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들의 이야기는 대개 흥미진진해요. 직무나 분야가 달라도 자신만의 이력을 쌓아가는 사람들의 경험에서는 많은 참조점과 활력을 발견하게 되죠. 이직과 전직이 활발한 시대에, 옆 동네 또는 건너 동네의 사정도 궁금하고요. 『미식 대담』은 셰프, 파티시에, 주류 마케터, 경영인 등 음식 분야에서 고유한 경력을 쌓아온 12인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좋아하는 것을 잘 만들면서 살아남는 방법”을 구합니다. 일의 특성뿐 아니라 자기 위치와 업계를 조망할 줄 아는 실무자들의 숙련도와 통찰은 한 분야의 테두리를 넘어 힘을 발휘하고요. 그렇기에 인터뷰를 녹취로, 다시 책으로 만드는 동안 일에 대한 태도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내 길을 찾는다는 것에 대해 제 관점을 다져볼 수 있었어요. 오늘은 이처럼 일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노동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일의 의미와 가치를 탐구함으로써 내 일과 삶에 관해 생각하는 책을 이어봅니다. 지난 일요일, 다른 이들의 일 이야기를 뒤적여보니 책에는 월요일의 공포가 조금씩 물러나게 하는 효력도 있더라고요.😇―편집자 pip 인터뷰 기반 책의 장점 중 하나는 단행본으로 만나보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개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일과 업계의 풍경을 드러내는 형식의 책을 두 권 소개해요. 먼저 ‘일하는 마음’ 시리즈의 첫 책 『출판하는 마음』. 한국의 대표적인 논픽션 작가 은유가 저자, 번역가, 편집자, 마케터, 서점 MD, 1인 출판사 대표 등 책을 읽고 쓰고 만들고 알리는 출판인 열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책 만드는 일을 매개로 한 대화의 기록은 그들의 ‘마음’과 함께 구체적인 현실과 노동조건을 전하고, 책이라는 ‘상품’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또 다른 직무·분야의 사람들 이야기에 귀 기울일수록 ‘협업’에도 도움이 될 테고요. “거대한 시스템에 하나의 부속으로 끼워져 파편화된 노동을 수행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은 자기 ‘맡은 바’ 책임을 다할수록 ‘총체적’ 삶에는 무능해지고 만다. …… 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일하는 사람의 고충이나 보람 같은 이야기를 듣고 읽고 보고 쓰려 한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도 자신이나 타인의 노동을 관찰하고 글로 써서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간접 체험의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6쪽 이다혜 기자가 영화감독, 배구 선수, 바리스타, 작가, 경영인, 고인류학자, 범죄심리학자 등 하는 일도, 분야도, 연령대도 다른 7인의 여성과 함께, ‘내 일’과 ‘현재 진행형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책입니다. 청소년 교양서로 기획되었지만 20, 30대에게도 의미 있을 듯해요. 내일의 불안이 닥칠 때, 내 일과 직업이 갑갑하게 느껴질 때, 커리어를 새롭게 살펴보고 싶을 때, “나라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시장을 거시적으로 보고 포지셔닝”해야 할 때 참고할 만한 말들을 눈여겨보면서요. 한편 이 책이 다루는 직업의 주인공이 여성이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과 선택의 기로에 대해 듣다 보면,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에도 자연스럽게 닿게 됩니다. “어떤 사람이 악의를 가지고 잘못했으면 화를 내야 하는데 실수면 그냥 넘어가야 한다는 것. 일부러 그런 게 아니면 수습하는 데 시간을 쓰는 편이 낫다. 그걸 구분하는 감각이 생긴 것 같아요.”―작가 정세랑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가치와, 일을 잘하는 능력을 고루 갖춘 사람이 없는 듯 말하는 경우도 많지만, ‘함께’ 하기 좋다는 뜻은 결국 일을 잘한다는 뜻에 포함한다.”―경영인 엄윤미 “물론, 지루한 일 80퍼센트죠. 그럼에도 오래하는 비밀은, 심드렁함이에요.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을 하라고 그러잖아요. 저는 그것에는 반대해요.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은 누구든지 잘할 수 있어요. 그보다는 하기 싫은 일도 심드렁하게 해낼 줄 아는 사람이 오래가고 생산적인 일을 하더라고요.”―고인류학자 이상희 앞서 언급한 책들과 결을 달리하는 다음의 두 책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일에 관해 어떤 이야기들을 해왔는지를 알려줍니다. 인문잡지 《한편》은 매호 하나의 주제로 인문사회과학 분야 젊은 연구자들의 글 열 편을 담아내는데요. 5호의 키워드가 바로 ‘일’(실로 다양한 심상과 심정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예요…). 권두언에서 지적하듯, 일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많은 한편 여전히 적지요. 넘쳐나는 자기계발 서사 속에서 노동 불안정성, 저임금, 산업재해, 일터괴롭힘 등에 관한 문제 제기는 제자리걸음 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한편》은 일의 보람과 고통 사이에서, 일을 잘하고 싶은 열망과 노동의 굴레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시대 젊은 층의 곁에서 ‘일’의 여러 맥락을 풀어갑니다. 구체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져요. “주식투자는 노동일까? 일하면서 느끼는 고통과 보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금처럼 일해서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주식투자, 플랫폼노동, 돌봄노동, 이주노동, 과로죽음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은, ‘일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나만의 정의를 탐구해보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입니다. “일 잘하는 법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주체성의 회복과 보람에 대한 열망이 있다. 벗어날 수 없는 노동의 굴레와 제각각 단절되어 있는 개인의 고통은 구조의 비대칭성을 드러낸다. 어느 한쪽만이 진실은 아니다. 개별적인 경험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서부터 자기 성장도 정의의 회복도 가능할 것이다. …… 청소하고 빨래하는 매일의 가사노동에서 조직의 부품으로서 하는 임금노동, 돈을 주지 않아도 기꺼이 참여하는 사회활동까지 일을 둘러싼 다양한 의미와 경험은 일하는 사람을 소모시키거나 고양시키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바꾸어 버린다.”―8쪽 일례로 『잡스-에디터』가 “어떤 사람을 아는 데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은 아마도 어떤 일을 하느냐일 것”이라는 이야기로 ‘직업 시리즈’를 시작하듯이, 우리는 무슨 일을 할지에 골몰해요. 그러나 일, 고용, 노사관계 제도를 연구해온 존 버드는 ‘어떤’ 일을 하는가보다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상적으로 일을 당연시할 뿐, 일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사유하지 않는 탓에, 개인의 삶과 사회, 다양한 학문 영역을 가로지르는 일의 중요성과 가치가 간과되고 축소된다고 하죠.
이 책은 ‘저주’, ‘자유’, ‘상품’, ‘직업 시민권’, ‘비효용’, ‘자기실현’, ‘사회적 관계’, ‘보살핌’, ‘정체성’, ‘봉사’라는 키워드로 일의 개념에 대한 열 가지 해석을 설명하면서, 각각이 어떤 철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지 밝히는 동시에, 현실에서 실제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일의 인문·사회과학적 의미와 정책적 이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일을 다양한 측면에서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한 권의 책이라 할 만해요.
“일은 언제나 인간 존재의 중심 요소였다. 일을 할 때 자신의 생물적,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모습들을 경험한다. 일은 우리가 물질 세계와 사회적 세계에 자리 잡도록 하며, 그 결과 우리가 누구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36쪽 |
책과 책을 잇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