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브룩-히칭, 최세희 옮김, 갈라파고스, 2024
책에 관한 책, 책의 무덤에서 헤매는 책, 기이하리만치 책을 파고드는 책에는 언제나 눈길이 갑니다. (조금 무게를 잡자면) 이 일을 업으로 삼은 만큼, 그런 책에 끌리는 것은 숙명 아닌 숙명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상한' 책이 한 권도 아니고 여러 권 소개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은 것 역시, 숙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 마음을 끄는 것은 목차입니다. “살과 피로 만든 책”, “출판 사기”, “제목이 이상한 책” 등등. 괴짜들의 “기이하고도 저속한” 사랑을 엿볼 생각에 벌써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참고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에 관한 책은,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만화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입니다. 『갈대 속의 영원』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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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폴리, 이재경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4
구독 중인 뉴스레터에서 책이 나왔단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저는 세라 폴리를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친부를 찾아나선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작품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합니다. “본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이야기라기보다는 혼돈이라 할 수 있다.” 기꺼이 혼돈을 들여다보기로 한 그 담대함에, 가장 사적인 이야기가 가지는 위태로운 위대함에 홀린 듯 영화를 본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을 통해서 가장 최소한의 경계인 몸으로 복기하는 위태로운 기억들에 어떻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인지, 이 과정 속에서 ‘이야기’가 가지는 힘과 가능성은 무엇일지 탐구해보고 싶어요. 더불어 역시나 캐나다 아역배우 출신인 엘리엇 페이지의 『페이지보이』와도 연결해 읽을 구석이 많을 것 같아 더욱 기대가 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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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잉골드, 김현우 옮김, 가망서사, 2024
여러분은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살펴보는 출판사가 있나요? 제게는 가망서사가 그런 출판사 중 한곳이에요. 다채로운 몸과 마음, 연약한 가능성을 사려깊게 경청하는 가망서사의 책들을 통해, 제 안에 굳어버린 어떤 부분에 균열을 내고자 해요. 가망서사의 다섯 번째 책은 인류학자 팀 잉골드의 『조응』입니다. 오늘날의 생태 위기가 “인간이 조응하는 법을 망각했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 하에서 글들을 엮어낸 에세이라고 하는데요. 예년과 같지 않은 날씨를 통해 위기를 체감하는 요즘, 더불어 인간의 개발로 인한 존재들의 사라짐이 너무나 당연시되는 요즘, 이런 소식에 익숙해지지 않고 생태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스스로를 일깨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게다가 “추상적 담론에 갇히”지 않는, “구체적 언어로” 풀어낸 이야기라니 더 궁금해져서, 냉큼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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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체크를 하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두 권의 책이 나와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지금까지 제법 있어왔지만, 노동 담론 속에서도 ‘남성적 노동’으로 형상화되던 일터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이제야 제대로 들려오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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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황지현 사진, 한겨레출판, 2024
『나, 블루칼라 여자』는 화물차 기사, 용접사, 건설현장 반장, 레미콘 기사 등 이제껏 남성들이 차지해온 영역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책입니다.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 이미지에 실린 인터뷰이들의 사진을 보는 순간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진에 담긴, 대부분 중노년인 이들의 얼굴과 몸은 여성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에 통달한 베테랑이기도 하고 별난 것 없는 하루하루의 일을 해나가는 노련한 노동자이기도 했습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제게도 스스로의 육체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이들에 대한 경외가 있는데요. 제가 모르는 ‘일 세계’를 엿보고 싶다는 마음에서라도 빨리 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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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그루·박희정·이은주·이호연·홍세미,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기획, 코난북스, 2024
한편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는 조선소 여성노동자들의 구술을 엮은 책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가장 거대한 산업 중 하나였던 조선소 현장에서 여성이 일하지 않은 적은 없었는데도, 이곳 역시 여성 노동이 보이지 않던 대표적인 현장이었습니다. 『나, 블루칼라 여자』가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담아냈다면, 이 책은 보다 구체적인 현장(거제 한화오션, 진해 케이조선)에 집중해 조선업과 여성 노동자들의 생애가 얽혀온 과정을 들여다봅니다. 몇 년 전 읽은 미국 철강노동자 여성의 책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도 떠오르고, 산업구조의 큰 변동을 맞이하고 있는 한국 사회라는 측면에서도 귀 기울여 들어봐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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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데이비스, 서제인 옮김, 에트르, 2024
글을 쓰고 또 만지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글쓰기’에 대한 책은 항상 읽을 책 목록에서 후순위로 밀리곤 해요. 늘 하고 있는 일이다 보니, 글쓰기보다는 다른 공부가 더 시급하다고 느껴서일까요? 그래서 장바구니에 담아둔 채로 아직 읽지 못한 글쓰기 책이 항상 쌓여만 갑니다. 그렇지만 『형식과 영향력』은 조만간 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 책이에요. 첫째는 ‘미국 최고의 산문 스타일리스트’ 리디아 데이비스라는 저자 이름 때문, 둘째는 이 책의 다음 대목 때문이었는데요.
“독창적인 작가가 되고 싶다면 자신을 갈고닦고,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만들고, 공감 능력과 다른 인간 존재들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고, 그런 다음 글을 쓸 때는 당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말하라.”(256쪽)
어떻게 보면 아주 상투적인 말이겠지만, 누구보다도 독창적인 작가의 입에서 나오는 ‘독창적인 글을 쓰고자 한다면, 독창적인 글쓰기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진실을 말하라’는 문장은 남다른 울림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글쓰기 자체’에 관해 읽고 공부하기에 딱 맞춤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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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오월의봄, 2023
드디어! 반비에서 맡은 첫 책의 데이터를 지난주 인쇄소에 넘겼습니다. (첫 마감☆) “젊은 여자들은 어째서 자기 사진을 열심히 찍을까? ‘나’를 찍는 그들은 나르시시스트일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해 여성과 사진(기술)의 관계를 파고드는 문화비평서인데요, 사진가처럼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렌즈를 돌려가며 때로는 지근거리에서 눈앞의 대상에 초점을 맞추고, 때로는 전체를 조망하며 광대한 풍경을 담아내는 노련함과 성실함이 돋보여 편집하는 내내 즐거웠어요. 여기까지 읽고 작년 여름 소개된 『인생샷 뒤의 여자들』을 떠올릴 분들도 계시겠지요? 작업 내내 참고도서로 책상 한쪽에 자리 잡고 있던 이 책을 저도 오랜만에 들어 펼쳐봅니다. 열심히 제작 중인 신간과 함께 읽으면 어떤 대목이 새롭게 눈에 들어올지 기대하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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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앤의서재, 2022
그거 아시나요? 편집자들 사이에 신간 마감의 꽃말은 보도자료라는 말이 있답니다……라는 허위사실을 급조할 만큼 저는 보도자료 작성을 어려워하는 편입니다. 진짜 엄청 몹시 멋진 책의 빛과 잠재력을 내가 가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더해져서일 텐데요, 사실 보도자료뿐 아니라 독자가 있는 글을 써야 할 때면 그때껏 멀쩡하게 돌아가던 머리도 딱 멈춰버리는 기분이에요. 현실적인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 생각만 하며 긴 시간을 흘려보내다, 이제 정말 뭐든 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제목은 ‘마케터의 글쓰기’지만 책 소개를 보면 일을 하며 글쓰기로 소통이 필요한 모두를 위한 안내서인 것 같아요. ‘일하는 사람들이 실무적으로 쓰는 글이 문학적인 글과 크게 다른 점은 배워서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라는 문장에 기대감이 솟아나고 얼른 읽고 싶어집니다. 우선 새 책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부터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마무리한 뒤에… (이러다 또 미루면 안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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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 세미콜론, 2024
눈앞의 일을 마친 뒤 열일 제치고 읽고 싶은 책은 바로! 『있었던 존재들』입니다. 작년에 20년 이상 뉴욕시에서 사망 사건 현장감식관으로 일했던 여성의 미국 에세이를 검토한 적이 있는데요, 매일 죽음을 마주하며 들여다본 삶과 도시의 어둑한 이면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말 인상적이더라고요. 하지만 국내 작가가 우리와 밀착된 차원에서 경험을 나눠줄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의견을 동료들과 나누고 이 에세이는 서랍 속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원도 작가님의 『있었던 존재들』이 출간되었어요. 읽을 책 목록 상위에 올려둔 채 이런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시간을 보내다,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에 편집자님과 작가님이 출연하신 93화 에피소드를 듣고 결심을 굳혔습니다. 마감을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넘긴 뒤 이 책부터 읽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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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맞이 이벤트 🌸
반비 책타래에 바라는 점
반비 책타래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더 촘촘하고 세밀하게 타래를 엮어나가기 위해,
구독자 여러분이 책타래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해주세요.
추첨을 통해 반비 신간 1부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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