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복복서가, 2024
특정 계절에 나타났다 잠잠해지던 피부질환이 몇 년 전부터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게 되었어요. 병원에 가보아도 원인은 꼭 집어 찾을 수 없고,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것들을 하나씩 줄이거나 없애보아도 딱히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그간 별생각 없이 이어온 몇몇 생활습관이 문제겠지 자책도 했다가,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피부를 원망도 했다가, 한창 괴로운 순간에는 세상에 통증과 나 둘만 남겨진 듯 외로워지기도 했다가, 이것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하나둘 꼽아도 보다가, 결국 돌아가는 지점은 '그래, 내게는 몸이 있지.'라는 (다소 체념 섞인) 생각인 듯합니다. 그래서 지난번 책타래에 소개했던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에 이어 또다른 질병 서사 에세이인 이 책이 대번에 눈에 들어왔어요. 아플 때 비로소 생생히 감각하게 되는 몸과 삶에 대한 이 책을 어서 읽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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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사계절, 2024
부끄럽지만 어린이들도 저의 동료 시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성인이 되고도 한참 뒤의 일입니다. 일상적으로 어린이를 만날 일이 없어서 미처 몰랐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만, 김소영 선생님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알았습니다. 내가 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 주변에는 언제나 어린이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렇다면 그 어린이들의 동료 시민인 나는 지금 어떤 어른일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자연스럽게 따라온 그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책이 나와 얼른 장바구니에 넣어보았습니다. '어른은 자라서 더 나은 어른이 된다'는 뒤표지 문구가 큰 용기가 되었어요. 어른도 더 나은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 어린이와 가까이 지내며 세상을 새롭게 배우고, 어린이를 따라서 성큼성큼 미래로 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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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 베게티, 이혜경 옮김, 부키, 2024
1)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부터 확인한다. 2) 밤에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3) 쉴 때 누워서 SNS랑 쇼츠만 계속 본다. 4)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스마트폰 끄기의 기술』 뒤표지에 있는 체크 리스트예요. 이중 몇 개나 '그렇다'고 대답하시나요? 저는 넷 다입니다. 정말 잠깐만 봐야지 생각했다가도 그대로 한두 시간을 가볍게 흘려보내면서 멈춰야 한다고 초조해하거나, 오늘은 정말 잠깐씩만 보는 데 성공했다 생각했는데 조각조각을 모아놓은 전체 사용 시간이 길어서 깜짝 놀라는 경험…… 저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주세요😭 이 책은 한 시간에 열 번씩 확인하던 스마트폰을 하루에 딱 한 번만 사용하라는 식의 극단적인 방법 대신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이어지는 소소한 목표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해요. 어서 스마트폰에 붙들려 있는 삶을 청산하고 그 시간에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도 『어떤 어른』도 읽고 싶어요. 일단 이 책부터 펼쳐들 수 있도록 스마트폰만 내려놓으면 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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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샤 허시, 장상미 옮김, 갈라파고스, 2024
혹시 '집단 낮잠 체험'이라는 행사에 대한 뉴스를 보신 적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조용하고 안전한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낮잠을 자는 행사였습니다. 이 행사를 주최한 트리샤 허시는 가난한 흑인 여성으로서 과로 문화로 인해 소진된 자신의 삶을 구하기 위해 '의식적인' 휴식 수행을 하기로 합니다. 이후 허시는 '낮잠사역단(Nap Ministry)'이라는 단체를 설립하고, '낮잠의 주교(Nap Bishop)'로서 각지에서 집단 낮잠 체험을 열고 나아가 '휴식'에 대해 다각도로 탐구해나갑니다. '하지 않음'을 저항의 방식으로 상상했던 사상가들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허시는 여성주의와 흑인해방운동에 기반을 두고 논의를 펼쳐나간다는 점이 독특해요. 허시는 자신의 조상들, 즉 백인에 의해 강제노동하며 살아가면서도 탈주를 모색했던 사람들, 저항하고 서로를 돌보아온 사람들의 역사에서 상상력을 물려받았다고 말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대부분이 각종 이유로 소진감을 느끼고 계시리라 생각해요. 그런 분들을 위해 '낮잠사역단'의 휴식 수행법 일부를 옮겨봅니다. "1. 10분간 눈 감고 있기. 2. 침묵 속에서 오래 샤워하기. 3. 10분간 소파에서 명상하기. ....... 19. 진지하게 눈 마주보기. 20. 격하게 웃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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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언 고닉, 성원 옮김, 오월의봄, 2024
지금껏 한국 독자들에게 비비언 고닉은 에세이를 중심으로 소개되었는데, 고닉의 초기작 중 하나이자 르포문학인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가 출간되어 담아보았어요. 고닉의 강점이자 개성이라 하면 신랄하다 할 정도의 치열한 자기서사가 가장 먼저 떠오를 텐데요, 이 책 역시 그런 고닉의 글쓰기로부터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이 책은 '유대 이민자 노동계급 가정 출신'이라는 고닉의 위치로부터 출발하거든요. 고닉은 수십 명의 과거 공산주의자들을 인터뷰함으로써 그들이 어떤 비전을 품었고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를 기록합니다. 이 책은 1977년 처음 출간되었는데,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낡은 것으로만 여겨지고 반공주의의 낙인이 깊이 찍혀 있던 시기에 "피와 살을 가진 살아 있는" 공산주의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과거와 현재를 발굴하는 작업을 해나간 책인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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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라, 현실문화, 2024
신간을 체크하다 드디어 나왔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디지털 공간에서 활동하는 소녀들과 '소녀성 산업'에 관해 (현장연구 당시 주요 플랫폼이었던)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연구했는데, 이 연구 결과를 담은 책이 현실문화에서 나올 것이라고 하여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페북 스타'로 활동하는 10대 여성들의 '노동'에 어떻게 힘입어 디지털 자본주의가 성장했는가를 살펴보고 있는 책인데요. 지금은 물론 이런 현상이 펼쳐지는 플랫폼도 달라지고 양상도 조금은 변화했겠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젊은 여성들의 무임 또는 저임 노동과 소셜 미디어의 관계라는 테마 자체를 톺아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책이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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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벨로스·알렉상드르 몬터규, 이영아 옮김, 현암사, 2024
편집자의 일 중 하나는 바로 인용문의 재수록 허가를 받는 일입니다. 원문을 그대로 가져와 쓰는 직접 인용의 경우에는, 그 문장을 소유하고 있는 저작자 또는 저작권자에게 연락해 허락을 받아야 해요. 인용 의도와 함께 메일을 보내면 바로 허락해주는 곳도 있는 반면, 분량에 따라 사용료를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그런데 이런 업무를 반복해서 하다보니 떠오르는 질문이 있었어요. 사용료를 낼 수 없는 경우에는? 노동에 대한 대가와 권리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지식이 너무나 쉽게 사유화되는 것은 아닌가 싶었거든요.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는 저작권의 역사를 다룬 책이라는데요, 편집자의 업무 중 하나인 '인용 허가'가 어찌하여 탄생하게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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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드 바르구티, 구정은 옮김, 후마니타스, 2014
지난 10월 5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가자지구 집단학살 1년, 이스라엘 규탄 전국집중행동의 날: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연대자' 집회가 열렸습니다. 집회 장소 한편에는 팔레스타인 관련 도서를 모아둔 책장이 있었는데요, 거기에 꽂힌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었어요. 이 책의 저자는 서안지구의 중심 도시 '라말라'에서 나고 자랐다고 해요. 하지만 이집트에서 유학하던 중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인해 난민이 되었지요.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1996년이 되어서야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책은 그 "귀향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매년 나크바데이(대재앙의 날) 때면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서 열쇠를 들고 시위를 한다고 해요. 집에서 추방당해 아직 돌아오지 못한 난민이 수백만이기 때문이죠. 팔레스타인에서의 학살이 많은 이들에게 나와 연결되어 있는 현재로 느껴지게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는 요즘인데요. 한국에서도 점령과 전쟁으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떠오르면서, 팔레스타인의 목소리가 담긴 이야기들을 더 많이 읽고 나누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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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G. 워커, 여성상징번역모임, 돌고래, 2024
고양이와 여우, 구렁이……. 이 동물들의 공통점은? 민담 속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로 둔갑하는 요물로 그려질 때가 많다는 것이죠. 왜 어떤 동물들은 유독 성별화되는 걸까요. 그리고 '여성'으로의 성별화는 여성혐오에 기반해 있을까요? 이런 제 궁금증에 답이 되어줄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을 쓴 바바라 G. 워커는 여성학자이면서 작가이자, 신화·민담 전문가, 세계 종교 연구자이고 치유자, 댄서, 타로이스트, 뜨개질 패턴 연구자라는데요! 신화와 전설, 종교와 민담 속의 상징들을 여성주의의 시좌에서 해석하고 집대성했다고 해요. 실제로 두 권의 목차를 보면, 다양한 모양에서부터 물건과 의례, 초자연적 존재 들에 이르기까지 그 양이 어마어마해 보입니다.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문화에 보편처럼 스며 있는 가부장적 믿음에서 탈피하기 위한 과정이 될 것 같아 골라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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