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인 대스턴, 이지혜, 홍성욱 옮김, 김영사, 2022
논리학 수업에서 ‘자연주의적 오류’를 처음 배웠을 때가 기억나요. 현상에서 당위로 비약할 때 발생하며, ‘자연의 모습이 이러저러하니 마땅히 이러저러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오류인데요. 당시 고민하던 여러 궤변을 효과적으로 논파하는 방법이어서 인상 깊었어요. 가령 ‘자연에는 암수만 존재하니 트랜스젠더는 거짓이다.’ 같은 주장을 마주할 때 트랜스젠더의 진실성을 시험하지 않고도 해당 주장이 범하는 오류를 밝혀 논파하는 식이었지요. 이 책의 제목을 알게 됐을 때는 그래서 늘 걷던 거리에 돌아온 것처럼 반가우면서 동시에 익숙했어요.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니 제가 배운 것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는 자연주의적 오류를 넘어 왜 사람들이 그토록 이 오류에 많이 빠지는지에 관해 이야기해요. ‘자연’으로 불리는 현상을 대할 때 무심코 하게 되는 상상을 분석한다는 데 눈길이 갔고, 논리적 오류의 기원을 파헤친다는 점이 흥미로워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
|
|
앤드루 블룸, 노태복 옮김, 에이도스, 2022
여러분은 기상청을 좋아하세요? 전 정말 좋아해요. 매일 아침 눈 뜨면 가장 먼저 오늘의 날씨를 검색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 전, 퇴근하기 전에도 꼭 한 번씩 기상청 예보를 확인해요. 욕하는 사람이 많지만 예측할 수 없는 것투성이인 요즘,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나 하고 생각하면서요. 이렇게 예보를 좋아하다 보니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하고 늘 놀라워만 하던 차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됐어요. 『날씨 기계』는 ‘현대의 가장 놀라운 성과 중 가장 저평가된 것’인 기상 예보 시스템의 역사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예보의 정확성보다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더 가중치를 두고 예보를 만든다는 이야기부터 지구 차원 데이터 네트워크의 소유 문제까지 오늘의 날씨 이면에 놓인 예보의 세계가 무척 흥미로웠어요. 이 책을 보고 저의 일기예보, 그리고 기상청 사랑에 근거를 마련해보고 싶어요. |
|
|
탈랄 아사드, 김정아 옮김, 창비, 2016
한국인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등교하고 출근한다고 하지요. 또 한국에서는 합동군사훈련이나 킬체인 등 전쟁을 연상케 하는 용어들이 일상적으로 흘러나와요. 이미 충분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지속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보면 우리도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과 등을 맞대고 있구나 하고 새삼 느껴요. 미사일이 표상하는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매 순간 의식할 수는 없겠지요. 너무 피곤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을 방어하는 일도 또 다른 폭력이며 언제든 그 일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깨끗이 잊는 것은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쟁의 시대를 건너는 지금, 선한 폭력과 악한 폭력을 구분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싶어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종교가 이유로 지목된 자살폭탄테러 사건으로부터 테러와 폭력, 전쟁이 구분될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을 윤리적으로 구분하는 일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서방 휴머니즘의 한계는 무엇인지 이 책과 함께 알아보고 싶어요. |
|
|
하닙 압두라킴, 최민우 옮김, 카라칼, 2022
(편집자 pip님과 겹친 장바구니 아이템!) 카라칼은 늘 흥미로운 책을 근사한 디자인으로 소개하는 출판사라 항상 신간을 눈여겨보게 됩니다. 『죽이기 전까진 죽지 않아』의 이 표지도 정말 멋지지요? 제목, 저자, 역자, 출판사 그 어느 정보도 제공되지 않는 앞표지에는 흑표범 하나만이 독자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흑표범(블랙 팬서)은 흑인운동 단체의 상징인 동시에 최근에는 영화 「블랙 팬서」를 통해 흑인 히어로의 모습으로 재탄생한 이미지이기도 하지요. 책의 저자 하닙 압두라킴은 흑인 무슬림으로, 미국에서 사인이자 문화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피치포크》 등에 기고했던 에세이 모음집인데요, 예술비평에서 출발해 우리 삶과 사회의 첨예한 이슈들로 들어가는 글쓰기가 기대되는 책입니다. |
|
|
잭 노리스·버지니아 메시나, 김영주 옮김, 든든, 2022
부제는 ‘건강한 비건이 알아야 할 영양학의 모든 것’입니다. 매일같이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에 휩싸여 살면서, 완전 채식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일부러 고기를 찾아 먹지는 않는 정도로라도 실천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기=영양가 있는 음식’이라는 선입견에 너무 오래 젖어 있던 터라 ‘그렇다면 부족한 영양소를 어디에서 보충하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이와 별개로 건강한 식생활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많아지던 차에 만난 책입니다. 제목대로 건강하게 ‘평생 비건’ 할 수 있는, 연구와 검증을 거친 영양학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해요. 독자분들 사이에도 비건 또는 비건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하여 소개합니다. |
|
|
김태호, 들녘, 2022
테크놀로지가 한국인의 일상에 어떻게 도입되고 안착했는가를 아주 구체적인 사물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연구서입니다. 목차만 봐도 재미있어요. 이 책의 1부에서는 ‘타자기’, ‘냉장고’, ‘온돌’ 같은 일상적 테크놀로지를, 2부에서는 주로 식생활과 관련된 ‘비료’, ‘경운기’, ‘곡식’, ‘영양학’ 등의 키워드를, 3부에서는 기술과 관련된 이미지의 역사를, 즉 ‘과학적’이라는 이미지, ‘한국인의 손재주’라는 신화, ‘과학영농’ 담론에서 엿보이는 한국인의 과학기술관을 다루고 있습니다. 흔히 거시적 변화나 생산자 관점에서만 다루어지기 쉬운 과학기술사를 ‘보통 사람들’의 감각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
|
|
저메이카 킨케이드, 김희진 옮김, 민음사, 2022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를 편집하면서 기억에 남은 이름 중 하나가 저메이카 킨케이드예요. 킨케이드는 카리브해의 안티과가 아직 영국령이던 시절에 그곳에서 성장한 여성 작가입니다. 솔닛은 ‘장미’ 같은 꽃이 누군가에겐 식민주의라는 추악한 진실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음을 말하며 킨케이드의 글을 다룹니다. 솔닛의 문장을 인용해볼게요. “그녀의 문장들은 비틀고, 휘돌고, 땅을 뒤덮으며, 꽃과 정원과 자연과 인종차별과 식민주의와 분노에 관해 복잡한 논증들을 쌓아 올린다. 그녀는 식물에 대한 진짜 사랑과 미학을, 정원 울타리가 배제하지 않는 모든 쟁점들에 대한 통렬한 시각을 가진 탐욕스럽고 전문적인 정원사와도 같이, 다른 누구도 쓸 수 없는 글을 썼다.” 이 대목을 읽고 킨케이드의 책들을 주문했는데요. 이제 막 출간된 이 책은 “식민 지배가 지워버린 카리브인의 뿌리, 식민주의와 가부장제의 공모, 탈식민주의와 탈제국주의 시대의 참상”을 고발합니다. 특히 제목과 배치되는 책의 첫 문장이 인상 깊어요. “내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던 순간 죽었고, 그래서 평생 동안 나와 영원 사이에 서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었다.”
|
|
|
대런 바일러, 홍명교 옮김, 생각의힘, 2022
지난 24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우루무치에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화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지요. 관련 기사들을 검색하며 시위의 향방이 궁금한 가운데 폭력적인 대응이 벌어지진 않을까 마음 졸이게 되는데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소수민족 인권 탄압에 대한 보도를 단편적으로 접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생각만 하던 차에, “중국의 첨단기술 형벌 식민지에서 벌어지는 탄압과 착취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을 보고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저자인 인류학자 대런 바일러가 신장과 카자흐스탄과 시애틀에서 24개월 이상 진행한 인류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중국 당국이 신장에 세운 ‘재교육 수용소’의 실체를 살펴보는 책입니다.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수용소에서의 삶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고요. 그간 짧은 글로만 접했던 위구르의 실태를 알아야 할 때에 찾아온 책이에요.
|
|
|
하닙 압두라킵, 최민우 옮김, 카라칼, 2022
너무 멋진 표지를 보자마자 장바구니에 담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정면을, 독자를 가만히 응시하는 흑표범(흑인민권운동 조직 ‘블랙 팬서’를 떠올리게 합니다.)의 눈과 마주치고 나면요. 가끔 제목도 저역자 이름도 출판사도 아무 텍스트도 없는 표지를 보면 그런 과감한 결정의 과정을 생각해보며 감탄하게 되는데요. 그중에서도 이 책 표지는 단연 강렬하고 멋있습니다. 표지만 보고 어떤 책인지 상상해보는 순간도 즐겁고요. 이 책은 미국의 시인이자 문화비평가인 하닙 압두라킵의 음악에 관한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저는 아직 저자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는데요, 흑인이자 무슬림으로서 겪게 되는 차별로 인한 정서가 음악비평 하나하나에도 울림 있게 담겨 있다고 해서 설렘으로 독서를 시작하는 중이에요.
|
|
|
💌
‘우리의 독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책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을 때마다 항상 궁금합니다.
우리 독자분들은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를까? 서평을 찾아 읽기도 하고, 가끔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만나 뵙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달까요.
독자 여러분을 좀 더 알아가기 위해, 그래서 더 좋은 책과 콘텐츠와 서비스로 만나 뵙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잠시만 시간 내어 여러분에 관해 알려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드릴 ‘선물’도 준비해놨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