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진·박소현, 현실문화, 2020
지난달 이희경 작가의 개인전 「너의 이름을 부를 때」를 보고 왔습니다. 대전의 식당 ‘발리레스토’에서 인도네시아 이주 여성인 아나 언니를 만나 시작한 작업은, 인도네시아의 진보적인 여성운동 단체인 그르와니(Gerwani)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전시를 보며 내가 속해 있지만, 늘 멀게만 느껴지는 아시아의 역사를 더 알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비동맹 독본』은 막 식민지에서 벗어난 제3세계 국가의 저항과 투쟁을 다룬 책입니다. 전 지구적으로 일어났던 탈식민과 민족 해방 운동의 치열한 역사를 다시 씁니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미래만을 내다보며 희망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요.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눈길 바깥에 있던” 저항의 움직임을 기억하고 희망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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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장 모르, 차미례 옮김, 눈빛, 2004
책과의 만남은 운명에 가깝다고, 책-독자 운명론을 믿는 제게 『제7의 인간』은 운명처럼 들이닥친 책이었습니다. 서점에 단 한 권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다음의 첫 문장을 읽고는 집어들 수밖에 없었거든요. “이 책은 꿈/악몽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남들의 삶의 체험을 꿈/악몽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들의 현실이 너무 가혹해서 악몽이란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그들의 희망이 너무도 높아서 꿈이라는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이 책은 1970년대 유럽 이민노동자의 경로를 쫓아 그들의 삶을 그립니다. ‘신식민주의’ 경제체제 안에서 생존을 위해 국경을 건너는 이들은 존 버거의 글과 장 모르의 사진으로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한국의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데요. 1970년대에 쓰여진 이 책 속 이야기가 더는 오늘의 일로 여겨지지 않기를 바라며, 책을 읽어나가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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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프레이저, 장석준 옮김, 서해문집, 2023
여러모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계급 불평등은 심해지고, 노동은 불안정하고, 팬데믹과 돌봄·기후 위기는 우리의 삶을 조여옵니다. 앞날을 상상하기조차 힘든 시대에 책에서 답을 얻고자 할 때가 많은데요. 마침 이 혼란의 원인을 명료하게 짚어주는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가 쓴 『좌파의 길』입니다. 점잖고도 웅장한 제목과 달리, 이 책의 원제는 ‘식인 자본주의(Cannibal Capitalism)'입니다. ‘식인’이라니 정말 무시무시하지요. 저자는 식인에 비유한 이유를 자본주의 체제가 “우리 삶의 기반”마저 게걸스레 먹어 치우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게 하고, 개인의 실천을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인문·사회서 독서는 삶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당장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변혁과 대안을 꿈꿀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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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페어, 조민서 옮김, 리시올, 2023
늘 흥미로운 연구서와 이론서를 소개하는 리시올의 신간입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기도 해요. 몇몇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겪으며 무력감과 절망이 쌓여가는 동안, 전면화된 금융자본주의라는 체제 아래에서는 어떻게도 벗어나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투자자의 시간’이라니, 매혹될 수밖에 없는 제목이었죠. 미셸 페어는 금융화가 생산한 주체로서 ‘피투자자’가 바로 금융 권력 내부에서 그 지위를 전유해 권력에 도전할 수 있다고 논의합니다. 노동 소득이 하찮게 여겨지고, 투자·투기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라고 이야기되는 때에, 대항 또는 반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읽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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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드, 박소현 옮김, 오월의봄, 2023
존 리드의 가장 유명한 책은 러시아혁명을 기록한 『세계를 뒤흔든 열흘』입니다. 그런데 리드는 이 책을 쓰기 전에 이미 멕시코혁명에 관한 르포르타주를 남겼습니다. 그 책이 바로 『반란의 멕시코』입니다. 출판사의 책 소개와 추천사 모두 공통으로 강조하는 점은 존 리드가 기록한 것, 자신의 ‘현장’으로 택한 것이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의 삶이었다는 겁니다. “이상한 땅의 이상한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멕시코혁명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했다고 썼다는 대목에서 젊은 기자 리드에게 이 르포르타주를 쓴 경험이 어떤 것이었을지 상상해보게 됩니다. 책을 더욱 읽고 싶게 만든 번역자 박소현 선생님의 코멘트도 덧붙여봅니다. “ 멕시코 북부를 둘러보는 특별한 시간여행으로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존 리드는 혁명의 현장만큼이나 이 고장의 풍경을 묘사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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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마테리알, 2022
트위터를 떠돌다 만난 이상한 책입니다. 이 책은 2010년대, 인터넷에서 마주치거나 가끔은 몰두했던 기이한 것, 섬뜩한 것, 저속한 것에 대한 기록이자, 그 형식과 양식에 대한 비평적 접근입니다. 책 소개를 보면서 그제서야 ‘인터넷 호러’라는 장르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징징이의 자살’처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온 캐릭터들이 잔혹하게 죽어가는 이미지, 기괴한 생명체 또는 사물을 격리 관리한다는 설정으로 여러 사람에 의해 살이 덧붙여진 세계관인 ‘SCP 재단’, 밈이 되어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커스드 이미지’ 등, 이런 인터넷 호러는 어떤 세대의 집단기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웹서핑을 하면서 링크를 잘못 누르면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두근거림과 두려움. 저자가 다루고 있는 ‘유령들’ 중 상당수를 저도 마주친 적이 있고 가끔은 몰두하기도 했습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긴 했지만, 너무 무서울 것 같아서 아직 사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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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미 탐험대, 서해문집, 2023
호기심을 일으키는 제목을 보고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에요. 새로 나온 책 목록에서 제목을 봤을 때 크고 작은 재난 경험에서 직관적으로 환기되는 바가 있었어요. 이 책은 재난이 발생한 위기 상황과 미의 관계를 살피는데요. 아시아 국가들이 겪은 여덟 가지 재난과 위기에서 "새로운 미적 가치를 발견하고 고통에 공감하고 공생하는 미적 주체가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출현한 사례"를 찾아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폐허를 소재로 삼는 일본 미술 작가, 임진왜란을 겪고 난 후 조선 회화의 미적 전환, 제국주의에서 벗어난 미감을 추구하는 데 역할을 했던 인도 전통 패브릭, 기후위기 시대의 '생태적 슬픔'과 '연루된 공감'이라는 개념 등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그런데 정치와 미학은 늘 공모해왔다는 점에서, '미학의 정치화' 또한 집합적 감성 구조의 변화를 끌어내듯 재난 상황에서 일어나는 감성의 변화가 자동적으로 긍정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아름다움과 윤리의 문제를 염두에 두면서 재난과 심미적 가능성의 관계, 고통과 공감의 가능성을 “아시아 미 탐험대”와 함께 알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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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쾨닉·다니엘 슈라이버, 이보영 옮김, 열화당, 2023
동료가 제가 좋아할 것 같다며 이 책의 서점 링크를 보내줬어요. 얼마 전 시각장애인 작가가 쓴 눈멂의 문화사 『 거기 눈을 심어라』를 편집하기도 했고, 미술과 시각문화에 호기심을 품고 있는데요. 이렇게 제 관심사를 알아주고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주면 고맙고 즐겁고 신날 수밖에요! 이 책은 재작년 '쾨닉 서울'을 개관하기도 한 베를린의 쾨닉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요한 쾨닉의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미술은 다른 어떤 예술보다 여전히 시각성이 중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갤러리스트 요한 쾨닉은 어렸을 적 사고로 시각장애를 갖게 되었다고 해요. 시력의 손상을 겪은 가운데 어떻게 예술과 상호작용해왔을지, 작품을 보고 체험하고 대하는 그만의 관점이나 태도는 무엇일지, 많은 작가들과 어떻게 협업할지, 베를린 미술 현장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을 쾨닉 자신의 언어로 따라가다 보면, 장애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에서도 한 걸음 벗어나게 되고, 현대미술 전시를 조금 다른 견지에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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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르 다 콜, 이수정 옮김, 고트, 2023
콜롬비아 어린이문학 작가의 그림책이에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공포’를 다루고 있고요. 주인공 에우세비오는 잠들면 나타나는 괴물이 무서워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합니다. 저도 어린이 시절에 잠에 드는 게 무서운 날이 참 많았어요. 방의 어두운 구석마다 내가 모르는 무서운 존재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이 책의 소개 글을 읽다가 장바구니에 담게 된 결정적인 대목은 여기였어요. “미지의 존재를 불러내는 한밤의 공포는 일견 어린이의 무궁무진한 상상의 폭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날카로운 붓으로 적나라하게 그린 도상 너머로 납치, 강도, 강제이주, 즉 콜롬비아의 생생한 폭력과 도피의 역사가 드러난다.” 에우세비오는 자신의 고민을 친구 아나니아스에게 털어놓고 친구의 도움을 받는데, 어렸을 적 제게 아나니아스와 같은 존재는 (저보다 훨씬 더 겁 많은) 동생이었어요. 우리가 느끼는 공포의 역사적이고 서사적인 차원은 당연히도 전혀 생각지 못했지만, 가족으로서 공유하는 맥락이 있어 그때의 공포를 같이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생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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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타래 구독자를 위해 준비한 이벤트🤸
총 10명(1인 2매)을 추첨해 「율리시스 북아트전」 초대권을 증정합니다.
소전문화재단은 『율리시스』 출판 100주년을 기념해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로 꼽히는 제임스 조이스의 문학을 알아보는 전시 「율리시스 북아트전」을 개최합니다. 20세기 영문학 최고 소설이라 꼽힘과 동시에 영문학자들의 끊임없는 해석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이 소설을 놓고 두 명의 현대미술 거장이 삽화를 그렸습니다. 바로 프랑스 야수파 대표작가 '앙리 마티스'와 미국 추상표현주의 창시자 '로버트 마더웰'. 이번 전시에서는 그들의 시각 언어로 표현된 『율리시스』의 장면을 12점의 작품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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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율리시스 북아트전: 완전한 인간의 탄생
참여 작가 앙리 마티스, 로버트 마더웰, 에두아르도 아로요 외 22인
전시 장소 소전문화재단 북아트갤러리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전시 기간 2023년 3월 19일까지
관람 시간 화~토 11~21시 / 일 11~18시 / 월 휴관
주최·주관 소전문화재단 북아트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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