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우치 아리오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2023
질병과 장애를 다루는 흥미로운 책을 꾸준히 출간하는 출판사 다다서재의 신간이에요. 저자가 선천적 전맹인 시라토리 겐지와 함께 일본 각지의 미술관을 방문하여 작품을 감상한 기록을 담은 책인데요. 시라토리 겐지는 동행하는 사람이 작품에 관해 시각적인 정보를 주면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보는’, 일종의 ‘대화형 감상’의 안내자입니다. ‘시각’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예술매체를, 일차적인 시각정보에서 배제되어 있는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감상했을지도 궁금하고, 또 그런 감상이 지금까지 굳어져 있던 감상법을 어떻게 해체하는지도 궁금해져서 담은 책입니다. 반비에서 작년에 출간한, 시각장애인 저자가 쓴 시각문화사에 관한 책 『거기 눈을 심어라』와 나란히 읽어보아도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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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성 지음, 어떤책, 2023
최근 인도네시아어 입문 수업을 들었어요.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주관하는 ‘특수외국어 배워보기’라는 사업을 우연히 알게 된 덕분이었는데요. 인도네시아어뿐 아니라 라오스어, 몽골어, 아랍어, 카자흐어... 등 총 20개 특수외국어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사업이에요. 커리큘럼에는 한국에 많이 자리 잡고 살고 있는 이주자들의 모국어가 많고, 실제로 그런 아주 실질적인 필요에서 수업을 듣는 분도 많았는데요.(가르치는 학생의 모국어를 배우기 위해 들어오신 선생님 등) 저는 그보다는 정말로 ‘취미’ 차원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지금 당장 실용적인 쓸모가 없는데도 외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뭘까, 스스로 물었을 때 답은 언어가 다른 문화로 건너가는 가장 좋은 통로가 되어준다는 점인 것 같아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하던 와중 알게 된 책이 (‘내 얘기잖아!’ 싶었던 제목의)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였습니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20년 넘게 머물면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상적 쓸모나 직업적 메리트와는 전혀 관계없지만, ‘마음에 품고 사는 다른 나라’ 이탈리아로 들어가는 문을 열기 위해서요. 바빠지면서 인도네시아어 공부는 잠시 손에서 놓게 되었는데, 꼭 같은 이유로 외국어를 배우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느껴보려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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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크램턴 지음, 이건학, 이재열 옮김, 푸른길, 2023
‘비판 지도학’이라는 낯선 분야의 책입니다. 역자 서문에 따르면, “이 책은 지도의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지도학적 불안’으로부터 시작한다. 바로 지도가 정치적 선동과 이념적 도구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안함이다.”라고 해요. 지도 또는 지도 만들기가 자본주의적 착취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고, 특히 테크놀로지 발전 및 데이터 감시와 결합한 지금의 새로운 위험에 관해서도 지적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다면 비판적, 저항적 매핑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던져본 적이 없는 듯해 이 책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불편한 시선”, “지도와 통치: 지도의 정치경제학”, “인종과 정체성의 지도학적 구성”, “공간의 시학: 예술, 아름다움, 상상력”... 눈에 띄는 목차의 몇 부분을 옮겨보았는데요. 이처럼 여러 측면에서 지도학에 접근하면서 ‘입문’하기에 괜찮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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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시마 린, 이지수 옮김, 2023
“주말 동안 혹은 쉬는 동안 무얼 하며 지내셨어요?”라는 흔한 질문에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답은 아마도 “누워 있었어요.”일 겁니다. 온종일 누워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늘 누워서 주말을 탕진한 뒤에는 일주일에 고작 이틀뿐인 휴일을 충분히 생산적으로 쓰지 못했다는 은근한 죄책감에 시달릴 때가 많습니다. 끊임없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생산성을 높이길 요구하는, 심지어는 휴식 시간에조차 부단히 자신을 갈고닦기를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 『이불 속에서 봉기하라』는 제목 자체만으로 장바구니에 집어넣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사회와 마찰을 느끼며 존재하고 있다면,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저항하는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갓생’ 너머의, 저항이 되는 ‘생존’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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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최측의농간, 2016
지난 10월, 친구들과 낭독회를 열고자 했습니다. 어떤 책을 낭독할까 고민하던 중, 함께 낭독회를 열기로 한 친구가 추천해줘서 알게 된 책입니다. 간결한 부제 ‘1953-1992’에서 드러나듯 짧은 삶을 산 이연주 시인의 시를(미발표작을 포함해) 모아두었다고 합니다. 목차에서 얼핏 보이는 매음녀와 행려병자, 백치여인 같은 단어에서 드러나듯, 착취당하고 소외된 “삼류”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을 그려낸 시들이 담겨 있습니다. 절판된 도서를 복간해 펴내는 “재출간 전문 출판사”인 ‘최측의농간’에서 나왔는데요. 언제나 시집은 늘 완독하지 못하는 저이지만, 이 책만큼은 완독하며 시 한 편 한 편이 그려내는 육체들을 읽어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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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 홍지영 옮김, 미디어버스, 2023
아주 먼 옛날(?) 지금은 사라진 광화문의 어느 영화관에서 영화 「도쿄 소나타」를 봤습니다. 인생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 영화의 감독이, 일본 호러영화의 거장이라는 것은 수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요. 대표작인 「큐어」나 텔레비전 드라마 「속죄」, 비교적 최근 영화인 「스파이의 아내」 등을 보며, 특유의 어둠과 그 인간 내면을 그려내는 방식에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시에 왜 이 부분은 이렇게 촬영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고요. 원래 이 책은 일본에서 2010년에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2004년부터 2009년 사이의 강연이 담겨 있는데요. 영화학도는 아니지만, 구로사와 기요시가 그려낸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학생의 마음으로 읽어보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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