조건을 충족하는 사진은 쉽게 나타나주지 않았고, 나중에는 편집부도 함께 이미지 사이트를 뒤지게 되었어요. 그렇게 끙끙대며 며칠을 보내다 마침내 찰떡같이 어울리는 한 컷이 나타났는데요, 그 이야기를 디자이너에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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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이 책의 탐구 대상인 SNS에 자기 사진을 올리는 여자 중 하나입니다. 20대 초반에는 프로필의 제 사진을 일주일에 몇 번씩 바꾸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SNS에 제 셀카를 올리는 것이 어색해졌어요. 올릴 때도 배경색을 깔고 그 위에 아주 작게 얹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점점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나도 자연스러운 내 사진들을 잔뜩 갖고 싶다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인물이 나오는 사진들을 좋아합니다. 표지 사진의 작가분은 종종 인스타그램에 지인들의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데 분위기와 인물의 표정들이 흥미로울 때가 많았어요.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장면을 잘 포착해서 평소에 재밌게 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책의 내용에 딱 맞는 '2030 한국 여성의 즐거운 시간을 포착한' 사진이 있었고. 이 사진이 작가님의 SNS에 포스팅되었기에 제가 발견했다는 점 또한 저에겐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한 가지 소개해보자면, 사진의 주인공께 "표지에 얼굴이 확대되어 들어가는데 괜찮을까요?"라고 여쭤봤는데(원본 사진은 전신이 다 나오는 사진입니다.) '책에 쓰이는 것이 재밌다'며 좋아해주셨어요. 저는 자칭 샤이걸로, 제 얼굴이 표지에 들어간다면 부담스러워서 어렵다고 답할 것 같아 매우 떨리는 마음으로 회신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내 사진'에 대한 태도가 각자 다르다는 것도 책에 걸맞은 일화라는 생각이 들어 책타래에서 얘기하고 싶었어요.
사진이 찍히는 순간을 함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는 그래픽을 사용했습니다. 제목은 박스에 넣어 어떻게 보면 초점을 잡는 것 같기도, 빈틈이 없는 것 같기도 한 중의적인 뉘앙스를 주고 싶었습니다.
디자인 후기를 쓰며 빈틈없이 자연스러운 사진을 갖고 싶다―라는 모순적이지만 실현 가능한 욕망이 또 스멀스멀 피어오르네요. 여러분은 '내 사진'을 어떻게 다루고 계신가요?―디자이너 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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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용 허가를 기다리던 때는 정말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습니다. 거절의 답이 돌아올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책에 그 이유가 언급되어 있다. "따라서 여성 촬영자는 자신의 일상 사진이 누군가의 눈요깃거리가 될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체득한 피사체이기도 하다. 촬영자이자 피사체로서 젊은 여자들은 일상 사진에 내재한 위험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상기한다."(90쪽) 그리고 담당 디자이너가 그랬듯 저 역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나라면? 아마 높은 확률로 거절했을 거예요. 그리고 그것은 제가 평소 스스로의 사진/이미지와 맺고 있는 관계와 무관하지 않을 테고요.
나는 왜 사진 찍기를 싫어하게 되었지? 제가 작업 과정에서 마주했던 이 질문을 포함해, 이 책은 저자가 여러 젊은 여성들 만나며 던졌던 질문들을 결국에는 읽는 사람에게 돌려줍니다. 그러면서 각자가 사진과, 사회와 맺고 있는 관계를 생각해보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들고요. 나는 왜 사진을 찍는지, 찍기만 하고 공유하지 않는다면 왜인지, 애초에 찍는 것도 싫다면 그건 또 왜인지. 사진 찍기를 좋아하시나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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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하나하나까지 잊지 않기로 맹세한,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로 눈물로 서약한, 너무 사랑한 나머지 증오할 수밖에 없는 그런 책이 있으신가요? 혹은 혜성처럼 나타나 삶을 뒤흔든, 그 만남을 필연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내 전부를 바치고 싶은 그런 책이 있으신가요?
사소해도 좋습니다. 나의 지적 허영을 달래주는, 서문만 읽고도 바로 사랑하게 된(그럼에도 아직도 완독하지 못한), 단 한 문장이라도 읊조리게 되는 여러분의 인생책을 5월 6일(월)까지 알려주세요. 세 분께 반비의 신간을 보내드립니다.
"책은 시간의 시험을 뛰어넘으며 장거리 주자임을 입증했다. 우리가 혁명의 꿈에서 혹은 파국적 악몽에서 깨어날 때마다 책은 거기에 있었다. 움베르토 에코가 지적하듯이 책은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갈대 속의 영원』,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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