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발견』의 원고를 처음 검토하던 때가 기억이 나요. 팬데믹 시기였고, 반복되는 락다운으로 많이 답답해하고 또 조금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때였습니다. 주말이면 강박적으로 밖으로, 트인 곳으로 나가려 했어요. 어느 일요일 이 책의 원고를 들고 한강공원으로 나가 읽기 시작했고, 2부 「발견」의 중반쯤까지 갔을 때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서 이 책을 꼭 계약해야겠다, 생각했던 장면이 생생합니다. 다른 이들도 지금 나처럼 힘들고 외롭겠지, 같이 읽고 위로를 나누고 싶은 책이다, 그렇게 느꼈던 기억이요.
캐스린 슐츠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경험과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와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거의 동시에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상실’과 ‘발견’이라는 아주아주 평범한 경험이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몇 번이고 하게 되는 그 경험들을 찬찬히, 여러 각도로 살펴보며 쓴 책이에요. 지아 톨렌티노가 슐츠의 글쓰기에 대해 한 말처럼, “이리저리 돌려보아 우주적이고 경이로운 것이 되도록” 하는 세심한 관찰력과 활력, 다정한 시선이 빛나는 책입니다.
읽다 보면 모든 문장을 밑줄 긋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애써 멋 부린 글쓰기가 아닌데도 그 직관과 명민함 덕에 빛나는, 아름다운, 간직하고 싶은 문장이 무수히 쏟아지는 책이에요. (이 문장들을 나누고 싶어 반비 직원들이 ‘고독한 문장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마지막에 자세히 소개할게요!) 오늘 책타래로 엮어본 책들은 『상실과 발견』을 만들면서 많이 떠올린 작품들이에요.―편집자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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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경우, 더 이상한 경우라면 사랑은 섬광처럼 출현한다. 사랑에 관한 온갖 불가사의(그 기원, 목적, 사랑의 주체인 우리 스스로도 딱히 할 말이 없는 이상하고 독재적인 선별 과정) 중에서 아마도 이 점이 가장 곤혹스러울 것이다. 때로 우리는 찾았다, 하고 즉시 알아차리는 것 같다. 찾던 것과 하나도 닮지 않은 걸 알게 되었을 때조차도. 우리가 그간 찾고 있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을 때조차도.”―『상실과 발견』, 145쪽
『상실과 발견』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발견(그리고 우리가 발견한 사랑)이 우리에게 얼마나 광대한 세상을 열어주는가, 우리를 어떻게 뒤바꾸어놓는가에 관한 거예요. 그리고 발견은 언제나 뜻밖의 일인데, 제겐 이런 뜻밖의 마주침에 열려 있을 것을 가르쳐준 책이 바로 리베카 솔닛의 『길 잃기 안내서』입니다. 제목이 말해주듯 살아가며 적극적으로 ‘길을 잃는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솔닛 스스로 길을 잃으면서 하게 된 경험들에 대해 쓰고 있는 책이에요. 새로운 만남에, 낯선 존재에 열려 있음으로써 우리 삶과 우리 자신이 얼마나 더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는지를 알게 해준 책이기도 한데요. 『상실과 발견』을 읽어나가는 경험 역시 그런 깨달음과 희망을 얻어가는 과정이었어요. 발견이 가져다주는 기쁨, 우리가 누군가를(무언가를) 사랑하면서 변화해가는 짜릿한 경험…… 요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에 대한 기대를 하기가 힘든 시기, 삶에 새로운 좋은 일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여기기 쉬운 시기인 것 같은데요. 이 책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힘이 있는 책들이에요. 두 책이 공유하고 있는 그리스 철학자 메논의 질문, “우리가 그 속성을 전혀 모르는 무언가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단 말인가?”와 관련한 대목을 붙여넣어 봅니다.
“우리가 삶에서 원하는 것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무언가다. 그런데 우리는 변화의 건너편에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지 모르거나, 모르는데도 안다고 생각한다. 사랑, 지혜, 자비, 영감…… 이런 것들은 우리의 자아를 미지의 영역으로 더 확장시키는 일이자 우리를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일인데, 어떻게 우리가 그런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단 말인가?”―『길 잃기 안내서』, 1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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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은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실」, 「발견」, 그리고 「그리고」. 3부 「그리고」는, ‘그리고’라는 독특한 접속사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리고’는 오직 연결만을 위한 접속사다. 한 문장에는 두 가지, 세 가지, 열 가지가 공존할 수 있는데, 문법은 ‘그리고’ 외에 어떤 단어를 사용해서 이들을 결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 없다.”―『상실과 발견』, 245~246쪽
“우리는 이 세계가 아름다움이나 장엄함과 더불어 비참함과 고통으로도 채워져 있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는 친절하고 재미있으며 명석하고 용감한 사람이 옹졸하고 짜증스러우며 끔찍하게 잔인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 우리는 한 번에 양쪽을 산다. 많은 것들을 한 번에 산다. 모든 것은 반대 항과 연결되어 있고, 세상만사는 세상만사와 연결되어 있다.”―『상실과 발견』, 249~250쪽
아마도 저자가 상실과 발견이라는 대조적인 두 경험을 동시에 겪은 사람이기에, 사별과 만남이라는 두 경험을 동시에 숙고한 사람이기에 책의 내용이 여기까지 나아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슐츠는 3부에서 연인 C와 평생을 약속하는 아름다운 장면에도 아버지를 향한 애도와 슬픔이 깃들 수밖에 없음을 묘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삶의 그런 필연적인 복잡성은 슐츠로 하여금 세상의 다른 많은 연결들, 나와 연결되어 있는 취약함에 주목하게 만듭니다.
『외로운 도시』 역시 고독이라는 주제에서 출발해 연대라는 주제로 끝맺는 책입니다. 올리비아 랭은 뉴욕을 무대로 하여 고독이라는 주제를 다루어온 여러 예술가들에 관해 씁니다. 그러면서 고독이란 단지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정이 아니며, 여기에는 여러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중첩되어 있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우리가 설령 서로를 모른다 하더라도, 연결되어 있음으로써 서로에게 지게 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을요.
“고독은 사적인 것이면서도 정치적인 것이다. 고독은 집단적이다. 그것은 하나의 도시다. 그 속에 거주하는 법을 말하자면, 규칙도 없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워할 것도 없다. 다만 개인적인 행복의 추구가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지는 의무를 짓밟지도 면제해주지도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뿐이다. 우리는 상처가 켜켜이 쌓인 이곳, 너무나 자주 지옥의 모습을 보이는 물리적이고 일시적인 천국을 함께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 서로 연대하는 것, 깨어 있고 열려 있는 것이다.”―『외로운 도시』, 392쪽
오늘 소개한 두 권의 책은, ‘이 작가들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상실과 발견』도 좋아할 거야.’라는 짐작에서 꼽은 책들이기도 해요.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고요. 제가 아주 사랑하는 세 여성 에세이스트가 나누어준 이야기들을 독자 여러분과도 함께 읽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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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 고독한 문장방으로 초대합니다!✨
좋은 문장이 너무 많은 이 책, 모든 페이지를 밑줄 그어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이 문장들을 공유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개설했습니다.
‘고독한 문장방’을요.🤫
평일 아침 10시마다 반비 직원들이 『상실과 발견』 문장 하나💌를 보내드립니다.
참여자 여러분도 자유롭게 『상실과 발견』의 함께 나누고픈 문장을 공유해주시고 있고요.
물론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환영입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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