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로운 책의 문턱을 넘어가며 쓴 첫 문장에 늘 만족하지 못한다. 여러 도서관을 둘러보며 노트가 흥분된 메모로 가득할 때, 합리적인 구실은커녕 말도 안 되는 구실조차 없으면서 마냥 기다려야 할 때, 나는 며칠을 질질 끌며 소심해진다. 그럴 땐 내 능력 밖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조, 유머 감각, 시적 표현, 리듬, 미사여구. 모든 게 거기에 달려 있다. 내가 써나갈 글들이 글을 시작하려고 골라둔 표현들의 묘판에서 태어나려고 애쓰는 게 어슴푸레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이젠 의심이 짐이 돼버린다. 나는 책을 쓸 때마다 출발점으로, 첫 경험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친 감정으로 돌아간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글쓰기란 우리가 글을 쓴 뒤에 무엇을 썼는지 발견하려고 애쓰는 일이라고 한다. 마치 발밑에 있는 바닥이 금이 가는 걸 느끼듯이 말이다.
사실 글을 쓰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시작하는 여타의 일들과 다를 게 없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 운전을 하는 일, 어머니가 되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처럼 말이다.
그 모든 의심과 고뇌 끝에, 지연과 핑계 끝에 7월 어느 날 오후 하얀 종이가 주는 고독과 마주했다. 나는 사냥감을 잡으려고 매복한 수수께끼 같은 사냥꾼들의 이야기로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치 내가 그들이 된 것 같았다. 그들의 인내, 극기심, 잃어버린 시간, 완만함, 추적의 아드레날린이 좋았다. 수년 동안 연구하면서 문헌을 찾고 자료를 수집하며 역사적 사료들을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증거가 있는 실제 역사는 너무나도 놀라웠고, 그 역사는 나의 꿈을 침범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폭력적이고 격렬한 고대 유럽의 길을 따라 책을 찾는 자들의 피부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들의 여행을 글로 쓰면 어떨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상상의 근육과 실제 자료의 골격은 어떻게 드러내야 할까?
이 출발점은 보물을 찾는 솔로몬 왕의 여행이나 잃어버린 성궤처럼 환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 왕들의 과대망상 속에 실제로 존재했다. 기원전 3세기에 벌어진 그 일은 아마도 거대한 도서관에 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는 꿈을 현실화할 수 있었던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였을 것이다. 오늘날 그 이야기는 보르헤스의 추상적이면서 매혹적인 이야기 혹은 그의 에로틱하고 위대한 환상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시대에는 책을 사고파는 국제적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랜 문화생활이 누적된 도시에서 책을 사는 일은 가능했지만 청년기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아직 책을 살 수 없었다. 자료에 따르면 왕들은 자신의 컬렉션을 갖추려고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그들은 살 수 없는 책은 몰수했다. 탐나는 책을 손에 넣으려면 목을 자르거나 수확물을 쓸어버려야만 했던 때도 나라의 숭고함이 사소한 양심의 가책보다 중요하다며 명을 내렸다.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기를 치기도 했다. 프톨레마이오스 3세는 연극이 공연된 때부터 아테네에 보관되어 있던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 정본을 욕심냈다. 파라오의 대사들은 세밀한 필사를 하여 사본을 만들겠다며 책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아테네는 터무니없게도 15달란트에 달하는 은을 보증금으로 요구했는데, 지금 같으면 수백만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집트인들은 돈을 지불하고 경의를 표하며 고마움을 전했고, 열두 달이 지나기 전에 되돌려주겠다고, 원본을 온전한 상태로 되돌려주지 못한다면 잔혹한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엄숙히 맹세했다. 한데 이집트는 보증금을 포기하고 책을 수중에 넣어버렸다. 아테네의 지도자들은 그 유린 사태를 견뎌야 했다. 페리클레스 시대의 자존심의 수도는 지금의 석유와도 같은 곡물 시장을 지배한 이집트에 상대도 되지 않는 지방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알렉산드리아는 이집트의 핵심 항구였고 새로운 삶의 중심지였다. 늘 그렇듯이 경제적 지배력에는 한계가 없다. 어디에서 오든 상관없이 도서관의 수도에 온 모든 배는 즉각 등록해야 했다. 세관원들은 글로 쓰인 것이라면 무엇이든 새로운 파피루스에 복사한 뒤, 사본을 돌려주고 원본을 취했다. 이렇게 얻은 책들은 ‘배에서 찾은 자산’으로 등록되어 도서관의 책장에 비치되었다.
세상의 정점에 있을 때는 과도한 호의란 없다. 프톨레마이오스 2세는 세상 모든 나라의 통치자에게 사신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편지를 보내 자신의 컬렉션을 위해 시인, 작가, 웅변가, 철학자, 의사, 예언자, 역사가가 쓴 책을 아우르는 모든 작품을 보내라고 했다.
심지어 (이 이야기의 도입부에 해당하는데) 이집트의 왕들은 가방을 가득 채워 위험한 육로와 바다로 사람을 보내면서 최대한 많은 책을 구매하고 가장 오래된 사본을 찾으라는 명을 내렸다. 책에 대한 애호와 거기 걸린 돈은 악당들과 위조자들의 주의를 끌었다. 이들은 값비싼 위조 텍스트를 넘기고, 파피루스를 오래된 것처럼 조작하고, 양을 늘리려고 여러 작품을 하나의 작품에 엮어 넣었으며 뛰어난 솜씨로 별의별 조작을 다 했다. 유머 감각이 있던 어떤 학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탐욕을 유혹하려고 작품을 조작하여 계산적으로 사기 치는 걸 즐겼다. 제목이 그럴듯했다. 오늘날에도 손쉽게 상업화할 수 있었으리라. 예컨대 “투키디데스가 말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책 제목은 투키디데스를 카프카나 조이스로 바꿔도 그럴싸한 제목이었다. 그 위조자가 작가가 말하지 않은 비밀과 그럴듯한 기억들을 손에 들고 도서관에 나타났을 때 일어날 일을 상상해보라.
사기일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의 구매 담당자는 가치 있는 책을 버렸다는 혐의로 파라오의 화를 사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왕은 군인들의 퍼레이드를 보며 자부심을 느끼듯이 도서관의 컬렉션을 때때로 살펴봤다. 그는 도서관을 책임지던 데메트리오스에게 책이 몇 권이나 있는지 물어보곤 했다. 데메트리오스는 해야 할 일을 했다. “폐하, 20만 권이 있습니다. 곧 50만 권을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책에 대한 갈구는 열정적인 광기가 되고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