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발견』 출간 후 많은 독자분들께서 표지가 정말 아름답다는 감사한 말씀을 해주셨어요. 어느 필자분께서는 “표지부터 모든 것이 너무나 완벽한” 책이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고요. 그래서 오늘은 디자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보려 해요.
디자이너에게 보낸 의뢰서를 다시 열어보니 이렇게 쓰여 있네요.
“발견, 기쁨, 행복, 재생, 생명력…… 등의 긍정적인 키워드. 원고 톤이나 저자 캐릭터도 따뜻함. 하고자 하는 이야기 역시 희망적이라, 이런 느낌이 잘 살도록.”
“[레퍼런스 이미지와 함께] 무드는 많이 다르지만, 이렇게 ‘빛’이 많이 보이는 이미지를 써도 좋겠어요. 반짝반짝한 표지.”
보시다시피 저는 ‘상실’과 ‘발견’ 중 후자에 더 방점을 찍어 의뢰했는데요. 디자이너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양자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표지를 가져왔답니다.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볼게요.―편집자 Y
『상실과 발견』 2부 「발견」의 도입부에는 빌리라는 열한 살 소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주 짧게 요약하자면, 빌리는 유성이 떨어지는 밤하늘을 마주합니다. 그는 떨어지는 유성을 향해 뛰어가고 결국 떨어진 운석을 발견하게 되어요.
“빌리는 깜짝 놀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 하지만 그는 다음 날 다시 찾으러 나섰다.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발견하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찾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상실과 발견』, 109~110쪽)
유성은 빌리에게는 반짝이는 무언가의 발견이었지만 저는 바로 직전에 1부 「상실」을 읽고 난 직후여서인지, 영혼이 떨어진 것을 유성에 빗대어 생각하게 되어(죽음을 맞이할 때 은유적으로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클리셰적인 장면) 그것이 상실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제목인 ‘상실과 발견’은 책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요, 유성 이미지도 중의적으로 두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The november meteors (1881-1882)
Etienne Leopold Trouvelot
표지에 사용한 그림입니다. 어두운 청록색 배경과 반짝이는 유성들은 각각 상실과 발견을 의미합니다. 그림과 다르게 책 하단에는 물에 반사된 이미지가 있는데 이 부분을 추가하면서 좀 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으면 했습니다. 제목과 작은 별들은 홀로그램 박을 사용하여 유성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고요.
디자인 후기이다 보니 작업에 대한 이야기만 했는데요! 마지막으로 빌리의 이야기를 꼽아온 이유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사랑은 섬광처럼 출현한다. 때로 우리는 찾았다, 하고 즉시 알아차리는 것 같다. 찾던 것과 하나도 닮지 않은 걸 알게 되었을 때조차도. 우리가 그간 찾고 있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을 때조차도.” (『상실과 발견』, 145쪽)
저는 빌리의 운석이 섬광처럼 출현한 사랑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어요. 이 단락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발견의 상황에 놓여 섬광처럼 빛나는 감정을 마주한 때를 떠올리게 했거든요. 그 순간들은 강렬하게 남아 사라지지 않고, 때때로 꺼내 보게 되기도 합니다. 삶은 좀처럼 내 예상대로 되지 않기에 더 생생한 것임을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운석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디자이너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