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야 사츠키·구마가야 신이치로 지음, 유기훈·안병은·봉성균 옮김, 이용표 감수, EM실천, 2025
구마가야 신이치로는 다른몸들의 국제 강연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뇌성마비를 가진 장애 당사자이자 의사, 연구자로서 장애와 의존, 자립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주었는데요. “의존처를 늘려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단독 저서 『재활의 밤』과, 자신의 파트너인 아야야 사츠키와 함께 쓴 이 책이 비슷한 시기에 번역·출간되어 반가웠습니다. 구마가야 신이치로는 ‘당사자연구’를 해온 연구자로서 장애 당사자의 인생 이야기가 연구 대상이라고 여겨왔는데요. 이 책에서는 아스퍼거 진단을 받은 아야야 사츠키의 이야기가 연구 대상인 듯합니다. 자폐인들은 비자폐인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감각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요. 당사자의 언어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몸과 세계, 관계 맺음에 관해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를 묻는 책입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장 「‘소외된 존재들’끼리의 이어짐: 공동 저작에 관하여」이 유독 궁금해져요. 자폐인과 뇌성마비 당사자는 어떻게 관계를 맺었을지, 그리고 함께 씀으로써 관계 맺는다는 것은 무엇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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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빈드 나라야난·사야시 카푸르 지음, 강미경 옮김, 윌북, 2025
AI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가요? 막 챗GPT가 세상에 공개되고 하나둘 생성형 챗봇을 사용하기 시작할 무렵, 모두가 경탄하는 이 기술(상품)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던 기억이 나요. 이런 고민 속에 저 같은 무지렁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AI 뉴스를 소개해주는 ‘AI 윤리 레터’를 받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 『AI 버블이 온다』는 한국에서 출간되기 전부터 AI 윤리 레터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의 원제는 ‘AI Snake Oil(AI 뱀기름)’로, 동명의 뉴스레터를 발신하던 두 저자가 함께 썼어요. ‘뱀기름’은 옥장판처럼 입증된 효능이 없지만, 그 효능을 과장해 판매하는 허위 상품을 일컫는 말인데요. AI가 세계를 혁신할 것이라는, AI가 인류를 멸종시킬 것이라는 입증되지 않은 예언(?)과 달리 AI가 “그냥 기술일 뿐”이라는 주장이지요. 그렇게 AI를 바라볼 때에 AI 산업을 둘러싼 과장된 마케팅을 걷어내고 AI를 바라볼 수 있다는데요. 동료들과 함께 읽어보고 기술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이야기 나누고 싶어지는 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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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비숍 지음, 이주혜 옮김, 봄날의책, 2025
요즘 검토하고 있는 원고에 엘리자베스 비숍의 시 「사람-나방(The Man-moth)」가 자주 인용되어 담아보았어요. 엘리자베스 비숍은 생후 8개월에 아버지를 잃고, 5세에는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진짜 집’이랄 곳 없이 떠돌며 유년기를 보냈다고 해요. 사후에 레즈비언 정체성이 드러났고, “남성 시인의 정전에서 인정받은 소수적 ‘예외적’ 여성으로서만이 아니라, 여성이자 레즈비언 전통의 일환으로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에이드리언 리치에게 평가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 책에는 비숍의 거의 모든 작품이 담겨 있다는데요. 차근차근 곱씹으며 비숍이라는 사람의 생에 접속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숍이 인용된) 『상실과 발견』의 한 구절을 덧붙여봐요.
“이런 감탄스러운 태도는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이 ‘잃어버리기 기술’이라 부른 것과 비슷하다. 이 표현은 내가 늘 아껴온 시, 구절구절마다 잃어버리기에 대한 가장 유명한 헤아림을 담은 「하나의 예술One Art」에 등장한다. 이 시에서 비숍은 열쇠나 시계처럼 사소한 물건을 분실하는 일은 우리가 더 심각한 걸 잃어버리는 일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라고 말한다. 비숍의 경우, 더 심각한 것이란 두 도시, 하나의 대륙, 그리고 이 시를 바친 연인이었다.” —28~29쪽, 『상실과 발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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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해킹 지음, 최보문 옮김, 바다출판사, 2021
오래전 친구에게 듣고 흥미로워했던 기억이 있는 책인데, 얼마 전 트위터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 김에 저장해두었습니다. 황량한 폐허 같은 풍경 속에서 홀로 걷는 인물이 그려진 표지와 어우러지는 제목이 매력적인 책이에요. 19세기 말 유럽에서 잠깐 유행했다 사라진 정신질환에 대해 다루는 책입니다. 1887년 프랑스의 한 가스정비공 환자를 통해 처음 알려지고 1909년 마지막 환자를 끝으로 의학사에서 사라졌다니, 약 20여 년간만 존재했던 병인 셈이지요. ‘강박적인 여행 욕구’를 특징으로 하는 이 정신질환은 평범한 남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얼마 후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부랑자의 모습으로 발견되어 자신의 여정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철학자 이언 해킹은 이 이상한 병을 탐구하며 어떻게 정신병이 갑자기 생겨났다 사라질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모든 병은 그 시대가 안고 있는 풍경을 보여주는 거울이지만, 정신질환은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상을, 그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가하는 압력을 드러내주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질환의 ‘사회적 벡터’를 추적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궁금해지기도 했고, 일레인 쇼월터의 추천사에 등장하는 “이야기꾼의 재능과 천연덕스러운 위트”라는 표현에도 마음이 동했어요. 아쉽게도 지금은 절판이 된 것 같은데, 도서관을 찾아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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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솽쯔 지음, 김이삭 옮김, 마티스블루, 2025
출간되기를 기다렸던 책입니다. 번역자인 김이삭 선생님이 SNS에서 여러 번 말씀하시는 걸 보면서 무척 궁금해했던 『타이완 만유록』의 한국어판이에요. 근래 몇 년간 한국에서 대만 소설 열풍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만의 많은 좋은 작품들이 소개되고 또 읽히는 흐름이 있었는데요. 마침 저도 비슷한 시기에 대만이라는 나라에 푹 빠져 있었거든요. 대만의 서점을 여러 번 방문할 때마다 매대에서 마주치게 되었던 소설이기도 해요. 책은 20세기 초 타이완을 배경으로 하여 타이완에서 1년을 보내게 된 일본 여성 소설가와 타이완 통역가 여성 사이의 관계를 그리는 동시에 음식을 경유하여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한다고 해요. 대만은 한국과 식민시기를 공통적으로 경험한 동시에 한국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다층적인 식민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회라고도 생각하는데요. 식민주의와 젠더와 정체성과 언어 같은 경계들을 넘나드는 이 소설이 많이 궁금해졌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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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지음, 산지니, 2025
아시아 지역연구 분야에서 뚝심 있게 좋은 책을 출간하고 있는 고마운 출판사, 산지니에서 또 관심 가는 책이 나왔기에 담아보았어요. 최근 아시아 각국에서 민주화를 향한 요구와 움직임이 점차 거세어지고 있다는 것을 많은 독자분들도 알고 계실 거예요. 태국의 경우도 몇 년 전 일어났던 대규모 시위가 많이 보도되어 알려졌었고요. 저자는 태국의 여러 청년을 만나 직접 인터뷰하며 이들이 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태국 민주주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듣고 기록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무척 익숙한 관광지로 심리적 거리가 그리 멀지 않지만, 한편 한국과는 아주 다른 역사와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는 태국의 동시대 사회를 이해하기에 좋은 자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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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털리 호지스 지음, 송예슬 옮김, 문학동네, 2025
몇 해 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것을 보고 번역본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어요. 저자는 다섯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배우고 전문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 오랜 시간 노력한 한국계 미국인 여성입니다. 그런데 끝내 결국 자신이 솔로이스트는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활을 놓았다고 해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음악에 바쳤던 삶은 무엇이 되는 것일까요? 지나간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저자는 양자역학, 평행우주 등 과학의 영역으로까지 관심을 확장해 자신의 삶에 대해, 음악과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요. 음악이라는 예술과 과학이라는 객관적 도구로 삶과 시간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시도도 멋지지만, 무언가에 간절히 매달렸지만 어쩐지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크게 공감하게 되었어요. ‘전주곡‘으로 이름 붙은 서문의 마지막 문장에서부터 눈물이 콸콸콸…… “나는 과거에 품었던 야심이나 욕망을 되찾지 못할 것인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바란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과거와 다르고 좀더 확장적인 방식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 한다. 과거를 바꾸고 싶으면, 아마도, 과거를 써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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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환회 지음, 북바이북, 2025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곳으로 출근해 비슷해 보이는 일을 해도 집중하게 되는 질문은 그때그때 다르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지 가장 많이 고민하는 시기도 있고, 어디 가서 무엇을 보고 들어야 좋은 책이 될 사람과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일 때도 있습니다. 최근 가장 많이 떠올리는 질문은 (한참 이런저런 말들을 썼다 지운 끝에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길 포기) 어떻게 하면 많이 팔 수 있을까, 입니다. 책타래에 삿된 욕망의 등장이라…… 매일 돈을 세다 지쳐 잠들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는 것은 아니라고 믿어요.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반비라는 좋은 이름을 지키면서 저도 동료들도 안정감을 갖고 즐겁게 책을 만들고 소개하기 위한 안전망이 무엇일까 궁리했을 때, 지금의 제가 다다르게 되는 대답은 결국 ‘많이 판다‘더라고요. 그래서 독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서점일 교보문고 MD님이 직무와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내셨다는 소식에 헐레벌떡 장바구니에 담아보았어요. 팔리는 책의 비밀…… 알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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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혜 지음, 책깃, 2025
좋은 상품은 무엇보다 좋은 기획에서 탄생하는 법. 그래서 요새는 기획과 관련된 책이 눈에 확확 들어옵니다. 『되는 기획』은 가장 최근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에요. ‘되는 기획‘이라니, 제목에서부터 갈증을 확 풀어주리라는 기대감이 아주 커지지 않나요? 아모레퍼시픽 HERA 유튜브 채널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PD님의 경험을 담은 책인데요, 최근에는 다른 업계에서도 적극 레퍼런스와 배울 점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던 터라 더더욱 반가웠습니다. 다 읽은 뒤 저 역시 세상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좋은 책으로 만들어 전국 방방곡곡 집집마다 한 권씩 꽂혀 있게 퍼뜨리는 날을 꿈꾸며 장바구니로 담아보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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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와 돌봄이 만날 때〰️
『나이 들고 싶은 동네』를 쓴 유여원·추혜인과🏡
『휘말린 날들』, 『돌봄이 이끄는 자리』를 쓴 서보경이 이야기합니다.❣️
진정으로 보살피는 의료, 돌봄이 흐르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실마리를 함께 살펴봐요.
🖤일시: 2025년 12월 11일(목) 19시 30분
🖤패널: 유여원×추혜인×서보경
🖤진행 방법: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웹세미나
🖤신청: 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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