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에 걸쳐 연재했던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 1부 1장에 대해 감상평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중 몇 편의 감상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호외’ 레터를 한 번 더 보냅니다. 선정되신 다섯 분께 이번 주 내로 책이 발송될 예정이고요.
곧 또 다른 근간 미리보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따듯한 연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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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 초엽, 뜨락에 장미를 심었어요. 노란빛의 탐스러운 꽃이 피었지요. 긴 서울 생활에서 잠시나마 지친 마음을 달래려 마련한 마당 딸린 집에서 에세이를 쓰고 연필로 식물들을 그려보겠다는 꿈이었지요. 오웰을 따라가다가 헤르만 헤세에게서 느껴지던 ‘정원 일의 즐거움’을 다시 찾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는데. 참으로 신기하고 감사하네요. 그간 읽어온 그의 책들이 머리를 스칩니다. 식민지 생활과 글쓰기에 천착된 외로움. 전 그를 거친 사나이로만 기억했었던가 봅니다. 오웰 집의 다음 집주인이 장미를 입장권으로 쓸 수 있었을 만큼 무성했던 장미 덤불처럼, 저도 아주, 많이 꽃 피워보렵니다. 어쩌면 내년 여름엔 반비에 문득, 소포가 도착할지도 모르겠네요.
오래전 영국에서 여러 해 살았습니다. 안 그래도 묘사가 가득한 문장들에, 익숙한 지명들까지 등장하니 허약한 집중력은 날개 달린 홀씨처럼 훨훨. 시간을 넘나들어 만화경을 보듯 어지러운 생각을 여러 번 불러들여 읽었습니다. 싫은 것도 힘든 것도 아닌 재밌고, 그리워서 반가운 읽기였습니다. (중략)
아시아 유학생이 붉은 장미를 좋아하는 것보다 더 안 어울리는 듯한 조지 오웰과 장미. 『오웰의 장미』라는 제목을 본 이들은 조급하게 책을 펼쳐 사연(?)을 알아내고 싶겠지요. 저는 제목을 보고 제가 아는 그 오웰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장미라니, 오웰에 대해 내가 오래전부터 받아들이고 있었던 전통적인 시각을 접고 그를 더 깊이 알아보라는 초대와도 같았다. 그 장미들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우리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이자,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계량 가능한 실제적 결과가 없는 시간들이, 정의와 진실과 인권과 세상을 변혁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어떤 사람의 삶에, 어쩌면 모든 사람의 삶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감사한 연재분을 읽으면서는 장미보다 나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더 솔직하게 취향을 밝히자면 저는 나무에서 핀 야생 혹은 야외 장미만 좋아하거든요. 댕강 잘린 장미 다발, 하우스 상품은 인지의 ‘불쾌한 골짜기’를 경험하듯 두려움마저 일으킵니다. 오웰의 장미 나무들은 1983년의 영광으로 사라지거나 한 건 아니겠지요. 매년 어딘가의 누구는 ‘아직도 핀다’는 소식을 받아보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장미가 만개하는 계절에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조금은 환상처럼 소설처럼 느껴지는 글입니다. 설레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너무 당연히 생각되어서 자주 잊게 되는 것, 바로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빵과 장미에 대해 솔닛이 바라본 오웰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어 좋았습니다. 둘 사이의 긴장감을 계속해서 유지해나가는 것, 둘의 역할을 잊지 않고 모두 잘 챙기는 것, 그러면서 온전히 나 자신을 돌보는 것. 연재를 통해 알게 되어 책 내용도 너무 기대됩니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외’라는 말! 요즘엔 잘 들을 수 없는 단어라서 좋았고, 좋아하는 작가 조지 오웰의 이름을 리베카 솔닛의 신작에서 보게 되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솔닛 본인의 책에 미친 오웰의 영향과 정원에서 오웰의 장미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도 알 수 있었어요. 오웰의 사에쿨룸인 장미를 통해 오웰을 만난 솔닛과, 오웰이 살던 집에 아직도 살고 있는 그레이엄이 부러웠습니다.
문체가 뚜렷한 오웰의 에세이와 ‘오웰의 장미’에서 깊은 사유를 담아낸 솔닛의 책 『오웰의 장미』를 꼭 읽어보고 싶어요. 그동안 제가 알고 있던 오웰이라는 작가가 아닌 솔닛의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오웰도 궁금하며, 현재 만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에세이스트로서의 솔닛의 문장들도 궁금합니다. 반비의 호외 덕분에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앞으로도 새로운 ‘호외’시리즈 기대해볼게요!
* 책타래 예고 *
‘다음 책타래 예고편을 넣어주면 좋겠다’는 구독자분들의 피드백을 반영해봅니다.(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발송될 책타래 46화에서는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네 권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