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리드 지음, 박소현 옮김, 글항아리, 2025
‘드디어 출간되었구나!’라는 마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책들이 있지요? 저에게는 이 책이 그런 책이에요. 번역자 박소현 선생님이 이러이러한 책을 번역하고 계신다는 걸 들은 것이 벌써 몇 년 전인 것 같은데요. 그때 이 책과 관련한 이야기 중, 교역의 시기 동남아시아에서 여성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활동했다는 지점이 특히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16~17세기 세계사를 말할 때 지역적으로 아주 중요한 배경인데도 한 번도 중심적으로 이야기된 적은 없던 동남아시아사를 한데 꿴 책이라는 점에서도 궁금했고요. 20여 년에 걸친 연구, 976쪽의 분량, 목록만 70여 쪽에 이르는 참고문헌이라니, 저자도 역자도 편집자도 얼마나 공을 들여 완성한 책일지 차마 가늠하기도 어려운데요,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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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 지음, 윤조원 옮김, 문학동네, 2025
『젠더 트러블』의 주디스 버틀러가 처음으로 쓰는 대중적인 단행본이라고 해서 저도 욕심을 냈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던 책이에요. 검토를 하던 당시보다도 더 시의적이고 긴급하게 다가오는 책이 되었다고, 아니 그런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버틀러는 이 책에서 반젠더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그런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파시즘과 연동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를 다룹니다. 젠더를 공격하는 이들의 주장,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배제가 결국은 우리 모두의 삶을 ‘살 만하지 않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이 제가 근래에 갖고 있는 두려움인데요. “버틀러의 저작 중 가장 접근하기 쉽다.”라는 리뷰도 있는 만큼, 많은 이들이 읽고 이야기했으면 하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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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인허 지음, 김순진 옮김, 아르테, 2020
작년에 여행을 갔다 우연히 한 중국 여성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제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뜻밖에도 가장 먼저 나온 화제가 한국의 페미니즘이 지금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중요한 참조점이 되고 있다, 한국의 여성주의 책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는 이야기여서 신기했습니다. 한국 문화가 국제적으로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도 있겠지만, 동아시아 여성들의 삶이 서로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부터 아주 위험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는 중국의 1세대 페미니스트 리인허의 책입니다. 중국은 종종 전체주의적인 ‘검열의 나라’로 소환되고, 사회운동에 대한 탄압도 잘 알려져 있기에 페미니즘 역시 예외는 아니리라는 짐작을 하게 됩니다. 한편 지표상으로는 한국보다 성평등한 수치를 보이는 사회이기도 한데요. 한국과는 아주 다르면서도 아주 유사하기도 한 이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라는 기대로 담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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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스위셔 지음, 최정민 옮김, 글항아리, 2025
'환풍구를 통해 기업 내부에 잠입한 게 아닐까' 의심받을 만큼 실리콘밸리의 최전선에서 모든 것을 보고 듣는 저널리스트의 디지털 혁명 연대기입니다. 트위터의 머스크,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아마존의 베이조스 등 테크업계의 이상주의자들이 어떻게 '과잉 교배된 푸들로 바뀌어가는지' 날카롭고도 재치 있게 풀어나간다고 해요.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되어 아주아주 큰 반응을 불러모았는데, 한국어로도 빠르게 소개되어 기쁘고 반가웠어요.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읽고, 바꾸고, 망가뜨리나"라는 부제에서 제 눈에 콱 박힌 부분은 "망가뜨리나"였습니다. AI가 무서운 속도로 밀려드는 지금 우리의 앞날이 그저 장밋빛일 것이라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요. 디지털 혁명의 연대기를 통해 AI 혁명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장바구니에 넣어보았습니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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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지 워터하우스 지음, 김희정 옮김, 어크로스, 2025
영국 공공 의료 기관 NHS 정신과 의사 벤지 워터하우스가 우울증을 진단받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길어올린 상실과 회복, 삶의 복잡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역시 작년 영국에서 출간되어 호평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번역본을 기다렸어요. 정신과 의사이자 우울증 환자로서 한 인간이 겪는 고뇌와 딜레마, 절망과 희망, 무너진 마음을 소생하려는 노력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는데, 책 소개와 독자평에서 '(블랙)코미디', '유머'가 자주 언급되더라고요. 저자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기도 하다는데, 웃음을 섞기 쉽지 않은 주제로 이야기하며 아슬아슬한 선을 어떻게 잘 탔을지도 궁금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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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지음, 비아북, 2025
온다네~ 또 온다네~ 이다 작가님 신작 온다네~ 지난여름 저와 동료들은 『이다의 도시관찰일기』 덕분에 뜨겁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 신작 소식이 들려와 반갑게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이다 작가님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개그와 유머를 섞어 경험을 풀어주는데, 그 대상이 이제껏 내가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조차 없는 것일지라도 따라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나도 저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대상이 일상적인 것일 때 더 소중해지는데, 그래서 이번 책이 더더욱 기다려져요. 읽고 나서 또 생각하게 될까요? 나 이런 거 좋아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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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드 아마리·아다니아 쉬블리·무리드 바르구티·아이샤 오디·자밀 힐랄·하싼 하데르·주하이르 아부 샤이브·알리 제인·유시프 알자말·나이루즈 카못·오마르 그라옙 지음, 자카리아 무함마드 엮음, 오수연 옮김, 아시아, 2014
돌아오는 10월 7일은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2년이 되는 날입니다. 700일 넘게 학살이 이어지며 집계된 사망자 수만 6만을 넘겼는데요. 소셜미디어의 타임라인 속 사진과 영상(끔찍하다는 말로도 부족하기에 모두가 알아야 하는)을 보고 있으면 책을 읽고 만드는 일상이 무력하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책을, 그것도 팔레스타인에 관한 책을 읽어나가야지 다짐하게 되는 건 얼마 전 가자 지구에 있는 ‘사미르 만수르 서점(Samir Mansour Bookshop)’이 올린 게시글 덕분입니다. (거친 기계 번역을 따르자면) “도서관 근처 폭격 뒤 피해 흔적. 그러나 책은 여전히 말이 전쟁보다 위대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렇게 집어든 책입니다. 한국에는 『사소한 일』로 소개된 아다니아 쉬블리,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를 쓴 무리드 바르구티 등 열세 명의 팔레스타인 작가가 쓴 산문집인데요. 10년도 전에 쓰인 역자의 말이 오늘날에도 상통하는 듯합니다. “이스라엘은 자기가 살기 위해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를 이렇게 장벽으로 포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가자 지구를 이따금 공습하여 때마다 1천 명 이상을 죽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2004년에 우리가 살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1만 2천 년 동안 인류는 많은 말을 해왔지만, 지금까지도 어쩔 수 없다는 이 말을 되뇌고 있다. 이제는 다른 말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다른 말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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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퍼드 기어츠 지음, 김병화 옮김, 문학동네, 2014
출판사 코라초의 홈페이지를 보고 알게 된 책입니다. 제목부터 흥미로워서 찾아보니, 레비스트로스, 베네딕트 앤더슨 등 인류학 거장이 쓴 민족지를 통해 인류학 특유의 글쓰기에 관해 고찰하는 책이라고 해요. 저자는 “인류학을 문학적 측면에서 바라보는”데요.(인류학 민족지가 지닌 문학적 성격에 주목한다는 데서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문학적 상상력을 활용한 인류학 저술이 다른 세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열어준다면, 인류학은 여전히 생명력을 지닐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나와 “무척 다르지만 서로 무한히 관련되어 있는” 존재들과의 대화를 가능케 하는 작업이라는 말인데요. 그렇다면 인류학이란 나와 ‘다르지만 무한히 관련된’ 동료 시민들과의 대화가 절박한 지금 시점에 꼭 필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을까요? 더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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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혜 지음, 워크룸프레스, 2024
연극은 잘 모르지만, 어쩌다 보니 3년 연속 변방연극제가 열릴 때마다 연극을 한 편씩 보고 있어요. 올해는 극단 ‘춤추는허리’가 공연한 「퇴장하는 등장 2」를 봤습니다. 장애여성 인권운동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서 창단한 극단인 만큼, 이 공연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지닌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무대 사면에는 대사와 지문이 뜨고 이를 배우들이 자신의 몸과 말로 읽어내는데요. 매트리스를 타고 바다를 떠도는 퀴어 청소년의 이야기가 때로는 매끄럽게, 때로는 천천히, 어떤 음절은 누락되고 덧붙여지며 장애여성의 몸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꾸만 막히고 미끄러지고 부딪치는 말을 더 읽고 싶어졌습니다. 문득 극을 쓴 구자혜 연출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져서 이 희곡집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표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은 ‘델마 혹은 그로토프스키’라는 긴 이름의 개가 실종된 뒤의 이야기라는데요, 다가오는 10월을 기해 친구들과 함께 소리 내어 읽어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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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 재미있게 읽고 계신가요?
책에 대해 이야기할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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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기념 온라인 북토크💻
일기를 책으로 펴낸 두 작가가 일기 쓰기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바로 오늘 저녁이에요!👀
🖤일시: 2025년 9월 23일(화) 19시 30분
🖤진행 방법: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웹세미나
🖤패널: 심미섭×이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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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기념 오프라인 북토크🍸
유머에 일가견 있는 두 레즈비언 작가가 만났습니다.
칵테일을 마시며 사랑과 투쟁, 복수를 함께 도모해요.😘
🖤일시: 2025년 10월 1일(수) 19시 30분
🖤장소: 문학살롱 초고(서울시 마포구 독막로2길 30 지하)
🖤패널: 심미섭×금개
🖤인원: 25명
🖤신청: 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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