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타래 #33에 잘못 기재된 부분이 있어 수정하여 다시 보내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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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빈센트, 공경희 옮김, 더퀘스트, 2022
외서 검토를 하다 보면 좋은 책이고 읽고 싶은 책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출간 결정을 내릴 수는 없어서 포기하게 되는 책들이 참 많은데요. 이 책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원제는 A History of Solitude라는 얌전한 제목이고 구성도 그야말로 ‘잘 쓰인 문화사’라는 인상을 주는 책이었어요. 하지만 고독이라는 광범위하고 보편적인 주제에 관한 문화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포기했던 책인데요. 한국어판이 출간된 걸 보고 ‘낭만적 은둔의 역사’라는 제목이 신의 한 수였다, 생각했습니다. ‘낭만적’이라는 수식어 덕분에 책의 방향성이 한결 더 분명해지고 정서 역시 직관적으로 전달되게 되었다는 점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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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크라카우어, 이순영 옮김, 리리, 2019
탐사저널리즘 작가 존 크라카우어가 야생 속으로 홀로 들어간 청년, 크리스 맥캔들리스의 이야기를 추적한 자연 에세이입니다. 『인투 더 와일드』라는 제목으로 10여 년 전쯤 출간되었던 이 책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는데, 장바구니에 담게 된 계기는 지인의 추천이었습니다. 추천이라기보다도 이 책을 읽고 “솔닛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짧은 언급 덕분이었는데요. 리베카 솔닛 저서에서 드러나는 ‘서부’와의, 미 대륙의 자연과의 연관이라는 측면에서 이어지는 책이 아닐까,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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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좌관 22년’이라는 흔치 않은 이력을 가진 이진수의 저서입니다. 이번 대선을 전후하여 현실정치, 정당정치에 다시금 관심을 갖는 와중에 발견한 책인데요. “후배 보좌관에게 물려주는 일종의 시험 ‘족보’쯤으로 생각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차례만 봐도 대단히 구체적이고 실무적이며 현실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1부 보좌란 무엇인가, 2부 보좌진의 일, 3부 선거운동의 실제, 4부 지역구 조직화 방법’. 현업으로 정치를 오래 해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목차이지요. 한국 현실정치의 생생한 면모들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 담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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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 윈서, 이현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1
올 여름, 다양한 돌봄의 현장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돌봄노동의 의미를 논하는 『사랑의 노동(가제)』이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에요.(많관부…😉) 이 책을 계약한 때부터 돌봄을 다루는 책들을 열심히 따라가는 중입니다. 얼마 전 장바구니에 담은 이 책은 우울증을 앓았던 엄마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아들을 돌봐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돌봄자’들을 만나가며 모두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돌봄의 여러 화두를 현장의 목소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책 소개에서는 “장애가 한 사람에게 닥칠 수 있는 가장 큰 비극이라 말하는 사회는 돌봄는 사람과 돌봄 받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문장에 오래 눈길이 갔는데요. 『사랑의 노동』과 어떻게 비슷하고 다르게 돌봄이라는 주제를 풀어냈는지 꼼꼼히 읽고, 책타래에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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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플라토니, 박지선 옮김, 흐름출판, 2017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쓴 변호사이자 작가인 김원영은 공연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연극, 무용 공연 등에 대해 쓰고 직접 퍼포머로 무대에 오르기도 하는데요. 한 전시에서 퍼포머로 나선 그를 본 후, 그의 글만큼 공연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후 때때로 ‘김원영 선생님이 새롭게 참여하는 활동이 있을까?’ 구글링을 해보곤 하는데, 얼마전에는 트레바리 모임의 클럽장으로 활동하실 예정임을 알게 됐어요. 모임에 함께하긴 어렵게 되었지만, 함께 읽을 책을 저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그중 새롭게 알게 된 『감각의 미래』이라는 책은 최신 인지과학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취재해 신체의 감각과 뇌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인지과학 분야의 책을 ‘감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나와 다른 감각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되새겨보는’ 맥락에서 읽어보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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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풀로, 김한결 옮김, 돌베개, 2014
박물관의 유래와 탄생, 역사와 변화를 살펴보며 박물관이란 어떤 공간인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를 탐구하는 책입니다. 박물관 하면, 방대한 양의 유물과 유적, 또는 미술작품을 전시·소장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곧장 떠오르지요. 이 책은 그보다 훨씬 다양한 오늘날 박물관의 역할을 문화사적으로 잘 조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물관학’을 연구해온 연구자와의 책을 기획 중인데요, 이 책을 레퍼런스 삼아 박물관, 미술관, 박람회 같은 전시·소장·연구·교육하는 공간의 수상쩍고(?!) 흥미로운 역사에 대해 한국적인 맥락에서 소개하는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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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때면 보려고 하지 않아도 다른 승객의 스마트폰 화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온갖 걸 온갖 순간에 보는구나.’ 싶어져요. 그러면서 저도 괜히 읽어야 할 메일이나 뉴스, 메시지는 없는지 스마트폰을 확인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발견한 것도 퇴근길 스마트폰에 열중할 때였어요. 하루 종일 글자를 읽었는데 집에 가는 길 위에서도 SNS를 쫓고 있는 게 너무 갑갑해서 더 눈길이 갔어요. 저자는 ‘새 알아차리기’라는 행동을 시작으로 스크린 바깥 실제 세계를 체감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자아는 물렁물렁해 어떤 것과 마주하느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고 말하는데요. 내가 보는 것이 날 빚어낸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빚고 싶어 장바구니에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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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부동산은 주식이나 비트코인 같은 투자의 이름이 된 것 같아요. 집값이 얼마가 올랐네, 월세 전환이 대세네 하는 서술이 부동산 시장의 관심사 전부인 것 같고요. 아파트 살 돈 없는 저에게 부동산은 출퇴근 편하고 주변에 도서관이나 공원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의 형태로 있어요. 돈과 삶이라는, 화해하기 요원한 부동산의 두 면모를 보고 있으면 절로 답답해지는데요.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됐어요. 『동네에 답이 있다』는 ‘아파트 가격 안정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주택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그 대안으로 ‘동네’로 대표되는 생활권 중심 주거정책을 제시합니다. 집을 갖는 것과 안심하고 사는 건 분명히 다르다고 말하는 이 책의 주장이 제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지 않을까 해서 고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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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우찬제·이욱연 엮음, 휴머니스트, 2022
최근 사회 흐름을 보며 가장 위험하다고 느낀 것은 반박의 부재였습니다. 어떤 반박이 나와도 조롱당하기 일쑤이며 진지하게 상대하지를 않으니 논의는 늘 같은 자리를 맴돕니다. 대화와 토론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은 그저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이긴다는 목적만을 갖게 됐습니다. 이런 우리 사회에 이제는 다른 이름을 붙여 위기임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게 돼 무척 반가웠습니다. 『우리 안의 파시즘 2.0』에서 저자들은 일상의 여러 측면에서 상대를 용납하지 않는 파시즘을 발견합니다. 훨씬 전에 나온 『우리 안의 파시즘』이 독재정권만을 의미했던 파시즘의 외연을 넓힌 만큼 이번 2.0에서는 또 어떤 날카로운 분석이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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