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동아시아, 2018
오늘부터 시작하는 반비의 독자 설문 조사(레터 하단을 봐주세요!) 베타 테스트를 돌리면서, ‘최근에 산 책’ 항목에 누군가 적어주신 것을 보고 알게 된 책입니다. 대부분 이주국에서 화교는 민족적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사회에 강력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좀 다르지요. 책의 카피를 빌리자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교가 실패한 나라”인 한국에서의 화교 이주와 정착사를 다룬 책입니다. 최근 한 케이팝 아이돌이 화교 출신이라는 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근현대 동아시아의 이주사를 한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던 차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익명의 독자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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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바오, 김유익·김명준·우자한 옮김, 우치 대담, 글항아리, 2022
‘스타 인류학자’라 불린다는 저자가 궁금해서 담아본 책입니다. 다른 어떤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장에서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학문인 인류학은 저도 오랫동안 매력을 느껴온 학문이지만, 대중에게 ‘잘 팔기’는 참 어렵다,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저자 샹바오가 대담을 통해 자신의 삶과 연구 궤적을 풀어낸 이 책은 중국의 젊은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원제이자 한국어판 부제인 ‘방법으로서의 자기’에서 말하는 ‘자기’는, 단일하고 고정된 실체가 아닌, 부단히 변화하는 네트워크를 말한다고 해요. 그의 연구와 사상의 어떤 점이 그를 ‘스타’로 만들고 많은 젊은이들의 환영을 이끌어냈는지 책을 통해 확인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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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서해문집, 2017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에서의 재난 참사를 돌아보고, 어떤 구조적 문제가 그런 참사들의 원인이 되었는지 따져보는 작업이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은 남영호 침몰참사, 씨랜드 청소년수련의집 화재참사,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등 일곱 건의 재난 참사에 대한 기록을 찾고, 유가족을 인터뷰하고, 피해자를 수소문해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지 않아도 되는 사회였다면 좋았겠지요. ‘들어가는 글’의 일부를 여기 옮겨봅니다.
“기억과 기록이 가능할 때만, 그래서 진실이 드러날 때만 합당한 치유와 보상, 유사사건이 재발방지, 용서와 화해를 통한 공동체의 회복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재난참사를 기록하는 일은 권력과 구조가 은폐한 재난참사의 궤적을 그려내는 일이다. 피해자라는 명명 속에 '숫자'로만 남은 이들의 삶을, 우리처럼 울고 웃었던 사람의 이야기로 복원하는 일이다. 또한 동료시민으로서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의 곁에 서는 과정이며, 반복되는 재난을 멈추기 위한 동시대인으로서의 책임감을 확인하는 자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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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희, 인예니 옮김, 마음산책, 2022
“인물들의 보석 같은 말들도 시나리오가 아니라 그들의 인생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상은 감독이 받고 이름도 감독 이름으로 나가고, 그게 참 뻔뻔스럽다는 자각이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있어야 한다.” 지난주 『리아의 나라』 북토크에서 심완선 평론가가 인용한 양영희 감독의 인터뷰예요. 누군가의 삶을 옮길 때 표해야 할 경의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고, 이런 마음으로 찍은 다큐멘터리는 또 어떨까 궁금해져 영화도 바로 예매했어요. 그렇게 「수프와 이데올로기」까지 보고 나니 양영희 감독과 그 가족들에게 푹 빠져버렸지 뭐예요. 그러니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지 않고는 못 배기겠더라고요.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는 재일코리안 가족의 역사와 그들의 삶을 카메라로 응시하는 일 사이를 잇는 양영희 감독의 생각을 담은 산문집입니다. 수프만으로는, 또 이데올로기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가족들의 중첩된 삶을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으로 담아내기까지 그가 어떤 생각들을 했을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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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여행자, 마티, 2022
기분 탓일까요? 날씨가 추워질수록 사고 싶은 책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서인지 장바구니가 채워지기 무섭게 비워지고 있어요. 정말 무서운 일이어서 친구들에게 털어놨더니 누구도 책으로는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없다고……. 이게 가장 오싹한 일이었어요. 이렇게 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안 보일 때면 서점을 방문하거나 반비 책타래 구독자분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안심하곤 해요.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이 또 있는데 바로 도서관이에요. 저는 도서관에서 나누는 대화나 여러 행사, 어린이 방문객을 좋아해서 열람실처럼 쓰이는 도서관에 아쉬워할 때가 많은데요, 이 책은 조용한 도서관이 대신 살아 있는 도서관, 소란을 일으키는 도서관에 대해 말해서 관심이 갔어요. 미국 공공도서관 사서가 전하는 에피소드 외에도 대출목록 등과 같은 개인정보나 정보 접근성의 문제 등도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어요. 도서관 예산삭감과 사서 고용해지 뉴스를 읽는 오늘 더더욱 도서관을 생각하고 싶어 이 책을 골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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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보고스트, 김효진 옮김, 갈무리, 2022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친구와 함께 철학 텍스트를 읽은 적이 있어요. 무엇 때문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이상하게 자신감이 넘쳤던 전 사학과 친구에게 모르겠으면 다 물어보라고 큰소리를 치면서 글을 읽었지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후회했어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사물이 우리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탐구하는 객체지향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과의 첫 만남이었어요. 저와 친구는 이를 OOO로 줄여 부르며 공부는 접고 텍스트 문장 이해 가냐며 농담만 주고받곤 했지요. 그때 그 텍스트를 서점 매대에서 마주했을 때 그래서 더 놀랍고 반가웠어요.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에게 에일리언이라고 말하는 이언 보고스트의 철학은 ‘저세상 철학’이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이론이에요. 이해하기 쉽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깔깔대며 읽을 수 있다는 점만은 보증할 수 있어요! 저자의 다른 글도 모두 번역되길 바라며 이번 장바구니 도서로 골라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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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책타래에서 장바구니에 담아 사놓고 쟁여두기만 했던 책 세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최근 저명한 사상가, 예술가, 작가 들의 부고 소식이 자주 들려와 안타깝고 허무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책장에 꽤 오래전부터 꽂혀 있는, 아직 읽지 않은 책들도 같이 떠오르고요. 진작 읽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와 함께, 이번 기회에 읽기를 시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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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라투르, 이세진 옮김, 사월의책, 2012
10월 9일 과학기술학의 대가이자 ‘신기후체제’의 사상가라 일컬어지는 과학철학자 브뤼노 라투르(1947~2022)가 별세했습니다. 『실험실 생활』,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같은 그의 주저는 제게 너무 어렵지만,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나는 어디에 있는가?』 같은 근작들을 인상 깊게 읽었는데요. 기후위기, 세계 정치 지형의 우경화, 팬데믹 등 우리가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는 문제들에서 출발하는 책이라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일단 책이 얇아요!!) 기후위기, 나아가 기후재난 또는 기후붕괴의 시대에 그가 제시하는 ‘정치생태학’에서 내 사고방식뿐 아니라 인간, 자연, 사회 같은 개념이 새롭게 열리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읽으려는 책은 라투르의 사상을 집약한 여섯 통의 편지로 구성된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예요. 라투르의 철학에 좀 더 차근차근 접근해보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과학과 정치, 자연과 사회의 이분법에서 벗어날 것이 요구되는 시대에 현대 사회와 과학기술의 관계, ‘비인간 행위자’라는 개념 등이 궁금하다면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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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데이비스, 정병선 옮김, 이후, 2008
도시사회학자이자 진보적 활동가이기도 했던 마이크 데이비스가 10월 25일 별세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마르크스주의적 생태주의자’로 표현했다고 해요. 지난 책타래에서 그의 책 『슬럼, 지구를 뒤덮다』를 (리베카 솔닛의 『마음의 발걸음』과 함께) 소개한 적 있는데요. 이번에 펼쳐든 책은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세계적인 가뭄 기근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어요. 1876년부터 1902년에 걸쳐 발생한 세 차례의 가뭄 기근으로 최소 3000만 명에서 5000만 명의 식민지 빈민이 사망한 일을 두고 기존의 역사 서술은 단순 자연재해라고 치부했다면, 데이비스는 이를 제국주의와의 연관성에서 이해합니다. 그 당시가 자유경쟁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라 일컬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서 말이죠. 가뭄 기근으로 최악의 흉작과 물 부족 사태가 벌어졌을 때, 빈민을 구제할 잉여 곡물은 제국에서만 넘쳐났다고 해요. 한편 전통 사회가 자연재해에 대비해 갖추고 있던 고유한 시스템은 제국에 의해 무너졌고요.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며 발생한 불평등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니, 또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자연재해가 해마다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니 여전히 유의미한 책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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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뤽 고다르, 데이비드 스테릿 엮음, 박시찬 옮김, 이모션북스, 2010
현대 영화 언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 누벨바그의 거장, 영화감독 장뤽 고다르가 9월 13일에 별세했습니다. 고다르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가 일천하고, 최근 영화들을 보면서는 많이 졸았지만(...) 그의 죽음이 한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듯해 한참 어수선한 기분을 느꼈어요. 씨네필 친구에게 고다르에 관한 책에 대해 물었어요. 글 몇 편을 소개받으며 단행본으로는 『고다르 X 고다르』로 시작하면 좋겠다는 추천을 받았는데요. 고다르가 여러 비평가, 학자, 저널리스트 들과 진행한 중요한 인터뷰를 모아 엮은 책이에요. “때와 장소를 달리하는 인터뷰들을 관통하는, 탁탁 내지르는 고다르 할아버지의 일관성이 있”다는 평을 전해들었네요. 영화(관)가 OTT로 대표되는 현시대와는 다른 의미를 가졌던 때부터 아주 최근까지도 작업을 해온 감독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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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님들이 궁금합니다! 💌
‘우리의 독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책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을 때마다 항상 궁금해졌습니다.
우리 독자분들은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를까? 서평을 찾아 읽기도 하고, 가끔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만나 뵙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달까요.
독자 여러분을 좀 더 알아가기 위해, 그래서 더 좋은 책과 콘텐츠와 서비스로 만나 뵙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잠시만 시간 내어 여러분에 관해 알려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드릴 선물도 준비해놨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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