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한별, 위고, 2025
작가가 누구든 이분 작업이라면 일단 관심이 간다, 고 생각하는 번역가가 있으신가요? 많은 분들이 머릿속에 ‘홍한별‘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거예요. 당연히 저 역시! 홍한별 선생님이 작심하고 번역에 대하여 쓴 에세이라니,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그것이 벌써 두 달 전이지만…… 책타래에서 외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어요! 이 참에 선생님이 우리말로 옮겨주신 반비의 책들도 외쳐봅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해방자 신데렐라』!!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도시를 걷는 여자들』!!!! 『하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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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숙·한지윤, 코난북스, 2025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의 한 꼭지 제목은 「기계 번역 시대의 번역가」입니다. AI 기술의 빠른 발전 앞에서 ‘이러다 언젠가 내 일자리도 AI에게 빼앗기는 거 아닌가‘라는 걱정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 번역가만은 아닐 테지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조금은 나이브하게 낙관하는 편이지만, 올해 들어 생성형 AI를 업무에 꽤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결과물에 그저 경탄했지만 의존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사이 심경이 갈수록 복잡해졌는데요. 비슷한 고민을 한 이들의 감정을 다룬 책이 나와 아주 반가웠어요. (고백하자면 이번 책타래도 챗GPT에게 쓰라고 해보면 어떨까 잠깐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 쓴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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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빈, 동녘, 2025
『눈부시게 불완전한』을 옮긴 하은빈 선생님의 첫 저서입니다. 작년 2월 책타래 번외편으로 선생님이 『의존을 배우다』를 읽고 써주신 리뷰 「자리 없는 이들의 자리에서, 언어 없는 이들의 언어로」가 소개되었었는데요, 동료에게 원고 파일을 공유받아 앞부분을 읽어내리다 금세 허리를 곧추세웠어요. 이것은 자세를 바로 하고 읽어야 하는 글이다. 감히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예기치 못한 아름다움이 곳곳에 박혀 있다고 느꼈어요. 이분이 꼭 본인의 책을 써주시기를 바랐던 것은 당연하고요.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쁘고 반가웠는지. 감사히 아껴 읽으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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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홍명교 옮김, 미디어버스, 2025
이 책을 이번 장바구니에 쓰기로 하고 나서 myy도 같은 책을 담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책의 소개는 myy가 해줄 것으로 기대하며……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저항적 선언문이라는 데서도 호기심이 들었지만, 책의 옮긴이가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의 저자 홍명교라는 사실 때문에 먼저 눈길이 간 책이기도 합니다. 동아시아 연대를 모색하는 활동가 모임 플랫폼C의 홍명교는 이 책에서 베이징에서 만난 젊은 저항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제게 그동안 알던 것과 아주 다른 동시대 중국의 풍경을 보여준 책이었거든요. 『탕핑주의자 선언』을 통해서도 억압적인 독재적 국가주의로만 재현되는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열망과 저항의 태도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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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서, 돌베개, 2024
근래 이주민과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공격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찾게 된 책입니다. 농반진반으로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이 얼마나 많은지 서울 사람들만 모른다.”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다문화 사회’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등장하고도 한참의 시간이 지났고, ‘단일 민족 사회’라는 인식이 일종의 허상이라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이주와, 이주민과 관계 맺는 방법을 잘 모르는 듯합니다. 이 책은 한국의 인종주의를 발생시키는 한국 사회의 제도와 구조, ‘인종 기획’에 관해 살펴봅니다. 이주민을 멸시하고 위험한 존재로 여기는 태도, 인간이 아니라 인력으로만 간주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이주에 관해 생각하는 데에 실마리가 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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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예나, 위고, 2024
위의 책과 이어지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자 고예나는 농촌의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자의 이야기에는 1990년대에 시작한 정부의 국제결혼 지원사업 같은 배경이 있습니다. “나는 엄마와 아빠의 결혼이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졌고, 따라서 나의 출생도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책은 스스로의 존재를 부자연스럽게 느끼는 감각, 남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감각, 나고 자란 땅인데도 언제나 타지에 있다는 감각에 관해서 쓰고 있다고 해요.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이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배경을 보여주는 책이라면,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는 그런 구조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개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끔 해주는 책이 될 것 같아, 나란히 장바구니에 담아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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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후마니타스, 2007
구미의 어느 불탄 공장 옥상에서 두 여성 노동자가 450여 일 넘게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이 이야기를 알게 된 건 김진숙 지도위원 덕분이었습니다. 기업의 정리해고에 맞서 크레인 위에서 300일 넘게 고공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소금꽃나무』는 몸을 무기 삼아 부정의한 세계에 맞서온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과 글을 모은 책입니다. (장바구니의 콘셉트와는 어긋나지만) 집회 장소에서 틈틈이 읽었는데요, 죽은 노동자에게 바치는 추모사가 실린 세 번째 장 ‘셋, 더 이상 죽이지 마라!’가 특히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2025년에도 여전히 죽는 이름 모를 노동자들이 떠올라서요. 언제쯤 우리는 우리를 죽이지 않고, 살게 하는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요?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죽지 않는 그리고 더 이상 갈라서지 않는” 미래를 꿈꾸며 책장을 넘겨보려 합니다. (책날개에 실린 에피소드가 인상적인데요. 출판사의 출간 제안에 “그따위 게 책으로 만들어 낼만큼 가치가 있는 걸까, 그따위 걸 책으로 만들어 내자고 나무를 베어 내도 되는 걸까”라고 반문했다고 해요. 생명을 해쳐가며 독자를 만나야하는 책이란 과연 어떤 책일까요. 『소금꽃나무』가 그런 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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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창비, 2009
토요일 집회에 참여했다가 우연히 ‘스크럼 짜기’라는 제목의 시 한 편을 받았습니다. 시 가장 아래에는 이렇게 쓰여 있더군요. 저항시클럽. 무얼 하는 곳이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사회운동으로서 시를 고민하는 곳으로, 송경동 시인과의 집담회까지 진행했더라고요. 때로 시는 난해한 것, 어려운 것으로 멀게만 느껴지는데, 대담 속에 소개된 송경동 시인의 시 「무허가」는 이상하리만치 지금과 가까운 이야기로만 느껴졌어요. 어느새 16년 전 일이 되어버린 용산참사를 다루는 이 시에는, 자본이 휘두르는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도 더 빼앗길 것 없어 몸으로 저항하는 아름다움과 쓸쓸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거든요. 언제나 집회 현장에서 외치는 구호는 주장하고 요구하기 위해 확신하는 단단한 언어로 구성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현장에서 내가 마주하는 질문과 망설임, 애달픔과 부딪힘은 들어갈 겨를이 없는데, ‘저항시’는 내가 몸으로 겪어낸 수많은 감정의 결을 그려낼 수 있지는 않나……. 노동자, 빈민, 장애인, 소수자 곁에서 저항하는 삶의 연약하고도 고결한 아름다움을 더 배우고자 이 책을 담아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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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홍명교 옮김, 미디어버스, 2025
3월 27일, 저는 반차를 내고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지연에 항의하는 행동인 ‘시민 총파업’에 참여하기 위해서요. 혼자서는 미약할 뿐인 개인들이 함께 일하지 않기. 그럼으로써 세상을 멈추기. 세상을 움직이는 주체는 우리라는 걸 보여준다는, 어찌보면 낭만적인 이 저항을 드디어 하게 되는구나 싶었답니다. 얼마 전 나온 이 책을 보고는 이때가 떠올랐어요. 우리의 총파업은 과연 세상을 어떻게든 움직였을까 하고요. ‘탕핑’은 ‘드러눕기’라는 뜻입니다. 탕핑주의자들은 드러누움으로써 세상에 저항하는 사람들인데요. 쉽게 말하자면 이들은 “분투하고 싶지 않고, 일하고 싶지 않”음으로써 ‘갓생’을 사는 삶에 반발합니다. “그저 먹고 마시고, 자고, 스마트폰을 하고 싶다는 것”이지요.(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책 이야기!) 그런데 눕기로 저항한다니? 게으른 자의 항변에 불과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잠시. 나 역시도 일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고, 운동하지 않고, 그저 누워 있고 싶을 뿐인데! 이 책의 일본어판은 『가난뱅이의 역습』을 쓴 마쓰모토 하지메가 펴냈어요. 소비하지 ‘않기’로 궁상스럽게 저항한 마쓰모토 하지메의 철학과 분투하지 ‘않기’로 저항하는 탕핑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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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의료에 대한 북토크🎤
“누구나 아프지만, 누구나 치료받을 수는 없다면?“
4월 21일 월요일 7시 30분,
인류학자 서보경과 《시사IN》 기자 장일호가 만나
'돌봄이 사라진 의료'가 만든 현실을 짚어보고
지금의 위기에 응답하는 의료는 어떤 모습일지 이야기합니다.
돌봄이 이끄는 의료란?
ZOOM에서 함께 이야기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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