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책타래! 연휴 동안 무얼 하며 보내면 좋을지 고민인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마케터와 편집자들이 반비의 책과 함께 보면 재미가 배가 될 영화를 골라봤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명절은 그만큼 취약하고 소수인 존재들에게 외로운 시기이기도 해요. 부디 이번 연휴 동안에는 모두의 몸-마음이 풍성하길 바라겠습니다. (※일부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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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고유의 명절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코코」를 인상적으로 보신 분이라면 “리멤버 미~” 노래가 머릿속에 자동 재생되면서 가족들과 보기 좋은 작품이라는 데 동의하실 거예요. 「코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체 이야기를 즐겨보는 명절 어떠신가요? 전작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이 젊은 여성 장의사로서 시체를 ‘옮기고 씻기고 태운’ 기록이었다면 이 책에선 세계 곳곳의 장례 문화를 직접 보러 나서는데요. 미라로 만든 시신에게 말을 걸고 보살피는 사람들부터 시신을 퇴비로 만드는 프로젝트까지, 기이하고 낯설지만 애틋한 이 여정에 동행하다 보면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명절 추석에 반드시 갖췄으면 하는 덕목……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절로 생길지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둘러앉아 "어떻게 떠나고 싶은가. 어떻게 썩고 싶은가."(이슬아 작가 추천사 중) 오순도순 이야기 나눠보는 조금 특별한 명절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마케터 홍키통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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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두 가지 이야기를 나란히 보여주는 영화예요. 사진작가 낸 골딘이 최근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중독에 책임이 있는 제약회사의 소유주 새클러가(家)에 맞서 싸운 일과, 낸이 지난 시간 거쳐온 무수한 예술과 투쟁이 그 두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무엇보다 이 영화가 우정에 대한 영화라고 느꼈어요. 적어도 제게는 가장 깊이 다가왔던 부분입니다. 서로를 해방해준 퀴어한 친구들, 보이지 않던 존재들을 증언하는 역할을 한 사진들, 죽어간 친구들과 함께 서서 정부에 책임을 묻는 활동가들…… 그 사이사이에는 우정과 연대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휘말린 날들』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이 책에도 일부 언급되는 HIV/AIDS 인권운동이 다루어지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영화가 『휘말린 날들』이 보여주는 친밀함, 사랑, 연대와 이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전통적인 ‘가족’의 명절 추석이지만, 가족 바깥의 가족, 취약함과 돌봄을 토대로 한 가족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하고픈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해요. 그런 분들을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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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에 어울리는 영화는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깨달음이 찌르르- 섬광처럼 찾아왔습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인생 영화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어바웃 타임」과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한 책 『상실과 발견』은 이야기라는 하나의 씨앗이 각각의 평행 세계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발아한 듯, 두 영화와 책이 참 닮아있다는 깨달음이요! 언제나 곁에 있어줄 것만 같아 참 당연하게 사랑해왔던 소중한 사람을 책과 영화 속 두 인물과 함께 보내주고 나면 다시 행복해져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는 것 같기도, 또 다른 사랑을 마주할 든든한 용기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경험들도 다시 한번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힘을 가진 닮은꼴 두 이야기. 같이 보면 감동도 두 배랍니다. 후후✌
―마케터 호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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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의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컨택트」(2016)를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제 인생 영화 중 하나예요. 영화는 언어학자인 주인공이 외계 문명과의 접촉을 통해 겪는 신비로운 경험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루이즈는 어느 날 지구에 나타난 외계 생명체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투입돼요. 그리고 결국 그들의 언어를 습득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죠. 이 부분이 정말 흥미로운데요. 루이즈는 외계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그들과 똑같은 능력, 즉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언어를 습득하니 그들의 능력을 갖게 된다? 이 지점이 정확히 이해가 되시나요? 이에 대해 인류학적 시선으로 재밌게 풀어주는 책이 바로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입니다. 책의 한 꼭지에서 「컨택트」의 원작 소설을 다루며 언어와 사고체계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해요. "인간의 언어 혹은 문법이 화자가 세상을 보는 방법이나 행위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인류학 가설을 들어서요. 작품 전체의 주제를 인류학적으로 해석해 제가 느꼈던 막연한 재미가 비로소 정확한 언어를 갖는 듯한 명쾌한 느낌을 받았어요. SF적 상상력을 사랑한다면, 그 상상력에 모양까지 만들어줄 이 두 작품을 병렬적으로 탐구해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그건 마치 헵타포드 B 습득 과정......(영화와 책을 보시면 이해 가능)
―잎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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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은 여러모로 어려웠어요. 다리에 깁스를 해서 뜻대로 움직일 수 없지, 일도 마음처럼 진행되지 않지…… 이 정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불안해하던 와중에 「인사이드 아웃 2」를 보러 갔습니다. 전편을 재미있게 보았으니 이번에도 좋아하겠다는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이입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큰 변화의 초입에서 '불안이'에게 주도권을 빼앗겨버린 주인공 라일리에게 제가 꼭 겹쳐졌습니다. 후반부에서 제어판을 독점한 '불안이'가 폭주한 끝에 결국 꼼짝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는 장면에서는 눈이 아프도록 좌락좌락 울어버렸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쏟아낸 뒤에 떠오른 책이 있었는데, 바로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입니다. '불안에 침식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불안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저와 라일리에게, 라일리에게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울었던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편집자 만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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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는 웃기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어요. (명절엔 즐겁고 싶으니깐요!) 그때 문득 생각난 영화가 있어요. 바로 작년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인상 깊게 봤던 블랙코미디 「슬픔의 삼각형」입니다. 「슬픔의 삼각형」은 호화 크루즈에서 벌어지는 계급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예요. 호화 크루즈에는 비료(라 쓰고 똥으로 읽는……)와 수류탄을 팔아 부자가 된 사람들과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이 '#협찬'으로 승선합니다. 러시아인 자본주의자 부자와 마르크스 사회주의자 선장의 취중 개똥철학 토론, 자신이 만든 수류탄에 죽는 수류탄 부자, 배가 흔들릴수록 배를 채워야 한다는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었지만 결국 다 토해내는 장면 등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꼬집으면서 코미디적으로 풀어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작스러운 해적의 등장으로 배는 진짜로 전복되고, 몇몇 부자와 인플루언서 커플, 그리고 크루즈 승무원과 청소부가 무인도에 남겨집니다. 여기서 계층의 이동이 일어납니다. 불과 며칠 전, 호화 크루즈에서 최하위 계급이었던 청소부가 무인도에서는 최상위 계층으로 올라가게 된 것이지요. (결말에 큰 반전이 있으니 꼭 끝까지 보세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만드는가?',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인간을 계급으로 나누는가?'에 대한 물음이요. 영화는 계급&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인종주의, 젠더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거리들이 참 많습니다. 얼기설기 엮여있는 현대 사회의 모든 문제점에 대해 되짚고 싶어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웃기고 살벌한 추석 보내세요!
―꾸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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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어느 소문 하나. 저는 수도권의 어느 대규모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자랐는데요. (이젠 옛말이지만) “○○시의 강남”이라고도 불리던 이 아파트 단지 내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지 내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이 단지 바깥 주택에 사는 학생들의 전입학을 막아달라고 항의한 적이 있다고 해요. 이 황당한 소문이 진짜인지 알 수 없지만,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 같은 차별과 혐오를 재난 상황 속에서 뒤집어 보여줍니다. 재난이 닥치기 전에는 고급 아파트인 드림팰리스의 입주민들에게 멸시당하던 황궁아파트 입주민들이, 드림팰리스에서 온 피난민을 생존을 핑계로 재난 상황 속으로 내쫓으면서요. 하지만 아파트라는 공간은 계급 상승이나 집단 이기주의만을 상징하는 장소만은 아닙니다. 영화가 한정된 식량과 잠자리를 타인과 나누는, 선을 행하는 사람들에 주목한 것처럼요. 그럼 현실의 아파트는요?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는 어느 ‘수도권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라는 특수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세심하게 그려낸 인류학자의 기록입니다.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의 추천사에서처럼, 과연 “아파트 단지는 무관심의 문화를 넘어 공동체적 삶을 생산해내는 장소가 될 수 있을”까요?
―편집자 my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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