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말린 날들』은 한국사회에서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즉 HIV라고 부르는 바이러스의 감염이 어떻게 심각한 재앙으로 여겨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낙인과 차별의 굴레를 깨기 위해서 감염의 당사자와 한국의 인권운동이 얼마나 철저하게 싸워왔는지에 관한 책입니다.
1980년대 한국 사회에 처음 알려진 에이즈라는 질병은 언론이 지금으로 말하면 가짜 뉴스를 대량으로 유포한 어두운 역사의 중심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또 이 질병의 역사는 당대 최고의 학술적 지식을 가졌다고 여겨진 사람들이 처벌만을 유일한 사회적 대책으로 삼을 때, 어떤 큰 해가 생겨났는지를 알려줍니다.
동시에 HIV는 변화와 희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질병은 두려움 앞에서 인간이 서로를 가혹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근거를 깊이 탐구하고 서로 돌보고자 할 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 피어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따라서 이 상의 영예와 기쁨은 『휘말린 날들』이라는 책뿐만 아니라 앞줄에 서야 했던 사람들, 먼저 휘말린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일 듯합니다. 당대에는 더럽다고 비난받았지만 결코 꺾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간 여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이자, 스스로가 내쫓긴 사람이면서도 다른 이들의 회복을 도와온 당사자 활동가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의 감염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을 때 이를 좌절이 아니라 이제는 삶의 조건으로 담담하게 맞이할 청소년·청년에게 주어지는 자랑스러움입니다.
누군가에게 먼저 감염한 사람들의 존재는 여전히 일종의 사회 문제로, 사회의 어지러움으로 여겨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감염이라는 생물학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가장 중요한 진실은, 낯설고 이질적인 것들이 섞여 들어가면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변화와 질서가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살아 있는 생명으로서 우리는 오직 열려 있음으로써, 어지러움의 물결을 일으키고 함께 겪어 나감으로써 새롭게 나아집니다. 위기 앞에서 생겨나는 두려움과 불안을 편협함이 아니라 사려 깊은 보살핌으로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휘말린 사람들, 먼저 겪은 사람들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지식입니다.
한국 학술장에서 튼튼한 지지대 역할을 해주고 계시는, 비교문화적 시각과 여성주의적 지향을 벼리며 새로운 책을 만들고자 분투하는 모든 편집인들이 앞으로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책은 이전에는 없는 목소리이자 이야기이며, 따라서 더 나아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