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하이드, 전병근 옮김, 유유, 2022
‘선물’은 문화인류학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온 개념인데, 이를 예술가(시인) 저자가 창작과 예술에 도입해 전개해나간다는 아이디어가 흥미로웠습니다. 출간되었을 때부터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인데요. 마침 (곧!) 출간될 반비 신간 『사랑의 노동』에도 이 책이 인용되어서 더 궁금해졌습니다. 『사랑의 노동』의 이 대목을 짧게 소개할게요.
우리는 돌봄에 대해 ‘효율성’, ‘품질’, ‘동력’, ‘선택’, ‘전달’, ‘생산성’이라는 마초적 언어를 무작정 되풀이하지 말고 다른 언어로 말해야 한다. 『선물』에서 시인 루이스 하이드(Lewis Hyde)는 예술가의 딜레마에 대해 성찰하면서 예술가들이 그들의 노동을 시장경제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묻는다. 시장경제에서 그들의 작품의 가치가 매우 낮게 평가될 때 말이다. 하이드의 결론은 예술적 창조성과 ‘가깝지만 가엾은’ 친척인 돌봄에도 잘 맞아떨어진다. 그는 예술가의 노동이 두 가지 “경제”, 즉 시장경제와 증여경제에 동시에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둘 중 하나만 본질적이다. 예술작품은 시장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증여[선물]가 없다면 예술은 있을 수 없다.” 돌봄을 증여의 형태로 보는 것은 증여하는 사람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이드는 선물이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구매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 하이드는 우리에게 중요한 예술, “마음을 움직이고 영혼을 고양하고 즐거움을 주고 삶의 용기를 주는 예술”은 우리에게 “선물로서 받아들여진다.”라고 언급했다. ‘예술’의 자리에 ‘돌봄’을 넣어보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술관이나 공연장 티켓을 돈 내고 샀더라도 작품에서(또는 돌봄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그 가격과 관계가 없다.” |
|
|
이동휘·이여로, 미디어버스, 2022
제목이 가슴을 치지 않나요! 미학 연구자 이동휘와 작가 이여로가 공저한 이 책은 “예술, 언어, 이론이 어렵다는 인상에서 시작”합니다. 이 어려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질문하고, 무엇이 어려운지를 뜯어보는 것이 이 책의 태도인 것 같아요. 미학 또는 예술비평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이런 주제들이 “인기는 없”어서 늘 기획에서 탈락시키곤 했던 저에게는 동료처럼 느껴지는 제목이라 담아두었습니다. |
|
|
장 아메리, 김희상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2
사실 이 책은 저의 장바구니를 소개한다기보다, 어떤 한 독자분께 (혹시 아직 모르고 계신다면) 이 책의 재출간 소식을 알리고 싶어서 넣어보았습니다. 책타래가 막 시작되었을 때,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으로 엮은 책타래 ‘잘 죽기 위해 필요한 책들’(링크)에서 소개했던 책이에요. 책타래 레터를 보고 한 독자분이 (당시 절판 상태였던) 이 책을 꼭 읽고 싶은데 어떻게 읽을 수 있냐고 연락을 주셨고, 이렇다 할 도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독자님, 『자유죽음』이 재출간되었으니 읽고 계시기를 바라며……. |
|
|
조은주, 창비, 2018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사실혼 및 동거 가구 등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기존의 정책 방향을 뒤집었어요. 또 한정된 가족 형태만 건강하다는 차별적 인식을 줄 수 있어 변경 예정이었던 ‘건강가정’ 용어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어요. 이미 가족으로 살고 있어도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떠올라 답답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동시에 국가는 무엇이길래 가족과 가족 아님의 선을 저렇게 함부로 그을 수 있는 걸까 싶었지요. 그런 고민을 하던 중 『가족과 통치』를 발견하게 됐어요. 가족계획사업을 분석한 이 책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 주도의 근대화 프로젝트에 따라 가족이 통치의 도구로 전환되었다고 전합니다. 당시의 산아제한은 자본주의 산업화와 연관된 정상화의 과정이었으며, 이를 계기로 근대적 전업주부와 임금노동자라는 관념이 탄생했다고 주장하지요. ‘정상가족’의 모습이 국가 주도하에 만들어진 것임을 밝히는 이 책은 일상적 삶을 겨냥한 통치가 실천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국가와 가족의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아보고 싶어 이 책을 장바구니 도서로 골라보았습니다. |
|
|
우치다 타츠루, 김영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9
『가족과 통치』를 발견하고 함께 고른 책이었어요. 아무래도 『가족과 통치』를 보고 나니 국가의 뜻에 반대되게 움직이고만 싶은데 그렇게 했을 때 미래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어요. 특히 한국의 출생률은 ‘멸종’이라는 말이 거론될 만큼 독보적인데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 보다 정확하게 현 상황을 판단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 책의 제목인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이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이전과는 분명 달라지겠지만 어딘가 나아지는 점도 있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 시각에 근거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책은 저성장 시대에 축소되고 감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전해요. 자본주의의 구조도 바뀔 수 있고 경쟁에 보는 시선도 변해 개인의 행복에 더 가치를 둘 수도 있다고 말하지요. 다만 도시와 지방 간 인구 격차는 심화할 것이라고 해요. 적고 보니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이 책과 함께 다음 시대에 대한 대책을 찾아보고 싶어요. |
|
|
장 마크 스테베, 강대훈 옮김, 황소걸음, 2022
인구 감소 사회, 도시로는 사람이 몰리고 있고 그에 따라 임대료도 오르고 있어요. 2년마다 돌아오는 집 걱정에 머리가 아프던 차에 정말 읽기만 해도 부러운 글을 보게 됐어요. 프랑스 사회주택을 소개하는 글이었는데 평소 생각하던 집에 대한 고민과 직결되는 부분이 많아 즐겁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두 부분이었어요. 하나는 프랑스 사회주택이 기본 원칙으로 삼는 소셜믹스(계층 섞기)였고요, 다른 하나는 동일한 공간이어도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료가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한국에서는 공공주택이라 할 수 있는 사회주택이 시민의 보편적인 주거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과 소득에 구애되지 않고 똑같은 규모의 집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정말 새로웠어요. 더 나은 주거를 상상하게 하는 프랑스 사회주택에 대해 알고 싶어 이를 주제로 한 『집 없는 서민의 주거권』을 장바구니에 담게 됐어요. 『가족과 통치』부터 이 책까지 제 삶의 문제에 답할 것 같은 책들만 고르게 되네요. 물론 이 점이 책의 가장 큰 힘이겠지만요.
|
|
|
뤽 다르덴, 조은미 옮김, 미행, 2022(근간)
‘다르덴 형제’ 중 한 명인 영화감독 뤽 다르덴의 에세이집입니다. 이 책은 알라딘 북펀드에 참여해서 출간을 기다리고 있어요. 벨기에 출신의 영화 제작자 듀오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은 리얼리즘을 추구하며 윤리적인 영화를 만들어왔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들의 영화 중에서도 「자전거 탄 소년」을 특별히 좋아해요. 보육원에서 지내며 잃어버린 자전거와 소식 끊긴 아빠를 되찾는 것이 꿈인 시릴과, 그런 그의 처지를 알게 되어 주말 위탁모가 되어주기로 한 사만다의 이야기를 다뤄요. 영화는 다르덴 형제만의 리듬을 따라 진행되면서 담담하고 경이로운 희망의 순간에 이르는데요. 이 책은 이 영화 속 두 인물 시릴과 사만다에 관한 감독의 단상을 모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홀로 남겨진 소년에게 삶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존재 자체가 파괴되는 폭력을 경험하고도 소년은 어떻게 똑같은 폭력의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이해하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히고요. 뤽 다르덴의 글은 영화와 어떻게 연결되고 또 다르게 펼쳐질지 무척 기대됩니다.
|
|
|
필립 후즈, 김명남 옮김, 돌베개, 2015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느라 이제껏 가장 여러 권 산 책 중 하나예요. 이번에는 곧 청소년이 되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어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이 책은 돌베개에서 내는 청소년 인문사회서 시리즈 ‘생각하는 돌’의 하나인데, 성인이 읽기에도 엄청나게 재밌고 유익하고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입니다. 이 책이 다루는 “숲의 왕”은 미국 남부 저지대에 서식했던 ‘흰부리딱따구리’입니다. 그 새를 소유하려던 사람들과 멸종 위기에서 구해내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들의 삶을 교차시키며 불과 한 세기 만에 흰부리딱따구리가 “사라진” 과정을 추적하지요. 방대한 문헌 조사와 취재, 수많은 인터뷰를 거쳐 써낸 그 과정은 한 동물종을 멸종시킨 인간의 어리석음을 단순화하지 않으며 한 편의 장대한 이야기로 펼쳐냅니다. 자연을 사랑한 사람들이 새의 멸종을 가속화한 아이러니가 기억에 남아요. 꼭 같이 읽고 싶은 책이에요.
|
|
|
캐런 메싱, 김인아·류한소·박민영·유청희 옮김, 나름북스, 2022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저자의 다른 책들, 그 책에서 다루는 책들도 읽고 싶어지잖아요. 캐런 매싱의 회고록 『보이지 않는 고통』(동녘, 2017)을 읽었을 때가 그랬어요. 이 책에서 매싱은 자신이 어떻게 실험실에서 연구 매진하다가 어떻게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로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데, 그의 오랜 현장연구 경험이 묻어나는 대목들을 볼 때마다 감동을 받곤 했어요. 이후 매싱의 다음 책이 언제 나올지 검색해보곤 했는데, 2021년작의 한국어판이 얼마 전에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전기통신, 조경, 간병, 청소, 서빙, 제조업, 돌봄서비스 등 다양한 직종의 여성을 만나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를 추적, 연구하고 남성 중심으로 설계된 일터 환경이 여성의 신체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냅니다. 저의 건강과도 연결되는 이야기라 더 관심이 가고요. 그가 천착해온 연구가 "과학적 엄격함과 여성주의적 신념의 결합"이라는 출판사의 책 소개도 인상적입니다.
|
|
|
💌책타래 구독자들의 의견을 나눕니다💌
구독자분들께서 남겨주시는 의견, 매번 설레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 종종 남겨주신 메시지에 답도 드리고, 적어주신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보고자 해요. 더 많은 반응, 더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
|
|
“안녕하세요! 책타래를 항상 챙겨보는 독자입니다. 오늘 레터에서 편집자 Y의 장바구니를 보고, 얼마 전 스리체어스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사회가 가둔 병』이라는 책이 생각났어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문제점들을 다룬 책인데요. 약물은 병원과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이 더 강하다는 내용, 정말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상담을 진행하기보다는 어떤 약물을 어떻게 처방해 증상을 어떻게 완화하고 없앨 것인가에 치중한 의료계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예전에 약물을 제 체질에 맞지 않는 너무 많은 용량으로 처방받아 공황발작을 겪고 그다음부턴 트라우마가 생겨서 정말 필요할 때조차도 약물을 처방받는 게 꺼려지더라고요. 편집자 Y님, 그리고 약물을 복용하는 다른 독자님들과 함께 읽고 싶어 추천해요.”
A: 정신질환과 관련한 책 두 권을 담았던 장바구니 레터에 보내주신 의견이었어요. 저도 미처 몰랐던 책이라, 그리고 함께 읽고 싶어서 추천하신다는 말씀이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약물을 복용하는 독자님들, 『사회가 가둔 병』 같이 읽어요!) |
|
|
“책 관련 뉴스레터 중에 큐레이션이 가장 알차요.” A: 감사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먹고 반비 편집부는 무럭무럭 자랍니다. 더 알차고 재밌는 책 큐레이션 보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
|
|
“제안사항~~~ 책 읽다가 궁금한 점, 질문을 받아주세요” A: 책타래 구독자 의견에 남겨주시면, 편집자들이 답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반비 책에 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안 감사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