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 몰랜드, 이다희 옮김, 리처드 베이커 사진, 바다출판사, 2024
저는 지금 『 휘말린 날들』의 작가 서보경 선생님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술이나 돈이 아닌 돌봄이 의료를 이끌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하는 책인데요. 미국 같은 나라에 비해 한국은 의료보험제도가 잘되어 있어 환자가 충당해야 하는 의료비 비율도 낮아 좋다고들 하지만, 의료인 파업이 길어지며 곳곳에서 공백이 생겨난 지금의 현실을 보면 과연 이것이 최선인지, 병원과 의료란 본래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물음표가 생겨납니다. 지금 준비중인 책에서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혹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의료가 이미 오래전 도래한 어느 지역 공동체의 병원이 소개되는데요, 지금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 이야기를 잘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빠르게 커져가고 있답니다. 『이야기는 진료실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지난주 서보경 선생님을 만나 비슷한 결로 추천을 받은 책이에요. 소개해주시는 책 속 에피소드를 들으며 ‘정말 그게 가능한가?’라는 생각도 솔직히 했는데요, 우리가 상상해보지 못한 의료의 미래를 이미 현실로 경험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도 접해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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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코난북스, 2024
돌봄이 이끄는 의료란 이런 것임을 소개하는 책이 비교적 최근 나타난 과몰입 대상이라면, 지난 책타래에서도 소개했던 책, 그러니까 ‘한국에서 유일하게 갯가재를 연구하며 눈길이 닿지 않던 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생물학자이자, 갯가재와 연구 못지않게 가족과 아이를 사랑하는 리서치 맘의 에세이’는 벌써 몇 달째 이어지는 과몰입 대상입니다. 생물학자의 이야기인 만큼 실험실에서 마주하는 기쁨과 좌절의 순간도 절절히 소개되는데요, 그 실험실에 놀러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만져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차오를 대로 차올라 있을 때 아무튼 시리즈로 실험실 책이 나왔어요. 어릴 적 작은 계기로 벼를 연구하겠다 결심한 뒤 20여 년을 벼만 연구한 식물학자의 이야기라는데, ‘될 때까지 그저 반복 또 반복’이라는 부제에도, ‘우리는 그곳에서 기약 없는 꿈을 향해 인생을 내놓았다’라는 뒤표지 문구에도 아주 찡해졌습니다. 과학자에게 실험실이란……? 이 책은 제가 먼저 읽고 저자 선생님께 추천드리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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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얼룩소, 2024
지난 금요일, 메일만 쓰다 지나가버린 듯한(기분 탓이겠지만) 한 주를 돌아보며 머릿속에 한마디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메일 쓰는 거 진짜 너무 좋고 진짜 너무 힘들다……. 의도한 게 아닌데도, 오히려 새 창을 열 때마다 ‘이번에는 진짜 필요한 말만 하고 깔끔하게 끝낸다’ 다짐까지 하는데도 자주 너무 많은 것을 쏟아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과몰입을 한다는 것은(또……?) 그만큼 메일 쓰기를 좋아한다는 증거겠지만…… 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면 매번 필요 이상으로 시간이 흘러 있는 것도, 가만히 앉아만 있었는데도 기운이 빠져서 다음 할 일로 빠르게 넘어가지 못한 채 에너지가 차오르길 조금 기다려야 하는 것도 꽤 불편하게 느껴져요. 가장 좋고 그만큼 가장 큰 에너지가 필요한 메일은 단연코 섭외 메일인데요, 메일 쓰기의 좋음은 그대로 가져가되 힘듦은 줄일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장바구니에 이 책을 넣었습니다. 다음 책타래 메일은 쓰고 나서 너무 좋기만 할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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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터니 로엔스틴, 유강은 옮김, 소소의책, 2023
역사학자 일란 파페의 추천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억압을 활용해서 군사, 안보 산업을 향상”해왔다는데요. 이 책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이스라엘이 무기와 점령 기술을 파급했는지를 다룹니다. 팔레스타인을 '실험실' 삼아 군수 산업을 전 세계로 확장해온 이스라엘의 이야기가 먼일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한국의 기업들 역시 타국의 전쟁과 학살에 조력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HD현대의 굴삭기가 “팔레스타인 주민을 내쫓고, 집과 우물과 학교, 사원, 축사를 부수는 현장”에 사용되고, 한국에서 수출한 무기가 예멘의 난민을 낳았듯이, 자본이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어떤 방식으로 전쟁과 학살에 가담하고 있는지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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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혼, 안은미 옮김, 김선혜 감수, 생각이음, 2024
복제 양 돌리를 기억하시나요? 저는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돌리를 사례로 복제 기술의 윤리에 대해 토론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인공자궁’ 기술의 현실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해요. 『재생산 유토피아』는 발전한 재생산 기술이 사회적, 정치적, 윤리적, 법적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킬 것인지를 탐구한 책입니다. 저출산의 해법으로 여자아이를 남자아이보다 일찍 입학시킨다거나, 정관수술비를 지원한다거나 하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정책들이 제안되는 상황 속에서, ‘인공자궁’이라는 기술이 요원하게만 느껴지는 것도 같지만, 정말로 기술은 자신의 몸을 자율적으로 행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몸을 둘러싼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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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플럼우드, 김지은 옮김, yeondoo, 2023
에코페미니스트 발 플럼우드의 대표작입니다. ‘포식자에서 먹이로의 전락’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책은 “악어에게 잡아먹힐 뻔했지만, 기적적으로 탈출한” 플럼우드의 유명한 경험을 바탕으로, 먹이로서가 아닌 포식자로서만 존재해온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 소개글을 읽으며, 언제나 인간으로서 나 자신을 먹이사슬 바깥에 위치하는, 자연과 분리되어 그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만 여겨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을 통해서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부로서의 나를 자각하고, 육식과 다른 생명을 취하는 일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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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C. 포스터, 손영미·박영원 옮김, 이루, 2024
‘문학에 정답은 없다’고들 하지만,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옳은 말이지만, 또 한편으로 (문학뿐 아니라 어떤 예술이든) 독법을 알고 있을 때 더 풍부하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문학은 오랜 세월에 걸쳐 정교하게 발전해온 장르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문학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이전 시대에 도전하고, 유산을 물려받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변화를 거듭해왔습니다. 문학이 차지하고 있는 이 광대한 세계 속에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무언가로 작품을 대하는 것과, 앞뒤 위아래의 맥락 속에서 읽는 것은 천양지차의 경험입니다. 『교수처럼 문학 읽기』는 이런 읽기의 가닥을 잡아주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책입니다. 모두가 전공자가 될 수 없고, 비평가가 될 수 없지요. 그렇지만 현대 비평과 문학 연구의 성과를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가이드가 있다면, 비전공자 독자도 새로운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 책을 예전에 SNS상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요,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있던 사이 초판이 절판되었거든요.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된 것을 보고, 이번에는 정말로! 하고 다시 담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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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넬슨, 이예원 옮김, 플레이타임, 2024
어떤 독자들은 아주 오래도록 기다려온 책일 거예요. 저 역시 그중 한 명이고요. 매기 넬슨은 한국에는 『블루엣』 한 권만 소개되었지만 현지에서는 동시대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다루어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매혹적인 글쓰기를 하는 동시에 약간은 난해한 면도 있어서, 호시탐탐 소개할 기회를 노리면서도 ‘잘 소개할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에 다시 덮어두곤 한 경험도 여러 번이었어요. 그래서 매기 넬슨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아르고호의 선원들』이 한국에 출간되기를 무척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에세이와 회고록의 범주 안에서 지적이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여럿 소개해온 출판사 플레이타임에서, 늘 제가 상상한 번역의 한계 너머까지 보여주는 번역가인 이예원 선생님의 번역으로 출간되었어요. 카피 한 줄을 옮겨봅니다. “말이 제약이자 가능성임을 인정하고 조심스럽게 나아가며 갖가지 쾌락을, 보통의 헌신을, 평범한 행복을 언어화하려는 시도.” 성큼 다가온 여름은 이 책과 함께 맞이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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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아를, 2024
요 며칠 인터넷 서점에 들어갈 때마다 눈에 띈 책이에요. 『산재일기』는 원래 고 노회찬 의원 4주기 추모 연극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고 입소문을 타고 이듬해 다시 공연된 작품인데, 희곡에 더해 작가 노트,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전수경의 에세이, 연극평론가 김소연의 해설을 덧붙여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17명의 인물, 20여 차례의 만남, 50여 시간 분량의 목소리”가 『산재일기』의 근간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이 연극은 ‘다큐멘터리 연극’ 또는 ‘버바텀 연극’이라 불리는, 당사자들의 ‘증언’을 재구성하는 형식의 연극입니다. 실제 극에서는 두 명의 배우가 번갈아 가며 17명의 이야기를 연기한다고 해요. 산재라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데에 익숙한 통계라는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산재일기』는 당사자들의 삶과 경험을 사건이자 이야기로 재현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런 접근이 갖는 효과는 작가의 말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록 인터뷰라는 형식이었지만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매번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깊게 고민할 힘까지 얻기도 했다. 내가 경험한 이런 시간을 연극적으로 재현하는 것. 이것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연출 방향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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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인생샷 뒤의 여자들> 표지 이미지가 실려 있으며, 바로 앞에 북토크 강연자인 황의진과 김지효가 앉아 있다. 북토크 참여자들은 강연자들 쪽을 향해 앉아 있다.' style='width:568px;display:inline;vertical-align:bottom;text-align:center;max-width:100%;height:auto;border:0;' width='568' class='stb-cen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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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빈틈없이 자연스러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바로 『 빈틈없이 자연스럽게』의 황의진 선생님과 『 인생샷 뒤의 여자들』의 김지효 선생님의 콜라보 북토크였는데요, 신청해주신 모든 분을 모실 수 없어 크게 안타까울 만큼 아주 많은 독자 여러분의 관심이 쏟아졌어요. 금요일 밤에 귀한 시간 내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아쉽게 참석하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그날 오간 이야기를 살짝 소개해봅니다.
- ‘사진 찍는 여자들’은 어째서 우리의 눈길을 끌었을까?
- 여자들의 ‘자기사진’ 혹은 셀카에 내포된 위험
- ‘자기사진’ 혹은 셀카를 찍는 여성들의 욕망과 즐거움
- 우리가 만난 인터뷰이들
- 연구가 책이 되어 나오기까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주제로 글을 썼지만 조금은 다른 온도의 책이 완성되었다는 점이 아주 흥미로웠는데, 두 분의 성장 배경도, 사진 찍기에 대한 평소 습관이나 태도도 많이 달랐더라고요. 책을 쓰며 만났던 인터뷰이들의 성향도 서로 달랐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고 반드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뜨거운 자리였습니다.
이번 북토크를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던 분들은…… 6월 말 서울국제도서전 민음사 부스에서 진행될 행사 리스트를? 기다려보시면?? 뭔가??? 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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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어가는 시간🦋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ⅹ 『페이지보이』 콜라보 북토크
자긍심의 달 6월, 트랜스젠더 도서 두 권 『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과 『 페이지보이』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트랜스젠더 가시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활동가 박에디 님과 다양한 소수자에 관한 책을 꾸준히 우리말로 옮겨온 번역가 송섬별 님이 온라인으로 만나 읽고 나눕니다.
💗 일시: 2024년 6월 5일(수) 저녁 7시 30분 💙 패널: 박에디(『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 저자), 송섬별(『페이지보이』 번역가)
💗 진행 방법: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웹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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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banbi@minumsa.com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1길 62 강남출판문화센터 6층 02-515-2000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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