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이 출간되고 나서 접한 가장 열띤 반응은, 아이를 키우는 동료들로부터의 반응이었어요. 신간이 나오면 늘 그렇듯 기대와 긴장이 섞인 채로 소개한 이 책의 “누구나 느끼지만 구체적으로 쓰지 못했던 감정과 경험”에 대한 열렬한 호응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고 있지 않기에, 이 책을 잘 만들 수 있을까, 잘 알릴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만들고 또 소개하면서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어요. 대부분의 책은 내가 모르는 세계를 이야기한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책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레슬리 제이미슨처럼 철저하고 구체적이고 솔직한 글쓰기는 ‘내가 모르는 세계’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지요. 그런 동시에 그 낯선 이야기 속에서 내 이야기의 조각을 발견하게 해주기도 하고요. 제게 이번 책을 만드는 과정은 그런 과정이었어요. 양육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양육과 창작에 대해 생각하기, 그것을 돌보고 돌봄 받는 나와 연결 짓기.
책을 만들면서 양육과 창작의 관계에 관해 공부하는 데에 도움을 얻은 책들이 있어요. 이 책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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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울리고 싶지 않아서, 베이비시터가 올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로 갔다. 베이비시터가 놀이터에서 아이의 주의를 끄는 동안 나는 몰래 도망쳤다. 아이를 울리지 않으려고 속였다. 아이가 울면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면서 일을 하는 게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너를 떠나서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다고/갈 수도 없다고”), 나는 몰래 도망쳤다.”―홍한별, 「아이를 버리고 도망쳤던 기억」, 『돌봄과 작업』
작가인 동시에 엄마로 존재하려 하는 여성 에세이스트의 책을 만들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책입니다. 이 책에 참여한 열한 명의 필자들은 모두 ‘작업’을 하는 동시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들입니다. 이들은 예술, 연구, 번역, 글쓰기 등 각자가 하고 있는 창조적인 일과 양육이 어떻게 서로 얽혀드는지를, 양육과 ‘엄마됨’을 둘러싼 온갖 편견과 신화와 사회적 요구와 어떻게 협상하고 또 그것들을 물리치는지에 관해 씁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매우 구체적이고 개별적이지만, ‘돌봄과 작업’이라는 말 아래에 함께 묶임으로써 이 주제에 관해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떤 결론이나 명료한 정리를 제공한다기보다는,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삼기에 아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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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 아버지의 삶이 예술가로서의 그의 삶을 어떻게 빚어 냈느냐고 플레빈에게 물을 때 나는 간절한 심정이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다른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그 누구라도 말해 주기를 바랐다. 내가 하드우드 마루에서 스티커를 떼면서, 플라밍고 인형들의 티 파티를 마련하며, 요람의 난간에서 기저귀 발진 방지 크림을 닦아 내며 살아가는 이상, 이런 나날 속에서도 예술이 발생할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해 주었으면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아가 그런 나날들은 다른 방식으로는 존재할 수 없었을 예술을 가능케 한다고도.”―『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291쪽
‘모성과 창조성이 만나는 지점’에 관해 더 파고들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는 책입니다. 도리스 레싱, 어슐러 르 귄, 수전 손태그, 오드리 로드……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입니다. 줄리 필립스는 이들의 작가로서의 삶과 모성적 삶을 동시에 다룹니다. 우리는 보통 이 위대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 이외의 삶에 관해서는 잘 모르거나, 알아도 일화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필립스는 이 책을 10년에 걸쳐 썼다고 하는데요, ‘그럴 법하다’고 느껴지는 꼼꼼한 연구의 결과물이 페이지마다 엿보입니다. 필립스가 꿰어내어 새로 그려낸 이 작가들의 초상 속에는 독자인 우리 역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곳곳에 있습니다. ‘자기만의 방’에서 글을 쓰지도, ‘고독한 천재’가 될 수도 없는, 끝없이 닥쳐오는 방해를 상수로 두어야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요.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에서 ‘작가’와 ‘엄마’ 사이에서 팽팽하게 당겨지고 분주하게 두 정체성을 오가던 제이미슨은 ‘양육이 창작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몰두하는데요, 그런 제이미슨과 같이 읽고 이야기하고 싶어진 책이랄까요.
“엄마의 행복은 엄마의 죄책감과 공모해 창작을 갉아먹는다. 마거릿 미드에 따르면 시간이 자꾸만 사라져가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아이가 울어서 괴로운 게 아니다. 아이가 너무 자주 웃어서 그렇다.” 제니 오필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향한 사랑은 당신이 한때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모조리 지워버리기도 한다.”―『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2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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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방이 돌아왔습니다!✨
작년에 『상실과 발견』 속 좋은 문장을 나누기 위해 열렸던 ‘고독한 문장방’ 기억하시나요?
정말 많은 독자분들이 좋아해주시고 또 참여해주셨던 고독방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도 규칙은 똑같아요.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속 문장 하나를 매일 아침 보내드립니다.
모든 분들이 자유롭게 참여하실 수 있어요.
제한은 두 가지, 『모든 아름다움』 속 문장만을 이용해 말한다,
텍스트 대신 책을 찍거나 옮겨 쓴 이미지로만 말한다.
👇그럼, 어서 들어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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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도 함께해요!🎤
1월 23일 목요일 7시 30분,
돌봄과 모성 서사에 관해 만들고 쓴 편집자 세 명의 북토크가 열립니다.
ZOOM으로 진행되니 어디서든 들으실 수 있어요!
『돌봄과 작업』 김희진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김은화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최예원
세 편집자에게 묻고 듣는
'엄마'에 대해 책으로 말하는 법
👇신청은 여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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