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구하기 쉬운 시대에 태어났다. 우리 집만 하더라도 어디에나 책이 있다. 일이 많을 때는, 나의 방문을 견뎌주는 여러 도서관에서 십수 권을 대출받아서 의자나 바닥에 탑처럼 쌓아두곤 했다. 지붕 모양으로 책을 펼쳐 엎어두기도 했다. 이제는 두 살배기 아들이 책장을 찢을까 봐 소파의 머리받침에 쌓아두기도 하는데 쉬려고 소파에 앉으면 책등이 목덜미에 닿는다. 우리 도시의 임대료로 책값을 환산한다면 이 책들은 상당히 비싼 세입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홍합처럼 입을 딱 다문, 풀로 붙여 만든 낡고 작은 책에서 두꺼운 사진첩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은 집의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책장을 채우려는 노력과 여정과 노고의 역사는 이국적 정취로 흥미진진함을 선사할 것이다. 향신료를 찾아 인도로 가려던 경이로운 항해처럼 낯선 사건들과 모험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책이 너무 평범하고 새로운 기술적 아우라가 없기에 곧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이 넘쳐난다. 책이 전자책으로 대체되며 사라질 것이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아 책이 파멸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기사들을 읽으면 서글퍼진다. 서점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묵시록으로 우리가 한 시대의 끝자락에 당도했다고 예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머지않아 책이 민속학 박물관의 선사시대 전시관 옆에 진열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상상으로 그려진 그 이미지들과 더불어 나는 끝없이 진열된 나의 책들과 레코드판들을 바라본다. 다정한 구세계가 사라질 것인가를 자문하면서 말이다.
정말 그럴까?
책은 시간의 시험을 뛰어넘으며 장거리 주자임을 입증했다. 우리가 혁명의 꿈에서 혹은 파국적 악몽에서 깨어날 때마다 책은 거기에 있었다. 움베르토 에코가 지적하듯이 책은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
물론 현란해진 테크놀로지는 책의 오랜 왕정을 종식시키기에 충분한 힘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진이나 오래된 자료나 과거의 일처럼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케케묵은 것으로 변해가는 것들을 그리워한다. 그 첫 번째가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였고 그다음은 VHS 영화 테이프였다. 우리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유행이 지나버린 것들을 모으려고 힘겹게 노력하고 있다. DVD가 나타났을 때 우리는 정보를 저장하는 문제를 영원히 해결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다른 형식의 더 작은 디스크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기기를 사야 했다. 흥미롭게도 우리는 10세기 전에 끈기 있게 필사한 원고를 읽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소멸의 박물관 같은 다락방에 예전 컴퓨터나 재생기기를 보관하고 있지 않은 한, 몇 해 전까지 쓰던 플로피 디스크나 비디오테이프는 더 이상 재생할 수 없다.
책은 오래전에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어느 전쟁에서 우리와 동맹을 맺었다. 우리는 귀중한 창조물이면서 한 줌의 공기 같은 말을 지켜내고자 투쟁했다. 혼돈에 의미를 부여하고 혼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명한 픽션들을, 무지라는 견고한 바위를 거세게 긁어대는,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는 늘 잠정적인 지식을 말이다.
나는 그렇게 이 연구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무수히 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책은 언제 발명되었을까? 책이 널리 전파하려는, 혹은 책을 없애려는 비밀스러운 노력의 역사는 무엇일까? 그 길에서 사라진 것들과 구원받은 것들은 무엇인가? 그중 몇몇은 어떻게 고전이 되었는가? 시간의 이빨, 불의 손톱, 물의 독이 얼마나 많은 책을 앗아갔는가? 얼마나 많은 책이 분노로 인해 불탔으며 어떤 책이 열정적으로 필사되었는가? 그것들은 동일한 책이었을까?
이 이야기는 책 사냥꾼의 모험을 이어가려는 노력이다. 이 이야기가 잃어버린 원고, 알려지지 않은 역사와 사라지기 직전의 목소리를 추구하는 여행의 불가능한 동반자가 된다면 좋겠다. 어쩌면 그 탐험가들은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왕들에게 봉헌하는 관료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쩌면 자신들이 하는 과업의 중대함을 몰랐을 수도 있고 그 일을 부조리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노천에서 밤을 보내며 모닥불이 꺼져갈 때면 어느 미친놈의 꿈 때문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중얼거렸을 수도 있다. 그들은 분명 누비아의 사막에서 폭동을 진압하거나 나일강의 화물선을 검색하는 일처럼 출세할 가능성이 높은 임무를 맡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흩어진 보물 조각 같은 세상의 모든 책의 흔적을 찾았을 때, 그들은 그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이 세계의 토대를 세우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