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타래 #42의 링크 오류를 수정하여 다시 발송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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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제 삶에도 부쩍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부모의 나이 듦을 실감하는 순간들이 생기고, 개와 같이 살게 되었고, 아이를 양육하는 친구들을 보고, 점점 몸이 삐걱거리는 일을 겪기도 하면서요. 하지만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여전히 두렵고 막막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마음 한편에서는 내가 하고 싶지는 않다고 여기고 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네요.
이런 간극 속에서 어떻게 한 발짝 내디뎌야 할까요? 돌봄이 처한 풍경에 관한 종합적인 기록이라 할 만한 『사랑의 노동』을 같이 읽자고 제안해요.😉 저는 이 책을 만들면서 무엇보다 돌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이뤄지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었어요. 저자 매들린 번팅이 5년간 돌봄 현장을 취재해 간병인,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활동가, 부모와 부모를 돌보는 자녀 등 다양한 돌봄 당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내거든요. 돌보는 사람과 돌봄받는 사람 간의 “미묘한 상호작용”을 포착하고요. 요컨대 이 책이 구체적인 경험과 현장의 언어에서 건져 올린, 돌봄에 대한 통찰은 숫자와 언어로 다 표현되지 않는 감각과 마음의 영역까지 그려냅니다.
그래서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통찰, 몸의 경험을 떠오르게 하는 언어가 많았어요. 우리 대부분이 돌봄을 통해 신체에 체화되는 지식을 축적해왔음을, 우리 모두 돌봄 속에서 살아감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책타래에서는 이처럼 “돌봄과 관계와 몸의 이야기”를 담은, 『사랑의 노동』과 나란히 두고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p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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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돌봄‘위기’가 가시화되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돌봄 사회’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때, 지금 왜 돌봄이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질병 당사자, 장애운동 활동가, 노동운동 활동가, 보건학자, 여성학자, 문화인류학자 등 여러 분야 저자가 각자의 주제에서 돌봄 문제를 다루는데요. 자기 경험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에서부터 질병, 장애, 의료, 젠더, 교육, 이주 등 돌봄과 얽혀 있는 다종다양한 주제를 살피고 있어요.
특히 장애운동 활동가 전근배와 질병권 개념을 주장해온 조한진희의 글이 기억에 남아요. ‘건강한’ 몸, ‘정상’적인 몸, 장애 없는 몸만을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에서 돌봄은 약자에 대한 보호주의의 한계에 빠질 수 있다는 문제 제기. “권리로서의 성격이 박탈된 돌봄”은 하나의 상품으로 개인화된다는 문제의식. 정상성에서 벗어난 몸들을 약자화하는 현실을 ‘문제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돌봄 혁명’이라는 말이 과도한 수사가 아님을 느끼기도 하고요. 돌봄 논의가 나아가야 할 길, 그것이 뻗어나가 도달할 수 있는 곳에 대해 보여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잘 돌보는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라는 말은 재사유되어야 한다. …… 보호는 통제를 동반한다. 보호 담론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상’에서 비켜난 모든 몸들을 약자화하는 현실을 ‘문제화’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그 너머를 질문해야 한다. 어떤 조건이 특정 존재를 약자로 만드는가? 약자를 약자로 만들지 않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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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로 20여 년간 일해온 저자 크리스티 왓슨의 회고록입니다. 간호사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강렬하게 증언하는 책이에요. 『사랑의 노동』에서도 여러 돌봄 노동자 가운데 간병인, 의료보조사, 요양보호사 그리고 간호사의 돌봄 행위와 그에 관한 생각이 인상 깊었는데요. 이 책은 간호학과 학생일 때부터 상급 간호사로서의 마지막 출근까지를 오가고, 또 중환자실, 일반 병동, 소아 병동 등 병원의 여러 공간을 넘나들며 간호사 왓슨의 삶을 장면 장면 펼쳐내요. 그의 경험과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간호란 무엇인지, 나아가 돌봄의 역할과 가치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됩니다.
이 책의 원제는 ‘친절의 언어(The Language of Kindness)’입니다. 『사랑의 노동』은 돌봄에 관한 언어의 빈곤을 짚으면서 각 장의 말미에 돌봄과 관련된 단어 일곱 가지(돌봄, 공감, 친절, 긍휼, 동정, 의존, 고통)를 다루는데요. 그중 하나인 ‘친절’ 파트의 문장을 나눠봅니다. “친절은 성품의 표현이고, 세계관의 표현이다. 친절의 표현은 습관이 될 수도 있고, 모방될 수도 있으며, 관습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친절은 강력하고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연대의 역사에서 나온다.”
“간호사는 숨 참기의 중요성을 아는 포커페이스의 달인이다. 환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숨을 들이쉬지 않고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한다. 환자들이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도록, 자존감을 잃고 나약해지지 않도록 간호사라면 우리 몸, 그 인간적인 살과 피의 참상을 견뎌내야만 한다. 간호사와 환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인간의 연약함이고, 병마에 맞서서 환자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이 간호사가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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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동』도 지적하듯 “보수가 있는 경우와 무보수인 경우 모두에서 돌봄노동의 방대한 부분이 여전히 여성의 몫”(14쪽)입니다. 돌봄노동을 다루는 내용을 접하면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여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해서, 인간공학자·분자유전학자이자 ‘성별 관점에 따른 직업 건강 분야의 국제적 전문가’인 캐런 메싱의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캐런 메싱 같은 연구자가 필요한 것은 많은 일터가 성인 남성을 기본값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연구하는 노동 현장은 넒은 의미에서 돌봄과 관련 있는 곳이 많은데요. 메싱은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진 노동 환경이 간병, 청소, 서빙, 제조업, 돌봄서비스 등 다양한 직종의 여성 노동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습니다. 그 결과를 들여다보면, 여성의 신체 기준이 고려되지 않은 일터에서 여성은 더 많이 다치고 아프며 더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죠.
이 책이 주는 감동에는 일하는 여성의 평등과 건강을 위해 끈질기게 연구해온 메싱의 끝없는 고민이 자리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연구가 실제 노동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계속 의심해가며 회고하는 내용들, 진솔하게 풀어놓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마주할 때마다 문제는 단순하지 않음을, 그 복잡성을 붙들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인간공학자들이 노동자와 관리자에게 직무에서의 부담에 젠더 편향이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을 때, 여성들은 자신들의 피로와 고통이 마침내 인정되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여태 그들은 남성들이 맡은 더 편한 직무로 승진시켜달라고 감히 요청한 적은 없었지만, 적어도 이제는 자신들의 업무가 얼마나 힘든지 인간공학자들이 밝혀주었다. 안타깝게도 남성들의 반응이 무서운 관리자들은 직무 할당에 대한 변경 조치를 거부했다.”―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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