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해 지음, 푸른역사, 2024
반비에서 몇 년 전 『 마더북』이라는 책을 출간했어요.(최근 민음사 김민경 편집자가 「도시여자대피소」에서 엄마 이야기를 하며 소개한 책이기도 해요.) 엄마에게 선물하는 책, 그런데 선물하고 다시 돌려받는 책입니다. 엄마의 유년 시절, 꿈, 사랑, 나를 낳고 길렀던 일…… 등등 엄마의 인생 전체에 대한 질문이 쓰여 있고, 엄마가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써서 나에게 다시 돌려주는 형식의 책이에요. 편집부는 이 책을 나의 엄마이기만 했던 한 사람에 대해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또 엄마와의 대화를 열어주는 그런 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개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생애사, 구술사 연구 방법론의 누구나 해볼 수 있는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 사람의 생애사는 필연적으로 사회와, 또 역사와 겹치기 마련입니다. 『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는 연구자 박소현 선생님의 소개로 알게 된 책인데요. “30년대생 외할아버지의 구술사를 90년대생 역사학도 손자가 사료로 검토하고 재구성”한 책이라고 해요. 저자는 일제 시기부터 한국전쟁과 전후 시기를 살아온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이런 개인의 구술을 ‘역사화’하기 위해 사료로 검토합니다. 박소현 선생님은 이 책을 소개하며, 집안 어른의 “썰”을 사료로 검증했을 때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 숨겨진 역사가 나올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이런 작업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마더북』, 그리고 책에 담긴 질문들(엄마가 아닌 아빠나 할머니에게도 대부분의 질문이 적용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이, 개인들이 이런 작업을 해보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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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주혜 리 지음, 장상미 옮김, 한겨레출판, 2026
『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와 나란히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1970년대 휴스턴 교외에서 거의 유일한 한국계 가족으로 자란 저자에게 할아버지는 전과자이자 집안의 수치였고, 가족은 그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습니다. 너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건 번번이 침묵이었고, 저자는 그 침묵이 자신이 겪어온 모호한 정체감과 이어져 있으리라 예감하며 자랍니다. 60여 년 만에 침묵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성인이 된 저자의 청에 할머니가 응답하면서부터였습니다. 병에 걸려 조사를 마치지 못한 아버지의 작업을, 기자가 된 딸이 이어받으면서 시작된 인터뷰였습니다. 저자는 일제강점기 동맹휴학과 시위를 이끈 학생운동가이자 공산주의 혁명에 뿌리를 둔 독립운동가였던 할아버지 이철하의 삶을 추적합니다. 이 책은 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할아버지의 삶은 비밀이 되었는가, 할머니는 왜 남편의 삶을 숨기고 부정해왔는가, 저자와 아버지는 왜 성장 과정에서 소외를 겪었는가도 파고듭니다. 한 개인의 생애를 통해 어떤 기억과 역사는 기록되지 못하고 감추어져야 했는가, 그리고 말하지 못한 역사는 어떻게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위의 책과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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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지음, 온다프레스, 2026
서평 기사를 읽다가 제목을 본 순간 장바구니에 담은 책입니다. 젊은 종교학자인 저자는 근본주의적 개신교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 과정은 금욕으로 가득 차 있는 유년 시절, 모든 병은 자기 죄로부터 비롯되었으니 스스로 수습해야 한다고 보는 종교 근본주의적 사고를 체득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뒤로 진리를 찾고자 신천지의 교리를 배우기도 하고 기독교에 비판적인 선배에게 사탄 운운하기도 할 정도로 좌충우돌하던 저자는 푸코와 라캉, 지젝과 버틀러 등을 접하며 자기 부모의 억압적 통치에 관해 성찰하는 데에 이릅니다. 책은 오랫동안 찾지 않았던 강압적인 아버지가 병석에 누웠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데서 시작하여, 맹렬히 자기 언어와 세계를 찾아가는 저자의 여정으로 이어집니다. 부제는 “어느 종교학자의 자기 배려하기”입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자기 배려’는 기독교가 서구 문화를 잠식하기 이전 고대 서구인들이 “본질적인 자기란 존재하지 않기에 평생에 걸쳐 이를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 데에 착안하여 푸코가 논한 개념입니다. 이 책 역시 기독교의 억압적 정치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과 관계 맺는 방식을 부단히 갱신해간 저자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리베카 솔닛의 『 길 잃기 안내서』에 나오는 문장이 있는데요. “어떤 사람은 그 집을 불태워야 하고, 자기만의 땅을 찾아야 하고, 맨땅에서부터 새로 지어야 한다.”라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제는 누구에게나 평생에 걸쳐 주어지는 것이라고도요. 그것을 종교와 가족이라는 강고하고 거대한 체계에 맞서 격렬하게 겪어온 경험에서 출발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글을 쓰다가 너무 읽고 싶어진 나머지 장바구니의 주문하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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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 지음, 창비, 2026
곧 추석입니다. “우와 연휴다~” 하는 기대감만 드는 게 아닌 이유는, 마냥 편하게 있을 수만은 없는 가족/친척들과의 만남에 대한 부담 때문일 거예요. 물 없이 콩송편만 10개 먹은 듯한 상황에 얼마나 맞닥뜨리게 될 것인지…… 생각만으로도 가슴 한쪽이 답답해지는데요. 우리의 소통은 왜 매번 이렇게까지 실패하는가! 도대체 왜 우리는 귀를 막고 입만 여는가! 그렇다고 소통 전면 거부를 선언하기도 어려운 관계일 때 괴로움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말할수록 억울하고 외로워지는 당신을 위한” 이 책을 읽으면 1년 중 ‘소통 불가능성’이 가장 크게 꽃피는 명절을 앞두고 적절한 대비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골라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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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름 지음, 봄알람, 2026
명절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갈등의 씨앗, 바로 제사. 간수록 간소화되고는 있다지만 매년 설과 추석마다 어김없이 터져나오는 비명들을 듣고 있으면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저는 운이 좋아 각종 명절 노동에 적극 동원되는 인력풀에 속하지 않는데도 그 시기가 되면 고조되는 긴장감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보았습니다. 종가의 삼대 여자들이 힘을 합쳐 “불합리한 노동과 서로에게 불쾌한 강요, 그것이 영원히 반복되는 세계“의 상징물인 제사를 어떻게 폐했을지 궁금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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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의효능 지음, 빅피시, 2026
어두운 시나리오를 계속 그리고 있었더니 벌써부터 피로해지네요…… 그저 누워 있고만 싶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골라보았어요. 만화 『 아 지갑놓고나왔다』, 「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로 잘 알려진 미역의효능 작가님의 에세이입니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 날에도 다시 일어나기 위한 생존 기술 ’을 이야기한다는데요. 저도 이 레터를 읽는 여러분도 다가오는 명절에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 누워 있고 싶은 만큼 드러누워 있기를, 읽고 싶었던 책이며 영화며 드라마며 잔뜩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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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라 재니스 지음, 이승연 옮김, 현실문화, 2026
최근에서야 영화 「차우」를 보게 되었는데요. 2009년에 개봉한 이 영화에서 제게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덕구라는 소년을 (반강제로) 데려다가 아들로 삼은 덕구 엄마 캐릭터입니다. 길게 풀어헤친 머리에 불쑥불쑥 등장하는 이 ‘미친 여자’를 보며, 멘헤라의 시대가 당도했지만 우리에게도 저런 토종 미친 여자의 전형이 있었지,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만화 『야, 이노마!』의 ‘광년이’를 기억하시나요?) 『미친 여자들의 집』은 공포 영화 속 미친 여자들만 모아서 탐구한, 무려 1328쪽에 달하는 벽돌 책입니다. 공포 영화 속 여성의 광기를 저자가 겪은 폭력과 트라우마들에 비추어 비평합니다. 그렇기에 그 분량만큼이나 마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닐 듯해요. 하지만 미친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만큼이나(혹은 그보다 더) 자신의 삶과 스크린 속 여자들의 삶을 함께 엮어내는 저자의 글쓰기가 궁금해져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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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미 류쥬 지음, 차은정·손성규 옮김, 후마니타스, 2026
인류학자로서 자기가 선 땅을 써 내려간 ‘땅 시리즈’처럼 인류학자가 되어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쓴다는 것의 의미를 담은 멋진 인류학 책들이 쏟아지는 나날이에요. 저만의 인류학 서가(서가까지는 아니지만요.)에 나란히 꽂아두고 싶은 인류학 시리즈 ‘실뜨기’의 첫 책입니다. 저자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남태평양의 말레이타섬으로 향합니다. 산호를 쌓아 만든 인공 섬에서 살아가는 바다 사람들 ‘아시’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서구인이 ‘미개한’ 비서구인의 삶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한 인류학은 식민 통치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학문이 발달하며 연구 대상은 내부와 도시, 비인간 등에 이르는 식으로 바뀌어 왔는데요. 저자는 되레 초기 인류학이 주목했던 이국으로 향한 것이죠. 타자를 어떻게 쓸 것인가, 라는 인류학의 오랜 질문에 저자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동일본 대지진과 아시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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뎡야핑 지음, 리시올/플레이타임, 2026
최근 날카로운 글들을 발굴해 ‘진’의 형식으로 펴내는 출판물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그 흐름을 면밀하게 좇고 있지는 못하지만, 가장 최근 제 눈에 들어온 것을 하나 고르자면 바로 『연대자의 윤리』입니다. 저자 뎡야핑 님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활동가로서, 20년 넘게 한국 사회에 팔레스타인의 목소리를 전하는 활동을 해온 분이세요.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이로서, 연대자들을 만나는 이로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우리가 되기를 촉구하는 이로서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과 우리”의 문제를 지금 이곳의 시좌에서 쓴 글이 담겨 있어요. 왜 우리와는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팔레스타인에 연대해야 하는 것이냐, 하마스가 나쁜 거 아니냐, 같은 질문에 대응하는 해법이 담긴 실용서로도 무척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의 효용을 의심하느라 무력감에 빠지지 말고 팔레스타인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늘리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돌보자고 제안합니다.”라는 출판사의 소개 글이 마음을 울려요. 구입은 이곳에서 할 수 있습니다. 언제 판매가 마감될지 모르니 하루빨리 구입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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