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레즈비언 연애, 데이팅 앱, 진보 정치와 대통령 선거, 엄마 등 수많은 키워드를 담고 있는 이 책을 하나의 단어로 정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하나의 단어를 꼽아 보자면 ‘사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여자친구와 결별하는 ‘망한 사랑’으로부터 출발해, 엄마와 친구들, 진보 정치 그리고 내가 몸 담고 있는 세계에 이르기까지…… 사랑 없이는 해낼 수 없는 투쟁과 연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디자이너에게 처음 원고를 소개하며 ‘사랑’이 엿보이는 이미지들을 많이 건넸던 것 같아요.
둘, 확정된 제목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을 심미섭 작가에게 전했을 때 “인드라망이 떠오른다”며 좋아해 주었습니다. 불교 용어 인드라망은 마디마다 구슬이 달린 넓은 그물이 세상을 덮고 있으며, 이 구슬들끼리 거듭 서로 비추어 주는 관계가 끝없이 펼쳐지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즉 세상은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뜻하는 말이지요.
셋, 그렇다면 사랑에 얽매여 있(었)다는 공통점을 지닌 디자이너와 저자도 연결되어 있던 걸까요?(만난 적도 없는데?) 마치 약속한 듯, 책의 판형과 저자가 쓰던 일기장의 크기가 놀랍게도 일치하며 운명적인 표지 디자인이 탄생했는데요. 사랑과 일기 쓰기를 너무나도 뜨거운 디자인으로 엮어 낸, 사랑만능주의자가 읽은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 이야기를 함께 나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