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로모 산드, 김승완 옮김, 사월의책, 2022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다시 격화되면서 한국에서도 이례적으로 소식이 많이 알려지고 있는 걸 보다가 담은 책입니다. 유대인이자 이스라엘인인 역사학자 슐로모 산드가 이스라엘의 패권주의를 뒷받침하고 있는, 단일 민족국가로서 이스라엘이라는 신화를 해체하는 작업이라고 해요. 오랫동안 고난받은 일관된 민족의 이야기, 즉 ‘고향 땅을 빼앗기고 추방되었다 약속의 땅에서 유대인의 나라를 건국한 민족’이라는 이야기가 허구임을 밝히는 동시에, 민족이라는 개념이 한 사회 안에서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고 무엇을 은폐하는가에 관해 다루고 있기도 하다고 해요. 한국 역시 (물론 구체적인 맥락과 역사는 아주 다르지만)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아직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사회이니만큼 한국의 민족주의에 관해 생각해보며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
|
|
메건 오로크 지음, 진영인 옮김, 부키, 2023
궁금했던 책인데 번역 출간이 되었길래 담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병원을 전전해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아픈’ 병을 앓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딱 떨어지는 진단이 나오고 그에 맞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보다 그렇지 않은 병이 더 많은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작든 크든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지만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병은 인정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메건 오로크 역시 평생 정체불명의 병과 싸워왔지만 의사들로부터 도리어 ‘정신 상태’에 대한 의심을 받을 정도였다고 해요. 그러다가 그 스스로 이런 ‘보이지 않는 질병’의 이야기를 추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궁금해했던 이유는, 자가면역질환을 비롯해 이런 치료되지 않는, 모호한 질병을 앓는 사람들 중 특히 중년 여성이 많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현대 의학에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결코 평등하거나 대칭적일 수 없는데, 여성의 말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온 긴 역사까지 덧씌워지면서 사회 구조와 차별이 ‘믿을 수 없는 환자’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관심이 있었고요. 요즘은 관심 가졌던 책은 1, 2년 뒤면 대부분 한국에 번역되곤 하는데, 눈 밝고 손 빠른 편집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읽어보겠습니다. |
|
|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비채, 2023
대만 여행을 준비하다가 마주쳐 들춰보게 된 책입니다. 현대 대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18년엔 맨부커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한 우밍이의 장편소설입니다. 사라진 아버지의 자전거를 매개체로 하여, 이 자전거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현대 대만, 말레이반도, 북미얀마의 밀림 등 2차 세계대전 시기의 제대로 알려진 적 없는 역사로 이어지는 소설이라고 해요. 관심사와 닿아 있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리뷰들, 작가가 줄곧 읽는 즐거움을 강조해왔다는 점 등에 크게 끌리기도 했습니다. |
|
|
스즈키 이즈미, 최혜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3
이 책의 추천사를 쓰기도 한 평론가 윤아랑의 트윗을 보고 이 책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어요. 저자 스즈키 이즈미는 1949년에 태어나 1986년 자살해 서른여섯 해의 짧은 생을 살았습니다. SF를 중심으로 활발히 소설을 썼을 뿐 아니라 모델, 핑크영화 배우, 연극배우, 각본가로 활동하기도 했고요. 저자 소개를 보면 “신문, 잡지, 단행본, 영화, 무대, TV 등 거의 모든 미디어에 등장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그의 작품 세계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그의 컬렉션이 출간되었고, 2020년대에는 미국에서도 SF 작품집이 출간되었으며, 작가 사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도 소개된 것인데요. “너무 빨리 온” 작가, “독특한 감성”을 지닌 작가라는 평을 받는 그의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끝으로 이 책을 찾아보게 한 추천사를 옮겨볼게요. “나답게 산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일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여러분은 아마 자연스레 이런 질문으로 이끌릴 것이다. 자신의 기원으로부터 괴리된 (혹은 괴리됐다 느끼는) 이들의 강박과 불안을 집요히 파고들며, 스즈키 이즈미는 메마른 어투로 하지만 몹시 뜨겁게 증언한다. 나답게 산다는 건 참으로 고되고, 피로하고, 파괴적이며, 나아가 불확정적인 일이라는 걸 말이다.” |
|
|
영다이·위지영·키라라·애리·조율·황휘, 글항아리, 2023
팬데믹으로 많은 문화예술 행사와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던 때였어요. 국공립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문을 닫고, 많은 전시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던 때, 답답함은 커져갔고 왜 일상에서 예술이 필요한지를 절실히 깨달을 수도 있었어요. 이런 상황의 대안으로 온라인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기획들이 나왔지요. 그렇게 ‘집 안’에서 각종 전시와 공연을 보고 듣는 경험을 해보다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라이브를 통해 영다이(Yeong Die)의 공연을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영다이는 디제이, 프로듀서, 사운드 디자이너 등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인데요, 그의 음악 자체에뿐 아니라 소리를 만들어내는 영다이의 모습에도 반한 공연이었어요. 전자음악에 한 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어, 이후 영다이와 같이 언급되거나 공연하는 여성 전자음악가들을 찾아보았고요. 그런데 ‘여성, 전기, 음악’을 키워드로 한 책이라니! 영다이, 키라라, 황휘 등 음악과 소리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여섯 작업자들이 품고 있는 각자의 주제도 흥미롭습니다. 컴퓨터와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에 창작자이자 여성으로서 어떤 고민과 경험, 불안과 감정이 담겨 있을지 알 수 있는 기회일 것 같아요. |
|
|
하야시 아키코, 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 1994
술과 낭독이 함께 있는 모임에서 소개받은 책이에요. 돌아가면서 자신이 고른 책을 소개하고 한 대목을 낭독하는 식으로 진행되어요. 국내에 1994년에 출간된 하야시 아키코의 책도 그렇게 듣게 되었는데요. 은지와 푹신이의 모험을 들려준 동료가 어렸을 적 많이 좋아했던 책이라, 세월이 느껴지는 책의 면지에는 고르지 않은 어린아이의 글씨로 “푹신이”라고 적혀 있기도 했어요.(너무 사랑스러웠답니다!)
‘은지와 푹신이’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모두 눈물을 흘렸어요. 은지와 푹신이는 팔이 망가진 푹신이의 팔을 고치기 위해 모래언덕 마을에 사는 할머니 댁에 찾아가요. 둘의 동행을 응원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는데,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너무 애타고 슬퍼집니다. 은지와 푹신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이 생생하고 탁월하게 표현되어 있어 더욱더 몰입하게 되었어요. 어른이 되어서도 왜 그림책을, 아동청소년문학을 읽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저도 꼭 소장하고 싶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
|
|
에이미 스탠리, 유강은 옮김, 생각의힘, 2022
올해 추석 연휴에 무얼 하며 지내셨나요? 저는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오오쿠』를 드디어 읽었답니다. 서점이나 도서관 책장에 꽂혀 있는 걸 종종 보기는 했지만 역사물이라는 이유로 어쩐지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요. 낯설고 긴 직위명에 정신을 못 차리던 것도 잠시, ‘쇼군이 여자라면’이라는 SF적인 설정에 홀린 듯이 전권을 읽고 말았답니다. 다 읽고 나니 궁 안을 거닐며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암투하던 사람들뿐 아니라, 아닌 궁 밖에서 가난과 곤경에 맞서 끈질기게 분투하며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장바구니에 넣은 책은 『에도로 가는 길』입니다. 에도시대의 하층 여성 ‘쓰네노’가 남긴 수많은 편지를 바탕으로 그의 삶을 구성했다고 해요. 복작이는 19세기 도시의 한복판에서 시대의 당위를 거부하며 삶을 꾸려온 여성의 삶에 푹 빠져보고 싶어요.
|
|
|
카트린 하르트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2018
얼마 전 ‘친환경 탄약’에 대해 듣게 되었어요. 1년 전에 쓰인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분쟁이 잦은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로 주로 수출되는 탄약으로 납 성분을 제거해서 숲을 망가뜨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방산업체들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디펜스 드론, 전기 배터리를 이용한 다목적 무인차량 등을 이용해 친환경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데요. 환경을 보호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하는 그린워싱 마케팅이 어느 수준에 다다랐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사례라고 느꼈습니다. 전쟁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어도 그린워싱의 사례는 가까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책 『위장환경주의』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네스프레소의 커피 캡슐처럼요. 재활용된다고 홍보하지만 처리와 수거를 고객에게 전가하고, 그 처리 과정마저도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위장환경주의』는 이처럼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해 끊임없이 탐욕을 채우는 다국적 기업과 일부 NGO의 민낯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분석”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기후정의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싶습니다.
|
|
|
메도루마 슌, 박지영 옮김, 소명출판, 2023
일본인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일본에서 열린 집회 중 많은 사람이 참여한 집회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친구는 오키나와에서의 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었다고, 미군기지 문제에 오키나와 사람들은 여전히 저항하고 있다고 답해줬습니다. 헤노코 미군기지 반대 투쟁 역시 오키나와에서 열린(열리고 있는) 시위 중 하나로, 오키나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메도루마 슌 역시 이 운동에 참여하며 투쟁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글을 발표해 왔습니다. 『얀바루의 깊은 숲과 바다로부터』는 작가이자 활동가인 그가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쓴 글을 묶은 책으로, 일본과 미국의 군사주의에 대한 비판과 오키나와인들의 저항 정신이 담겨 있다고 해요. 이 책을 통해 풍광이 아름다운 휴양지로만 여겨지던 오키나와를 제국주의와 전쟁의 상흔이 남은 곳으로 다시 사유하고, 투쟁 전략으로서의 글쓰기를 배우고자 해요.
|
|
|
반비banbi@minumsa.com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1길 62 강남출판문화센터 6층 02-515-2000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