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상·이복연, REFERENCE BY B, 2019
한 해의 이때만큼 ‘첫’이 어울리는 시기도 드문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 ‘첫’을 만들고 계신가요? 달력 첫 페이지 걸어두기? 새해 첫 출근? 2024년 첫 장바구니 레터 열어보기? 제게는 이번 호가 2024년 첫 책타래 레터일 뿐 아니라 구독자에서 편집자로 바뀐 후 쓰는 첫 레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1일...*) 『일의 기본기』는 일하는 사람이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첫’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인데요, 새 일터에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제게 도움이 되어줄 내용이 많은 듯하여 장바구니에 담아보았어요.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를 따라 하다보면 나도 일잘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서요. 첫 출근은 ‘원래 있던 동료처럼’, 첫 커뮤니케이션은 ‘능숙하면서 신중한 외교관처럼’ 해야 한다는데요, 그렇다면 첫 레터는 어떻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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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리, 한지원 옮김, 윌북, 2023
편집자 얘기 하는 책에는 무조건 눈이 가는 편집자… 한편으로는 편집자 아닌 독자들도 이런 책에 관심이 있을지, 외부자로서 인사이드 조크를 구경하는 듯한 소외감을 느끼는 건 아닐지 늘 궁금한 (그리고 조금은 걱정도 되는) 편집자… 그럼에도 이 책은 꼭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한 편집자… ‘펭귄 출판사 편집장의 책 만들기는 멈추지 않아’라는 부제가 너무 귀엽고 멋지지 않나요? ‘편집 만세’라는 제목이 진짜 호쾌하지 않습니까? (원제가 ‘글은 어떻게 좋아지는가How Words Get Good’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 책을 내 정맥에 바로 주사하고 싶다!’라는 추천사에서 완전히 무릎을 꿇었습니다. 리베카 리 대선배님의 책을 어서 읽고 저도 함께 외쳐보고 싶어요. 편집 만세! 책 만세! 반비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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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남·심채경·홍민지·조소담·김예지·이연·추혜인·무과수·황효진, 창비, 2023
최근 많이 하는 생각은, 오직 기쁜 마음으로 “편집 만세! 책 만세!”를 외치기 위해서는 편집/책과 자연인의 내가 좋은 사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일 잘하는 법’만이 아니라 ‘잘 사는 법’까지 챙기는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보았어요. 제각기 다른 영역에서 일과 삶을 단단히 쌓아올린 선배들의 조언을 읽고 나면 [일] VS [일 아닌 삶]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제로섬게임을 계속하는 대신, 일과 내가 함께 풍요로워지는 윈윈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요.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해서 매일 외치고 싶습니다. 편집 만세! 책 만세! 반비 만세! 우리 존재 모두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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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돛과닻, 2024
지갑을 잘 잃어버리는 탓에 카드회사 상담센터 전화번호를 자주 검색하는데요. 그때마다 나오는 ‘야간’이라는 단어를 보고는 의아했었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소개글을 읽으며 뒤늦게 ‘야간’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어요. 바로 ‘심야’ 상담사에게로 연결되는 번호라는 것을요. 『깊은 밤의 파수꾼』은 15년차 심야 상담사가 노동을 하며 겪어온 일들에 대해 쓴 책입니다. 그간 나온 콜센터 노동을 다룬 책들 역시 인상적이었지만, 이 책은 제 고민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더욱 눈이 갔어요. 건강하게 오래 일하기가 힘든 시대에, 노동자로서의 자신을 자긍한다는 것에 관한 고민이요. 열악한 근무 조건을 고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환경 속에서도 “인간과 노동에 대한 존중과 신뢰의 태도를 잃지 않는 법”이 담겨 있다는 이 책을 읽으며 오래도록 노동자로서의 제 미래를 지속할 힘을 얻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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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프레베르, 김화영 옮김, 민음사, 2017
여러분의 새해 첫 영화는 무엇인가요? 2024년이 되고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제게 올해의 첫 영화이자 최고의 영화는 바로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오징어 노동조합」입니다. 열네 명의 프랑크들이 살던 곳을 떠나 ‘에이라’라는 이상적인 마을로 돈도 없이 무턱대고 향하는, 심드렁하게 유머를 내뱉는 하드보일드 로드무비지요. 이 영화는 보들레르와 자크 프레베르, 앙리 미쇼를 언급하면서 시작하는데요. 주요 등장인물인 프랑크가 극 중에서 읊은 대사가 바로 자크 프레베르의 시 「느긋하고 푸짐한 아침」의 일부 구절이었더라고요! “죽은 생선은 깡통이 지켜주고 / 깡통들은 진열장이 지켜주고 / 진열장은 경찰이 지켜주고 / 경찰은 공포심이 보호하지” 이 시의 전문과 프레베르의 다른 시들을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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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로페즈, 이승민 옮김, 북하우스, 2024
한때 북극의 황량하고도 차가운 풍경에 매료되어 알래스카로 여행을 떠나려 마음먹은 적이 있습니다. 비록 여행은 여러 사정으로 무산되었지만, 그때 읽었던 책이 바로 배리 로페즈의 『북극을 꿈꾸다』였어요. 관광객으로서는 경험할 수 없을 북극의 자연을 비서구적인 시각에서 써 내려간 책으로, 매일 밤 북극의 차가운 숨결을 상상하며 조금씩 읽어나간 기억이 납니다. 그 책을 다 읽은 뒤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보았지만, 한국에 번역·출간된 책은 『북극을 꿈꾸다』 한 권뿐이라 많이 아쉬웠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니 배리 로페즈의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무척 반가웠어요! 이번 책은 자연에 대해 쓴 산문이면서, 저자의 개인적인 삶이 담긴 회고록이라고 해요. 로페즈의 다른 책도 하루빨리 출간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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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팩슨, 김하현 옮김, 생각의힘, 2023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게 한 건 “무엇이 목숨을 걸고 타인을 지키는 선함을 가능케 하는가?”라는 질문이었어요. 저자는 1939년에서 1945년까지, 나치 점령으로 쫓겨온 수많은 난민을 위험을 무릅쓰고 수용했던 비바레리뇽 고원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마침내 이타심이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하는 아름다운 책이 나왔다.”(라리사 맥파커) “‘선해지기 힘들 때 선해지고자’ 하는 힘겨운 싸움에 걸맞게 투박하다가 우아하고, 어둡다가 희망을 주는 서정적인 책.”(《애틀랜틱》) 같은 추천사들도 마음에 와서 박혔는데요. 국내외적으로 화가 나고 절망적인 뉴스만 들려오는 와중에,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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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셴융, 김택규 옮김, 글항아리, 2023
함께 일하는 동료를 통해 알게 된 책이에요. 여러 사람이 모여 ‘올해의 책’ 등을 꼽고 이야기 나누는 모임에 다녀왔다면서, “그런데 이런 책들을 최애 책으로 뽑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베스트셀러나 널리 알려진 책이 아니라서) 신기했어요.”라고 말해준 책들 중 하나입니다. 동료가 보내준 링크를 열고 책 소개를 읽자마자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출판사 책 소개 중 일부를 옮겨볼게요.
타이완을 넘어 중화권 현대문학의 거장인 바이셴융의 『서자』가 출간 40년 만에 드디어 한국어로 번역·출간됐다. (……) 스스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홀로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하여 이 글을 쓴다.”라고 밝혔듯이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려진 타이베이의 젊은이들에 관해 묘사한다.
아칭, 샤오위, 쥐, 우민, 아슝 등은 타이베이의 신공원에서 양 사부를 중심으로 불법적인 지하 동성애 왕국을 조직하여 매춘을 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가정환경과 동성애 성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와서 타락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언제나 희망과 동경이 있다.
흥미로운 책을 알게 되어 기쁘다는 생각 한편으로, 이 책을 비롯해 정말로 다양한 책을 찾아 읽는, 다독하는 독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저 자신은 책 읽는 즐거움을 많이 잃어버렸다는 반성 아닌 반성도 들었어요.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재미있는 책을 만들 수도 있는 건데 말이에요. 2024년의 목표 중 하나는 그것입니다. 책 읽는 즐거움을 되찾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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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한국외대 HK+ 접경인문학 연구단 엮음, 소명출판, 2023
작년에 읽은 책 중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은 『슬픈 경계선』이라는 책이 있어요. 대만의 인류학자 아포가 오키나와, 조선족 자치구, 베트남, 한국의 휴전선까지 아시아에 그어진 ‘경계’들을 탐색하는, 여행기인 동시에 역사서인 동시에 에세이인…… 그런 책인데요. 자기 자신의 위치성을 잊지 않고, 스스로가 어떤 맥락 위에 서 있는지 아주 솔직하게 쓰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잡거와 혼종』은 『슬픈 경계선』으로부터 얻은 ‘경계’라는 키워드를 더 깊이 탐색할 수 있는 책일 것 같아서 담아보았어요. 기본적으로 학술서라 부담감이 있지만, 여러 연구자들의 글이 묶여 있기에 관심 있는 부분부터 읽어보려고요. 차례 일부를 소개하자면, 「“평양 로케이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는 사람들」(전우형), 「국경의 동요-20세기 초 미국의 동양인 이민자 박룡학 연구」(현명호) 등의 꼭지가 눈에 들어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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