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고 싶은 동네』에 나오는 사람들은 지역을 거점으로 서로를 돌보고 돌봄 받는 ‘돌봄의 생태계’를 이뤄냅니다. 이들은 함께 운동하며, 나답게 살아가고 죽기 위한 대화를 나눕니다. 아픈 이웃은 돌아가며 함께 돌보고, 인지증 당사자도 쉬어갈 수 있는 마을 카페를 운영합니다. 당장 이들처럼 실천하고 싶지만 이런 물음이 머리에 떠오르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같은 돌봄 공동체가 없는 동네에서는?’ ‘내성적인 사람도 돌봄 공동체를 꾸리거나 속하려면?’(곧 열리는 북토크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가세요! 자세한 내용은👇👇😏👇👇)
누구나 그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돌봄이 타자와 관계를 맺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은 아닌가 싶어요. 돌봄을 줄 이와 돌봄을 받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서 주고받을 수 있는 돌봄 역시 그 성질이 달라지고, 그만큼 자신과 타자에 대해 알아가고 성찰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잖아요. 늙어가는 배우자를 손수 돌보기 위해 정년퇴직을 하자마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저희 아버지와, 반려동물 돌봄 앱으로 방문돌봄 서비스를 구매하는 저 사이에 놓인 거리처럼요. 무수히 많은 존재의 수만큼 돌봄의 형태도 무수하게 다양해야 한다는 깨달음 앞에서, 독자들을 돌봄의 풍경으로 이끌며 돌봄을 다르게 그려보게끔 돕는 세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싶어요.—편집자 my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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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고 싶은 동네』의 저자들은 말합니다. 내가 받고 싶은 돌봄과 내가 줄 수 있는 돌봄은 어떤 것인지 고민해보자고요. 그래야만 나답게 살기 위해서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알아갈 수 있다고요. 하지만 내 인지능력이 저하되었거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라면요? 그때도 ‘나’로서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요? 반대로 상대를 온전히 존중하는 보살핌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돌봄, 동기화, 자유』를 쓴 저자는 노인요양시설 ‘요리아이의 숲’을 운영합니다. 먹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산소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의사를 표하는 이들 어르신 입소자들을 개별적인 인격으로 존중하며 돌보기 위해, 저자는 우선 나이 듦, 즉 노화가 불러일으키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적극적으로 동기화하고자 합니다.
“자유롭지 않게 된 몸은 나에게 새로운 자유를 가져다준다. (……)
몸이 점점 자유롭지 않게 되면서 사회의 개념적인 것에서 점점 자유로워지는 과정이 늙는 것이라고 한다면, 노쇠의 세계란 과연 어떤 곳일까.
그곳이 어떤 곳이든 ‘늙음’이란 ‘노쇠=기능 저하’라는 등식에 전부 담을 수 없는 생기 넘치는 과정이다. 호들갑스럽게 말하면 번데기 속에서 몸이 걸쭉하게 녹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듯한, 그런 역동적이고 극적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64~65쪽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돌봄을 노동으로 행하는, 즉 돌보는 이의 자유를 강조하는 대목인데요. 돌봄이란 끊임없는 개입과 침투를 거치며 돌봄 받는 이도, 돌보는 이도 변화하는 과정인 셈이라는 거죠. 선의와 사랑, 배려의 감정을 넘어서 돌봄 자체를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바라보게끔 합니다.
“돌봄 현장에서는 그런 관계에서 태어나는 ‘나’의 작은 붕괴와 소소한 재생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나’의 붕괴가 어떻게 일어났고, 어떻게 재생할 수 있었는지, 혹은 어떻게 재생하지 못하고 끝났는지를 자신의 말로 이야기하는 것이다.”—25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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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정의(Disability Justice)란 백인 중심적인 기존의 장애인권운동에서 벗어나 인종과 젠더, 섹슈얼리티의 계급 등을 교차하는 지점에서 끌어올린 운동이자 관점입니다. 비장애중심주의가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퀴어혐오 등과 함께 맞물려 함께 작동함을 인지하고, 그렇기에 “그 누구도 뒤에 남겨놓지 않고 함께 움직”(38쪽)이는 해방의 전략이지요. 이 책의 원제는 ‘돌봄 노동: 장애정의 꿈꾸기(Care Work: Dreaming Disability Justice)’입니다. 타인의 돌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프고 장애가 있는 이들을 돌봄의 주체로 재호명하는 동시에, 비장애중심주의적으로 구성된 주류 돌봄에서 벗어나 선주민 및 흑인, 브라운, 퀴어 및 트랜스, 빈곤층, 성노동자 등 주변화된 몸을 엮어내는 돌봄망을 상상하고 실천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그저 그 회의에 무사히 참여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우리는 강력한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면서, 우리는 휠체어 사용자, 지팡이 사용자, 느리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구성된 크고 느린 무리를 꾸려 회의장을 굴러다녔다. 우리 대부분이 겪곤 했던 고전적인 비장애-신체 중심적 회의 경험 대신에, 즉 비장애-신체를 가진 이들이 자신들의 비장애-신체 중심적 속도로 걸어가면서 우리가 두 블록이나 뒤처져 있거나 혹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그런 경험 대신에, 우리는 가장 느린 사람에 맞춰 느리게 걸어가면서 서로를 저버리기를 거부했다.”—88쪽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게 이 책은 저자가 경험으로부터 길러낸 돌봄 노하우로 가득한 ‘실용서’처럼 읽히기도 했습니다. 돌봄망이나 돌봄 집단을 꾸릴 때 주의할 점이나, 만성적으로 아픈 예술가가 순회공연을 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조언, 퀴어 공동체와 생존에 관한 이야기 등. 접근성은 말할 것도 없고요. 어쩌면 이 책 자체가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돌봄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쓰기와 읽기 행위로 결성된 유동적이고 일시적인 돌봄 공동체 안에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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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모든 사람이 의료 서비스를 누리게끔 하는 보편적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국가입니다. 의료인류학자인 저자는 태국 치앙마이 근교에 위치한 반팻 병원에 머물며 생명정치의 틀을 통해 공공의료와 돌봄, 국가권력의 역학을 들여다봐요. 의료인류학과 현장연구, 생명정치와 국가권력 등 언뜻 어렵게 들릴 수도 있지만, 막상 책을 읽다보면 돌봄이 그 무엇보다도 사람의 일임을, 감정을 나누는 일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치료비를 낼 여력이 되지 않는 환자에게도 외상으로 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진, 병실과 대기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 출산을 앞둔 미등록 이주민,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영혼을 위해 제를 올리는 사람 등 공공 의료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에 귀 기울임으로써 저자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돌봄의 회로에 함께 휘말리기를 택합니다.
“끄렝 짜이를 느낀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고마움의 뒷면이라고 할 수 있는 끄렝 짜이는 공공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표현으로, 사실 의미가 매우 복잡한 말이다. 일상적인 태국어 표현이지만 모국어 사용자가 아닌 많은 이들이 번역에 애를 먹는데, ‘영향력 있는 사람들 앞에서 느끼는 당혹감’, ‘배려심’.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겸손과 존중의 태도’ 등으로 풀이된다.”—110쪽
무상 의료 혹은 공공 의료가 권리가 아닌 ‘선물’로서 주어질 때, 민간 병원에 갈 여력이 없어 공공 병원에서 돌봄을 “주는 대로 받아야만 하는”(112쪽), 선택권이나 결정권이 없는 환자(혹은 돌봄/의료 수혜자)가 느끼는 ‘갚을 수 없는 빚’과도 같은 복잡한 감정을 ‘끄렝 짜이’로 표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끄렝 짜이를 느끼는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종속적 위치에 두지는 않아요. 이는 의존적인 상황에서도 자존감과 존엄을 잃지 않으려는 방식이며, 이는 국가와 사회에 돌봄을 이끌어내는 표현으로 이어지지요. 돌보고 돌봄 받는 풍경 속에서 돌봄의 힘은 결국 모두의 삶에 잠재해 있음을 깨닫게 되어요.
“태국 국민인 르언과 샨 이주민인 피이는 국적과 시민권의 여부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달랐지만, 그저 내쳐지기보다는 이 불완전한 지원의 영역에 어떻게든 한 발이라도 얹겠다는 굳은 마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받아야 하는 수동적 상태라고 하더라도 기다림 속에 자신을 내어놓음으로써, 필요를 끈질기게 알림으로써 버티어나갔다. 이들이 보여주는 돌봄을 이끌어내는 힘이야말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서 국가의 지원과 사회적 지원이 구체화되는 중심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애씀은 상호 의존이 그저 주어진 상태가 아니라 분투의 한 형식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12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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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마을 만들기의 기쁨과 슬픔🏘️
여성주의 의료협동조합, 그게 대체 뭔데?🤔
내향인도 돌봄 공동체를 꾸릴 수 있을까?🤔
대체로 보람차겠지만, 아주 가끔은 협동이 지리멸렬하지는 않을까?🤔
그 밖에 끝없이 쏟아지는 에피소드들😏
……
『나이 들고 싶은 동네』를 쓴 두 저자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요.
〰️일시: 2025년 11월 14일(금) 저녁 7시 30분
〰️장소: 구립구산동도서관마을 3층 힐링캠프(서울특별시 은평구 연서로13길 29-23)
〰️참가비: 무료
〰️신청 기간: 2025년 11월 12일(수)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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