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돌아온 번외편입니다! 반비가 오래 준비해온 책, 그간 많은 분들이 '도대체 언제 나오냐'는 문의를 주신 책(ㅠㅠ), 『상실과 발견』이 드디어 출간되었어요.
저자 캐스린 슐츠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경험, 그리고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경험을 거의 동시에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상실'과 '발견'이라는 이 두 경험이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탐색하기 시작해요. 처음 읽을 때도 그 아름다운 글쓰기에 한눈에 반했고, 책을 만들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몇 번 눈물을 훔치기도 했던... 그런 책입니다.
정규 책타래에 앞서, 책을 번역한 소설가 한유주 작가님의 '옮긴이의 말'을 같이 읽으려 해요. 한유주 작가님은 번역 작업 중 주고받은 언젠가의 메일에서 "우리가 살면서 쉽게 놓치는 귀한 경험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답니다.
누구나 하는 아주아주 평범한 경험들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뒤바꾸는지, 사랑이 우리에게 얼마나 커다란 세상을 열어주는지, 애도와 사랑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말해주는 이 책을 여러분과 같이 읽고 싶어요. 오늘을 시작으로, 차차 책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눠볼게요!🌠 |
|
|
일주일에도 한두 번씩 하게 되는 일상적인 질문이 있다. “그 많던 머리끈이 죄다 어디로 갔을까?” 분명 어제까지 근처에 있었는데, 막상 쓰려고 하면 도통 보이질 않는 것이다. 비단 머리끈뿐일까. 날마다 사용하는 친근한 물건들이 불시에 모습을 감추어 당황하는 일이 왕왕 있다. 얼마 전에는 태블릿용 펜슬이 보이지 않았다. 이 책에도 등장하는 ‘45센티미터 법칙’을 떠올리며 방 안을 가상의 육면체들로 분할하고 또 분할했지만, 찾는 데는 실패했다. 며칠 후 빨래를 하려고 세탁물 바구니를 옮기려는데, 플라스틱 바구니 망 사이로 흰색 펜슬이 미끄러져 툭 떨어졌다. 그게 왜 거기 있었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됐지만 그 순간만큼은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짜증과 환희가 동전의 양면처럼 꼭 붙어 있다니, 이처럼 우리의 삶은 분실과 되찾음으로 가득하다.(물론 둘 중에서 분실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여권이나 핸드폰처럼 당장의 필요나 값어치를 넘어서서 정체성과도 관련된 물건들을 분실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일상의 사소하고 수많은 분실들은 대개 심각한 결과까지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때로는 단 하나의 상실이 인생에 절망적인 타격을 가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죽음처럼.
이 책의 저자 캐스린 슐츠는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누군가를 잃었다’라는 표현의 의미가 재정의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죽음이란 회피하고 싶고, 말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 같고, 직설적으로 말해버리면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것 같은 사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두고 우회적인 표현을 개발해왔다. ‘죽었다’라는 표현이 사망한 당사자의 상태를 가리키는 데 국한되어 있다면, 우리의 우회로들은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잃다’라는 동사에는 목적어가 수반된다. 그러나 남겨진 사람들에게 그 목적어는 이미 세상에 부재하고 없다. 우리는 잃어버린 대상을 애도하는 상태에 돌입해 있고, 그리워하는 대상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겨난다. 우리는 언제 애도를 끝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상실을 겪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삶의 몇몇 단계에서, 때로는 매 단계에서 우리는 늘 무언가를 잃고, 슬퍼하고, 그리워한다. 저자가 아버지를 잃어가는, 마침내 완전히 상실하고 마는 과정을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언제고 일어나는 일이니까. 저자의 아버지 아이잭 슐츠가 중환자실에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이동할 때, 우리는 다정함과 명석함이 공존하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 그 모습을 지켜본다. 여기서 저자가 보여주는 슬프고 의연한 태도는 독자로 하여금 그 상황에 몰입하게 하는 한편으로 저마다 겪어온 고유한 경험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이런 유형의 상실은 인간 존재의 한 요소이고, 우리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기며, 때로는 삶을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그리고 슐츠의 말대로 “상실의 근본적인 역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신비하고 심오해서, 오로지 상실만으로 점철되게끔 작동하지 않는다. 가끔 우리는 발견하고, 때로 이 발견은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잃은 상실에 대한 보상처럼 여겨질 정도로 크거나 감격적일 수 있다. 우리는 지난겨울에 입었던 외투 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을 발견할 때, 손목에 깜빡한 줄 알았던 머리끈이 걸려 있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눈앞의 사람이 말도 안 되는 확률을 이겨내고 나타난 인생의 상대라는 확신이 들 때 환희를 만끽한다. 이런 두 가지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발견의 스펙트럼 양극단을 차지할 것이다. 여간해서는 물건을 잃어버리는 법이 없는 저자는 신분증이나 노트북 같은 물건을 되찾는 기쁨에는 익숙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일생의 사랑을 발견했다는 확신에는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하게 감격을 토로한다. 저자가 C와 함께하는 삶을 묘사하는 과정이 너무나 진솔하고 아름다워서, 나 역시 번역하는 내내 줄곧 이들의 행복을 빌었던 것 같다. 이런 발견은 운석을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이고, 이런 발견을 해냈다면 아끼고 소중히 다루어야 할 테니까.
실은 이 책의 첫 문장인 “나는 죽음을 완곡하게 이르는 표현들이 늘 싫었다.”라는 문장이 와 닿았기에 선뜻 번역을 결정하게 되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가 던지는 둔탁하고 건조한 느낌을 한동안 생각해본 적이 있다. 죽음에 대해 어떤 사람은 직설적인 표현을, 또 어떤 사람은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직접적인 죽음을, 상실을 경험할 때 그간 자신이 사용해온 표현에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실존을 뒤흔드는 체험이란 그런 것이니까. 캐스린 슐츠는 자신의 경험을 누구보다도 예리한 동시에 다정다감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그렇게 「상실」 파트가 끝나고, 이어지는 「발견」, 그리고 「그리고」 파트에서(여기서도 ‘그리고’가 두 번이나 등장한다. 나는 이 접속사가 이토록 아름다운 권능을 지녔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우리의 삶은 예기치 못한 상실로도 가득하지만, 예상할 수 없었던, 그래서 경이가 배가되는 발견으로도 충만해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니 기대해보자. 어떤 상실은 떼어낼 수 없는 동반자처럼 우리와 계속해서 같이 존재하겠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우리는 놀라운 발견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이 책은 내게 이런 얘기를 새로이 들려주었다.
🌠
|
|
|
📚『상실과 발견』은 어떤 책?
★전미도서상 파이널리스트, 람다문학상 수상작 ★피플, 타임, NPR, 퍼블리셔스위클리 선정 올해의 책 ★앤드루 솔로몬, 앨리슨 벡델, 레슬리 제이미슨 추천
"우리는 이 세상이 그렇게 밝게 빛날 때, 그러니까 중고품 가게의 잡동사니 장식품이나 눈부신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빛날 때, 장차 결혼하게 될 여자가 눈을 사로잡을 때, 그것을 바라보며 서 있는 사람이다." 『상실과 발견』, 114쪽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회고록. 출간과 동시에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회고록 그 이상”, “숨겨진 보석으로 가득한 책”이라는 찬사와 함께 큰 사랑을 받은 책이다. 캐스린 슐츠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보내기 얼마 전, 결혼하게 될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이 온통 상실과 발견으로 빚어져 있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는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죽음으로 잃기도 하고,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평생의 반려자를 발견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또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안내서이자, 아주 평범한 경험 속의 빛나는 경이를 발견하는 섬세하고 따뜻한 에세이다. 익숙한 경험을 “이리저리 돌려보아 우주적이고 경이로운 것이 되도록”(지아 톨렌티노) 하는 슐츠의 세심한 관찰력과 남다른 관점은 우리의 삶을 더 생생하게, 충만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말한다. 우리의 평범한 삶은 경이로 가득 차 있다고. 평범한 비극과 슬픔이 우리를 무너뜨린다 해도, 평범한 발견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경이를 알아챌 수 있다면 삶은 또 다른 데로 이어질 거라고.
🍀
슐츠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떠나보내고 또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지에 관해 쓴다. 풍부한 서정성과 날카로운 구체성을 동시에 갖춘 형이상학적 통찰의 걸작.―앤드루 솔로몬, 『한낮의 우울』
익숙한 관념을 이리저리 돌려보아 우주적이고 경이로운 것이 되도록 한다. 그러면서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 회고록은 우연이 운명이 되고, 슬픔이 감사와 얽히는 방식에 대한 탐구로 전환된다. 책을 읽으며 마치 손바닥에 그려진 대륙의 지도를 발견하는 것처럼 조용히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지아 톨렌티노, 『트릭 미러』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치 내 주변의 세상이 새롭게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졌다.―헬렌 맥도널드, 『메이블 이야기』
매 페이지 경이가 펼쳐지는 독서의 경험.―앨리슨 벡델, 『펀 홈』
가장 대담한 종류의 책, ‘행복한 사람의 회고록’이다. 캐스린 슐츠는 자신의 삶에 관해 썼다. 여러분의 삶을 바꿀 만한 방식으로.―앤디 보로위츠
상실과 행복에 관한 매우 감동적이고 풍요로운 탐험. 슐츠는 누구보다도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 마음이 닿는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이에 대해 미묘한 진실을 말해준다.―레슬리 제이미슨
넘쳐나는 냉소주의와 절망의 바다에서, 이 책만 한 선택은 없을 것이다.―뉴욕타임스
회고록이 해낼 수 있는 최고치를 보여주는 작품.―오프라 데일리
|
|
|
반비banbi@minumsa.com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1길 62 강남출판문화센터 6층 02-515-2000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