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불모어 지음, 정지인 옮김, 심심, 2020
며칠 전 우울증에 관한 세로토닌 가설(낮은 세로토닌이 우울의 원인이 된다는 가설)이 지지될 수 없다는 연구에 관해 접했는데, 『염증에 걸린 마음』이 이 내용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고 해서 담았습니다. 저 스스로가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SNRI(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를 수년간 복용해오고(또 효과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약물에 대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음은 여전히 품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증상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아직도 밝혀진 바가 많지 않고, 현재 사용되는 많은 약물이 일종의 ‘부수적 결과’로서 탄생했다는(자세한 내용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5장 ‘정신약리학의 초기 역사’를 읽어보세요!) 사실이고요. 『염증에 걸린 마음』은 우울증에 관한 최신의 연구 결과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하니, 이런 의문들을 점검할 수 있게 도와주지 않을까, 공부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보려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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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퍼서 지음, 서민아 옮김, 필로소픽, 2021
이 책도 ‘정신질환에 관한 복잡한 마음’과 관련하여 담게 된 책입니다. 정신질환을 다루는 책을 기획하면서, ‘지금 당장 필요한 치료와 관리’ 그리고 ‘현재의 치료법에 대한 문제의식’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힘을 실어야 할까, 늘 고민하게 됩니다. <마음챙김의 배신>은 후자의 고민, 즉 인간의 모든 정신적 고난이 병리화되어 정신의학 안에서 다루어지고, 개인이 스스로를 더 잘 ‘동원’하고 ‘기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조명되고 있지 않나, 하는 고민에서 눈여겨본 책이에요. 저자는 불교의 명상법에서 유래했고 스트레스 감소와 고통 완화를 위해 널리 도입된 ‘마음챙김’이 자본주의 시스템과 공모해 현상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책의 원제는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인데요, 마음챙김을 초국적 기업 맥도날드에 빗댄 데에서 책의 입장이 잘 보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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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윌리엄스 지음, 김수연 옮김, 현암사, 2021
“우리는 런던의 부둣가는 방문하지만 로테르담의 부둣가는 방문하지 않는다. 우리가 교역을 낭만적이라고 느끼기 위해서는 그 교역이 이미 사라진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이었던 공간에서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이들은 오직 공장 노동과는 무관한 이들, 그것을 현대적 숭고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이다.” 종종 한 문장이 책을 읽게 하는 때가 있는데요,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게 된 계기도 트위터를 스크롤하다 마주친 이 대목이었습니다.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는 돈, 권력, 성, 노동, 전쟁, 문화라는 여섯 가지 ‘프로세스’를 통해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밝힙니다. 흔히 도시는 ‘설계되었다’고 생각하는 관점에 반박하며, 도시에 영향을 미치는 다종다양한 힘과 행위자 들을 살펴보는 책이라고 해요. 앞서의 인용문은 한국 도시의 여러 풍경들과 그곳이 누구에게 어떻게 향유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기도 합니다. 가령 인쇄소들이 폐업한 사이로 ‘힙지로’가 들어선 을지로와 같은 풍경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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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브 고시,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2021
다행히 옷이 쫄딱 젖는 정도로 귀가하고 나서, 어제의 집중호우 관련 뉴스와 SNS에 올라오는 소식을 마음 졸이며 한참 들여다보다가 딱 2년 전이 떠올랐어요. 54일에 이르는 기록적인 장마(중부지방 기준)가 이어지고 있던 2020년 8월,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에서는 이런 해시태그와 함께 온라인 피켓팅 운동을 했습니다.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그간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났고, 저는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라는 기후정의 운동의 구호를 배우게 되었어요. 최근 기후위기나 인류세 문제를 다룬 책과 기사를 보면서 무력감과 ‘망했다.’라는 생각에 (또다시) 빠졌을 때 이 책을 소개받았어요. “기후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다”라는 부제가 인상 깊은데요, ‘상상력의 위기’라는 말이 와닿으면서도 현실에서 붕 뜬 듯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잠시 고민된다면, 책 소개를 좀 더 훑어봐요! 이 책은 문학, 역사, 정치 세 가지 문화 양식이 모두 기후변화를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기후변화의 위험와 위력을 보지 못하게 하는 가정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합니다.(원서의 부제는 “기후변화와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를 비서구적 관점에서 담아낸다 점에서 새로운 생각을 전해줄 것 같아요. 조만간 이 책을 읽고 더 자세하게 소개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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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진희 외, 다름몸들 기획, 동아시아, 2022
돌봄을 다룬 책들을 꾸준히 찾아보려 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책타래에서도 나눠보고 싶어요. 요즘 저는 위로나 ‘힐링’에 과몰입하지 않으면서 자기돌봄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껴요. 또 돌봄의 ‘가치’가 우리 삶을 얼마만큼 변화시키고 사회를 어디까지 전환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돌봄을 둘러싼 문제들을 서로 연결 지어보고 다층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이 책은 보건학자, 문화인류학자, 질병 당사자, 사회학자, 여성학자, 활동가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필자 열 명의 글을 담은 앤솔러지입니다. 차례를 보면, 각각 질병, 정신장애, 장애, 권리, 노동, 의료, 교육, 젠더, 혁명, 이주, 탈성장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11개의 글로 이뤄져 있고요. 김현미, 조한진희, 채효정, 김창엽 등 돌봄 문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 내고 연구해온 분들의 이야기라 더욱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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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애커먼, 조은영 옮김, 까치, 2022
위시리스트나 보관함에 담아두었던 책을 장바구니로 옮겨 구매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그 계기는 당연하게도 천차만별이죠! 이 책을 보관함에 담게 됐던 건 지난봄 (엄청나게) 늦잠을 자버린 날과 관련 있어요. 시계를 확인하고 헉! ‘어떡하지…….’ 잠시 고민하던 중에 놀랍게도 아파트 단지 속에 있는 제 방에서 다양한 새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아름다웠던 새소리의 정체를 알고 싶어 탐조나 (도시) 새와 관련된 책을 검색해보던 중 이 책도 담게 되었어요.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문학잡지 《릿터》 37호 ‘새들의 안부’를 읽으면서, 편집자들의 에필로그에서 『새들의 방식』 ‘놀 줄 아는 새’ 챕터에서 까마귀에 대해 읽은 덕분에 옥상에서 만난 까마귀를 전보다 더 반가워할 수 있었다고 하는 말을 보면서 이 책을 드디어 주문하게 됐습니다. ‘말하기, 일하기, 놀기, 짝짓기, 양육하기’라는 다섯 가지 활동 영역을 중심으로 엮어내는 새들의 삶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가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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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 마음산책, 2022
반비 책타래 구독자 여러분은 이번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저는 요새 너무 덥고 습해서 극장으로 도망가고 있습니다. 영화 보는 걸 원래 좋아했지만, 극장 특유의 서늘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이 여름에 더 매력적이어서 티켓값에 놀라면서도 주말 아침을 조조영화로 채우고 있어요. 이렇게 영화를 본 날이면 자기 전에 꼭 평론가들의 영화평을 찾아봐요. 산발적이었던 저의 감상과 달리 정연하게 이어지는 평론을 보거나 듣고 있으면 꼭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아서요. 『묘사하는 마음』은 여러 영화 평론가 중에서도 제가 늘 찾아보는 김혜리 기자의 영화산문집입니다. 저자의 이름보다 저를 더 설레게 했던 건 목차에 제시된 영화 제목들이었습니다. 모두 정말 즐겁게 봤지만, 쏟아지는 콘텐츠에 밀려 다시 들춰보지 못한 영화들이었어요. 김혜리 기자 특유의 섬세하고 윤리적인 영화 이야기를 통해 그 영화들을 다시 보고파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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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베이크웰, 조영 옮김, 이론과실천, 2017
최근 『타자철학』을 재밌게 보고 있어요. 저희가 출간한 책인데 이렇게 말하는 게 조금 그렇네요... 하지만 진심이고요, 개인적으로 늘 궁금해하던 분야여서 저와 비슷하게 문외한인 친구들을 모아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고 있어요. 학교에 다닐 때는 답안이 명쾌하게 나오는 분석철학을 좋아했는데, 요새는 모호하지만 뭔지 모를 멋이 있는 프랑스철학에 끌리더라고요. 특히 사르트르가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고 하는 그의 언명만 기계적으로 외웠었는데, 『타자철학』을 통해 거울과 책이 없는 곳을 지옥이라 부르는 그의 철학을 알게 되면서 사르트르뿐만 아니라 실존주의 철학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원에 진학한 친구에게 이 책을 추천받아서 『타자철학』 다음에 바로 읽어야지 하고 벼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파리 몽파르나스 거리 한구석 바에서 살구 칵테일을 마시며 철학을 논한 실존주의자들의 사상과 삶을 하루빨리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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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캐그, 전대호 옮김, 필로소픽, 2020
앞서 말한 것처럼 최근 극장을 자주 다니고 있어요. 날씨도 그 이유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맘에 꼭 드는 영화가 나온 것이 컸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그 영화인데요, 극의 분위기와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극장에서 몇 번씩 다시 보고 영화 속 물건까지 사 모으고 있어요. 이 책도 그래서 장바구니에 담게 되었습니다. <헤어질 결심>의 각본을 쓴 정서경 작가는 산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쓴 책을 책장 한 칸에 모아뒀다고 밝혔는데요, 그중 가장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 『심연호텔의 철학자들』이었습니다. 니체의 여정을 따라 직접 알프스를 오른 저자는 산 위에서 실존적 공포와 불안을 마주합니다. 이를 통해 니체의 철학을 새롭게 해석하며 그의 삶까지도 다시 한번 되짚습니다. 발밑이 위태로운 산 어딘가에서 니체와 저자, 그리고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저도 따라가 보고 싶어 이 책을 고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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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를 비워드립니다’ 이벤트💌
✨당첨 장바구니 공개!🎉
지난 37호 책타래에서 진행한 ‘장바구니를 비워드립니다’ 이벤트에 많은 독자분들이 참여해주셨어요. 반비가 비워드린 장바구니 사연을 함께 공유합니다.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노지양 옮김, 글항아리, 2021
“‘엄마처럼 살기 싫다’라는 생각을 오래 품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우리의 모든 것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껴요.
대책 없는 명랑함, 이유 없는 호부. 우리는 어떤 관계일까요.”
―숭구리당당 님
『시대가 그려낸 소녀』, 김소원, 소명출판, 2021
“밤을 새며 순정만화를 보고 그리던 소녀가 아직도 내 안에 있다.
『문학소녀』와 함께 꽂아두고 싶은 책.”
―데이빗린치의정신줄 님
*당첨자를 찾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 당첨자 분을 공개 수배합니다.
‘수포자 사회학도’ 이슬 님, 메일함을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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