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빨리 눕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귀갓길, 처음 보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맞아, 요새는 어디서나 소음이 문제라니까…… 나도 피치 못할 경우 늦은 시간에 세탁기를 돌릴 때가 있는데 이웃들에게 얼마나 미안한지…… 그럼그럼 앵무새도 조용히 해야지……. 엥? 앵무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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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가 얼마나 요란하게 떠들었으면 이런 안내문이 붙어? 대체 뭐라고 했길래? 창가에 있다가 누가 지나갈 때마다 욕이라도 했나? 떠드는 게 사람이 아니라 앵무새라는 건 어떻게 알았고? 여기서 지역경제과는 왜 나와? 안내문이 빵집 근처에 붙어 있던데, "그 집 빵 맛없다!"라고 계속 외쳤나? 신고를 받고 목소리의 근원지로 출동해보니 사람이 나와 억울함을 호소했다든가? “실은 제가 아니라 저희 집 앵무새가…… 흐흑!”
이렇게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도시 곳곳에는 기묘하고 웃기고, 때로는 사랑스러운 풍경들이 숨어 있습니다. 단지 멈춰 서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을 뿐이죠.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는 그 잠깐의 멈춤에서 발견되는 이상하고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을 담은 책입니다.
이번 책타래에서는 『이다의 도시관찰일기』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관찰의 감도가 조금 더 높아지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이 책들을 읽고 밖으로 나가면 평소에 잘 안 보이던 수상한 간판, 기묘한 경고문, 다정한 표정 들이 말을 걸어올지도 몰라요. 앵무새의 비밀을 아는 분이 있다면 제보도 꼭 부탁드립니다…….―편집자 만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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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이름에는 '컴퓨터'나 '컴퓨터크리닝'이라는 말이 들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컴퓨터가 내장된 세탁기로 정확하게 세탁해 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세탁소 이름에 이런 말을 넣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 무엇보다도 '콤퓨터'에서 '컴퓨터'로 외래어표기법이 바뀐 것이 두 간판 사이에서 확인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computer'의 외래어표기법이 지금처럼 '컴퓨터'가 아니라 '콤퓨터'이던 시절부터 그 세탁소가 영업했음을 알 수 있지요.”―『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 17~18쪽
트위터(현 X)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을 받았어요. 문헌학자인 저자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산을 발견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꼭 시간을 내서 멀리 떠나거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문헌학자의 시선으로 도시 곳곳을 들여다보는 일이 일상을 바꿔 놓는 탐험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추천해주신 분의 말처럼 “<현대를 고고학적>으로 탐구하는 시선이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어” 보여요. '왜 저 건물이 거기 있을까?', '이 동네엔 어떤 역사가 있었을까?' 같은 질문이 지금 살고 있는 도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 같습니다. 이다의 시선이 주로 지금 이 순간을 예민하게 포착한다면, 이 책은 지금을 만든 과거를 짚어가는 방식으로 관찰에 깊이를 더해줄 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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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물건에 정신이 팔리면 끊임없이 물건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것들이 제각각 얼마나 흥미로운지 그 인상만 남아 전체를 관통하는 질서는 망막에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노상관찰학 입문』, 34쪽
도시를 걷다가 뭔가 이상한 게 눈에 들어왔을 때 누가 뭐라고 하지 않으면 몇 시간이고 관찰을 할 수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노상관찰학 입문』은 간판, 굴뚝, 전단지, 맨홀, 심지어 건물의 파편까지, 길 위의 모든 것을 관찰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책이에요. 이들은 '거리를 걷다가 이상한 걸 주목해 관찰하는 독특한 취미'가 공통점인데요, 결국 '노상관찰학회'라는 단체까지 만들어버렸어요. 뭐든지 관찰 대상이 되고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붙습니다. 『이다의 도시관찰일기』가 일상의 풍경을 유쾌하고 다정하게 붙든다면, 이 책은 한층 더 기묘하고 집착적(?)인 시선으로 도시의 숨은 표정을 파헤칩니다. 일본 특유의 집요함에서 오는 쾌감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라면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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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고추잠자리를 봤다. 힘내라, 고추잠자리야! 러브버그를 처치해! 한 입도 안 된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빨간 고추잠자리는 모두 수컷이라고 한다. 원래는 노란색이나 주황색에 가까운 색인데, 번식 가까운 수컷만 꼬리만 빨개진다는 것이다. 앗, 그렇다면 잠자리도 지금 짝짓기 하기에 바쁜 시즌이라는 것…? 그래도 잠자리는 러브버그처럼 이틀 내내 붙어 다니지는 않으니 사냥할 시간은 있을 것이다.(제발 그러길 바란다.)”―『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 143쪽
도시가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게 느껴질 때는 이다의 또 다른 관찰 일기를 읽어보면 어떨까요?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는 이다가 도시를 관찰하기 전 나무와 풀, 새와 벌레를 따라다니며 기록한 첫 번째 관찰 노트입니다. 도시의 화단과 사람 대신 계절을 따라 움직이는 자연의 작은 생명들이 등장하고, 그들만의 웃기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무엇보다 고요한 장면들이 자연의 리듬에 맞춰 흘러갑니다. 『이다의 도시관찰일기』가 도시의 복잡한 풍경 속에서 이야기를 건져올린다면, 이 책은 조금 더 느긋한 시선으로 자연을 들여다봅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와 미스터리로 복작대는 도시에서 잠시 눈을 돌리고 싶을 때 차분히 산책 나가듯 펼치기 좋은 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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