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재, 교양인, 2021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번역 원고를 다루는 데에 큰 도움을 받은 책인 『번역의 탄생』 저자 이희재 선생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번역의 탄생』은 번역문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두 언어, 영어와 일본어에 물들지 않은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으로 옮기는 노하우를 제공하는 책이었는데요. 출발어와 도착어가 가진 각각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게끔 도와주었습니다.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번역의 모험』은 ‘문턱이 낮은 한국어’로 옮기는 법, 즉 독자가 편히 읽어내려갈 수 있는 문장을 만드는 데에 주안점을 둔 책이라고 해요. 반비는 올해 번역서를 많이 펴낼 계획인데요, 이번에도 신선하고 요긴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는 책입니다. ![]() 천정환, 서해문집, 2021 자살이라는 현상을 문화사회학적으로 들여다본 책 『자살론』의 저자 천정환 선생이 다시 한번 죽음에 관해 쓴 책입니다. ‘자살과 한국의 죽음정치에 대한 7편의 하드보일드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요, ‘열사’로부터 노무현의 죽음을 지나 연예인의 자살까지, 자살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현대 한국 사회를 바라봅니다. 여러 측면에서 점점 더 자살이라는 형태를 한 죽음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접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의 『죽음의 스펙터클』이 인용되는 것 같은데요, 현대 사회의 다중살인에 대한 비포의 분석과는 어떻게 맞물리고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 방준호, 부키, 2021 ‘몰락한 도시’ 군산을 다룬 르포르타주입니다.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가, 2018년 한국지엠 군산 공장이 운영을 중단한 후,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진 지방도시의 사람들은 어떤 삶의 경로를 밟게 되었는지 기록한 책입니다. 한국 사회의 지역 불균형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산업 구조와 인구 구성이 바뀌면서 더 심화하고 있는 지방도시의 문제를 예시해 보여주는 사례로서 군산을 살펴볼 수 있을 듯합니다. 개인들의 이야기를 기록함으로써 풀어간다는 점에서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같은 책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 비비언 고닉, 노지양 옮김, 글항아리, 2021 최근에 자전적 에세이와 회고록이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지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여러 주제가 에세이, ‘자기서사’ 장르에 다 흡수되어가는 건가 싶다가도, 뛰어난 작가의 잘 쓴 에세이를 만나면 모든 경계심이 풀어지는 것 같아요. 출판사는 비비언 고닉을 “회고록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될 만큼 자전적 글쓰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한 작가”라고 소개합니다. 이 책에서는 여성, 유대인, 도시하층민으로 뉴욕에서 살아간 작가의 ‘정신의 삶’을, 특히 엄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깊이 통찰한다고 해요.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이야기들을 무엇보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 풀어가는 아름다운 에세이 『멀고도 가까운』과 나란히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박소정, 컬처룩, 2022 문화연구자 박소정의 박사학위논문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에요. 이 논문의 요지를 소개하는 발표를 들은 적이 있는데 피부색이라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흥미진진했습니다. ‘K-뷰티’의 나라에서, 눈치나 재벌처럼 마땅한 번역어를 찾기 어려운 단어 ‘미백’을 향한 욕망과 실천에서 저도 자유롭지 못한데요. 미백이란 무엇인가 질문하고 미백을 인종, 성차와 관련해 분석하며 ‘피부색의 문화 정치’를 논하는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보려고 해요. ![]() 리처드 오벤든,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022 도서관을 테마로 한 책타래에도 썼듯, 도서관 이야기에 자주 마음이 두근두근하는데요. 영국의 주요 도서관 사서를 거쳐 오스퍼드대 보들리 도서관 관장으로 재직 중인 리처드 오벤든의 책이 출간되었어요.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부터 종교혁명 시기의 수도원 도서관, 현대 전쟁에서 공격받은 국가 도서관 등 책·기록물이 불태워진 역사를 돌아보며 책과 도서관의 존재 의의와 디지털 시대에서의 역할을 고찰하고 있습니다. '지식의 집적'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공격 대상이 되었던 도서관의 역사, 즉 사라지고 훼손된 책과 도서관을 통해 그 의미를 탐구한다는 아이디어가 매력적인 것 같아요. ![]() 유스티나 바르기엘스카 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오후의소묘, 2021 어떤 관계에 있는 두 여자의 이야기일까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두 여자는 엄마와 딸. 제 평생의 과제이자 양가적인 감정이 진득하게 붙어 있는 주제……. 새해부터 모녀 관계에 관한 책을 자꾸 담게 되네요. 『사나운 애착』에 이어, 보편적인 동시에 각각이 특별한 엄마와 딸이라는 이야기를, 흐미엘레프스카의 소묘적이면서 환상적인 그림으로 만나보고 싶어요. 이번 책타래 어떻게 보셨나요? |
책과 책을 잇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