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비의 첫 책은 고(故) 서경식 선생님의 『나의 미국 인문 기행』이었습니다. 서경식 선생님은 이미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서경식’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과 ‘서경식’의 수많은 책을 톺아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서경식’의 책 세계를 감히 정리해보았습니다. 국가, 민족, 예술, 디아스포라, 증언 등의 단어를 지표 삼아, 세계의 암흑을 용감히 마주하기로 한 벗들을 위해서요. (물론 선생님의 모든 저서를 담지는 못했지만) 반비 편집부에서 띄운 이 유리병 편지가 ‘서경식’의 사유 속에서 더 깊이 방랑하고, 더 열렬히 헤매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봅니다.―편집자 my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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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미술 순례』(박이엽 옮김, 창비, 1992)
서경식 선생님의 첫 책입니다. 한국으로 유학하러 간 두 형이 옥중 고초를 겪고 있던 1983년, 30대 청년 서경식은 유럽으로 떠납니다. 재일조선인으로 어떻게 밥벌이하며 살아가야 할지 앞날이 막막한 와중에, 그는 유럽의 미술관을 거닐며 자신을 관통하는 서양 미술 작품들과 만납니다. 기존의 삶에서 도망쳐 유럽의 미술관에 왔는데, 도리어 피투성이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지요. '미술'과 '순례'라는 키워드로 이후의 저작들로 이어지는 이 책은 “여행기도 미술 해설서도” 아닌 “고독한 독백”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아스포라 기행』(김혜신·최재혁 옮김, 돌베개, 2023(초판 2006))
서경식 선생님을 수식하는 수많은 말 중 하나는 바로 ‘디아스포라’입니다. ‘이산’을 뜻하는 말 ‘디아스포라’는 본래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칭하는 논쟁적인 단어입니다. 그럼에도 서경식 선생님은 자신을 ‘디아스포라’라고 칭하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바로 ‘재일조선인’이라는 좁은 의미의 정체성을 넘어, 팔레스타인 민중, 난민캠프의 사람들처럼 뿌리 없이 떠도는 이들에게 느끼는 동질감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서경식 선생님은 런던과 광주, 카셀 등을 방문해, 폭력과 추방의 기억들을 디아스포라의 시각으로 사유합니다.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송현숙 그림, 철수와영희, 2009)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간 한국에 머물며 한 강연과 세미나를 묶은 책입니다. “국민, 국가, 고향, 죽음, 희망, 예술에 대한 서경식의 이야기”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서경식 선생님의 글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들을 망라한 책입니다. 강연과 세미나를 옮긴 책이기 때문에 입말체로 좀 더 친근하게 읽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서경식 스포일러일 수도 있다”는 최재혁 번역가님의 말도 덧붙여봅니다.
✅『서경식 다시 읽기 1』(권성우 외, 연립서가, 2022)
✅『서경식 다시 읽기 2』(하야오 다카노리·리행리·도베 히데아키 엮음, 연립서가, 2023)
앞서 소개한 책 세 권은 모두 읽었지만, 그다음에 어떤 책을 읽을지 여전히 고민이 되신다고요? ‘서경식’ 읽기를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고요? 그렇다면 연립서가에서 나온 ‘서경식 다시 읽기’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도쿄케이자이대학 정년퇴임을 기념하며 기획된 책으로, 1권에는 ‘서경식’의 벗들이 보내는 “연대와 우정의 기록”이 2권에는 강의록과 대담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다른 '서경식'의 책과 병행해 읽으며, 더욱 풍성하게 책과의 대화를 나누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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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이목 옮김, 돌베개, 2004)
책을 유난히 좋아했던 소년 ‘서경식’의 독서 이력서입니다. 에리히 케스트너, 루쉰, 프란츠 파농처럼 서경식 선생님의 책 여기저기 등장하는 이름이 포함되어 있어서, ‘서경식 글쓰기’의 자양분이 된 책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년 ‘서경식’의 삶과 (어쩌면 가장 '고향'이라고 느끼는) 교토의 풍경도 담겨 있습니다. 서경식 선생님은 1995년 이 책으로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을 받았고, 그랬기에 글쟁이로 인정받게 해준 책이라고도 합니다.
📝『고뇌의 원근법』(박소현 옮김, 돌베개, 2009)
(이번 레터에서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서경식 선생님은 자신의 두 번째 미술 에세이 『청춘의 사신』에서 미술은 “지하실의 창문” 같은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두 형이 한국의 감옥에서 고초를 겪고, 쉬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재일조선인으로 살며 막막함을 느낄 때, 숨통을 틔워준 것이 바로 미술 작품들이었기 때문이지요. 앞선 두 권의 미술 에세이(『나의 서양미술 순례』, 『청춘의 사신』)에서와는 달리 이 책에서는 미술 작품을 통해 ‘근대’와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을 풀어냈습니다. 고전적인 방식이 아닌, 자신의 삶과 위치를 투영해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서경식만의 ‘감상법’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시의 힘』(서은혜 옮김, 현암사, 2015)
청소년기에 자신이 쓴 시를 엮어 자비 출판했을 정도로 ‘시인’이 되길 바랐다고 서경식 선생님은 말합니다. 『시의 힘』은 문학 청년이었던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해서, 한국과 동아시아의 문학, 경계인의 언어로 뻗어나가는 책입니다. “서경식에게 진정한 시란 패배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쓰지 않을 수 없는 어떤 운명적인 정서, 길이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길도 보이지 않지만 그대로 갈 수밖에 없는 태도”라는 권성우 선생님의 추천사에서 엿볼 수 있듯이, 문학의 힘, 더 나아가 예술의 힘과 가치에 대해 역설하는 책입니다.
아래 세 권은 ‘예술’을 경유해 자신이 발 딛고 선 세계에 대해 논한 책입니다. '여행'이 아닌 ‘순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서경식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나’와 ‘우리’ 그리고 ‘타자’에 대해 도달하는 예술을 만나보세요.
👣『나의 조선미술 순례』(최재혁 옮김, 반비, 2014)
주로 ‘서양 미술’에 관해 써온 서경식 선생님이 이 책에서는 ‘조선 민족’ 미술가, ‘조선 미술’과의 만남에 대해 기록했습니다. 신윤복, 이쾌대를 비롯해 신경호, 정연두, 윤석남, 송현숙 등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의 조선 미술을 아우르는 이 순례는 결국 '예술'과 '우리'에 대해 묻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합니다. 재일조선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우리’라는 공동체 개념에 대해 통찰하며, 이 개념을 탈구축하려는 책입니다.
👣『나의 일본미술 순례 1』(최재혁 옮김, 연립서가, 2022)
한국의 근대는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습니다. 이는 미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경식 선생님은 이 책을 통해 ‘근대 일본’이라는 어두운 그림자 아래에서도 선한 계보를 이어가려고 애쓴 미술가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논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일본 근대 미술의 영향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던 자신의 미의식에 대해 묻습니다. 올해 2권 출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나의 인문 기행’ 시리즈(최재혁 옮김, 반비)
서경식 선생님이 이탈리아와 영국, 미국을 여행하며 만난 예술가와 예술 작품에 대해 썼습니다. 이 시리즈의 첫 책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은 “슈트케이스가 또 망가졌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첫 책을 쓸 때만 해도 30대 청년이었던 자신이 어느새 노신사가 되었음을 상기하지요. 서경식 선생님은 지나온 삶을 반추하고 나이 듦에 대해 사유합니다. 동시에 우경화되는 세계에 대한 염려를 표하며 끊임없이 미술관과 오페라극장을 오가며 ‘예술’과 ‘인문주의’의 역할에 대해 되묻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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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박광현 옮김, 창비, 2006)
앞서 말했듯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서 서경식 선생님은 늘 세계 각지로 흩어져 고초를 겪은 유대인에게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의 경험을 증언하는 『이것이 인간인가』 같은 작품을 써낸 프리모 레비를 자신의 글에서 자주 소개해왔지요. 언제나 우리에게 “바깥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레비는 서경식 선생님에게 ‘인간의 척도’ 같은 존재였다고 합니다. 이 책은 폭력의 목격자이자 시대의 증언자였던 레비의 삶과 죽음을 반추하는 여정이 담고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목 옮김, 돌베개, 2007)
서경식 선생님에게 20세기는 “제국주의와 식민지배가 지구상의 무수한 사람들을 그들이 본래 속해 있는 자기 공동체로부터 떼어낸 시대”(『난민과 국민 사이』, 141쪽)입니다. 이 책에는 그런 20세기를 증언하는 49인의 삶과 죽음이 쓰여 있습니다. 수틴이나 프리모 레비, 프란츠 파농, 윤이상처럼 ‘서경식’의 책을 꾸준히 읽어온 이들에게 익숙한 이름과 안중근, 윤동주, 박노해 같은 한국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이름들 사이에, ‘오기순’이라는 자신의 어머니의 이름을 포함시킵니다. 20세기를 살아낸 다양한 이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들을 역사의 목격자이자 증언자로 불러내는 책입니다.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형진의 옮김, 반비, 2012)
그 누구보다도 고통을 먼저 느끼고 위험을 알린 “탄광의 카나리아”와도 같은 존재 ‘재일조선인’에 대해, 세세하게 풀어서 쓴 책입니다. 일본의 젊은 세대와 주고받은 ‘재일조선인’에 관한 질문들을 묶었기 때문에, '인권'이나 '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도 쉬이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식민지배의 역사를 고스란히 살아낸 재일조선인 몇몇을 소개하기도 하는데요. 결국 이 책은 삶 자체로 역사의 증인이 된 이들의 생애사 쓰기를 통해, 타자에 대한 혐오가 높아지는 지금에 보내는 염려 섞인 편지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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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국민 사이』(이규수·임성모 옮김, 돌베개, 2006)
기행문 혹은 에세이 형식의 ‘자기 쓰기’를 통해 삶과 죽음, 사회에 대해 말해온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더 공적이고 정치적인 글쓰기를 통해 세계에 닿으려는 시도입니다. ‘난민’도 ‘국민’도 되지 못하는 재일조선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으로부터 출발해서, 일본과 한국의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분석합니다.
📌『언어의 감옥에서』(권혁태 옮김, 돌베개, 2011)
재일조선인으로 나고 자라며 자연스레 습득한 일본어는 서경식 선생님에게 ‘모어’였습니다. 피식민자로서 식민지배국인 일본의 언어를 ‘모어’로 사용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감옥”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서, 일본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민족주의, 우경화, 일본의 리버럴 세력 등을 파고듭니다. 이러한 정치적 글쓰기는 일본 사회를 지나쳐, 지금의 한국 사회에 귀속되어 있는 죄와 책임에까지 이릅니다.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한승동 옮김, 나무연필, 2017)
서경식 선생님은 평생을 ‘일본’에 대해 사유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는 쉬이 멈춰서도 안 될 것입니다.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식민주의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서경식 선생님은 일본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고찰하며, 보수화·우경화하는 지금의 세계를 분석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보편’과 ‘연대’, ‘평화’에 이르는 길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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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읽는다"는 것에 관하여
서경식 선생님의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 더 읽고 싶은 분, 이미 읽은 분들을 위한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나의 미국 인문 기행』을 번역한 최재혁 선생님, 위즈덤하우스 박태근 본부장님, 《릿터》의 박혜진 편집장님과 함께 폭력이 진부해지는 시대임에도 ‘서경식’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묻습니다. 우리의 ‘읽기’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궁금한 분들,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눠요.
📍일시: 2024년 2월 28일(수) 저녁 7시 30분
📍패널: 최재혁 × 박태근 × 박혜진
📍진행: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신청: 링크 👈 클릭! |
☃️ 삼행시 장인, 여기 모여라
2020년 9월 22일, 첫 책타래를 발행한 반비!
정규 레터만 예순네 통을 발행하며(번외편과 호외까지 합치면 여든 통이 넘어요.) 꾸준히 반비만의 책 지도를 그려왔는데요. 어느새 책타래 구독자 수가 5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이 기쁨을 나누고 책타래를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표하고자, 함께할 수 있는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많이 참여해주세요~😎
📍참여 방법?
'책타래'로 삼행시를 지어주세요. 총 3명을 선정해 반비의 책을 드립니다.
📍어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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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banbi@minumsa.com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1길 62 강남출판문화센터 6층 02-515-2000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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