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호수 정주 엮음, 강정지킴이 활동기록팀·강정평화네트워크 기획, 카카포, 2023
얼마 전 수라갯벌과 그곳을 지키는 활동가들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를 봤습니다. 영화는 다시 회복의 기미를 보이는 수라갯벌 위에 새만금신공항을 세우려는 계획을 다루며, 아직도 갯벌을 지키려는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영화를 보고 떠오른 것은 강정마을이었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6년 결국 미군기지가 세워졌지만 여전히 그곳에 남아 싸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돌들의 춤』에는 “매일 해군기지 앞에서 평화 백배를 하고, 미사를 드리고, 인간 띠 잇기를 이어”가는 이들이 담겨 있습니다. 들불X반비 책타래에서도 ‘희망의 몸짓’이라는 키워드로 소개되었는데요. 군사주의가 우리의 생태를 재편하고 파괴하는 와중에도 쉬이 절망하지 않고 어떻게 꾸준히 싸우며 연대할 수 있을지, 그 마음가짐을 배우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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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노티지, 고영범 옮김, 우연식 그래픽, 알마, 2020
언제나 완성도가 뛰어난 시리즈를 만나는 일은 독자로서 그리고 편집자로서 크나큰 즐거움입니다. 개개의 책마다 디자인과 편집이 어떻게 변주되었는지를, 그리고 그 안에서도 어떻게 통일감을 유지하는지를 따져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희곡과 그래픽을 작고 가벼운 크기의 책에 담아낸 ‘GD 시리즈’는, 희곡을 읽는 것만큼이나 희곡과 어울리는 그래픽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마에카와 도모히로의 『산책하는 침략자』, 닉 페인의 『별무리』 등 탁월한 작품이 많지만, 이번에 제가 고른 책은 린 노티지의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입니다. 신자유주의하에서 공장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희곡이라는데요. 제 책장 한 칸을 GD 시리즈로 천천히 채우고자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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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새커, 김태한 옮김, 필로소픽, 2022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괴담을 들은 날에는, 공포영화를 본 날에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겁이 많지만, 그런데도 계속해서 무서운 이야기를 찾게 됩니다. 친구들과 빈 교실에 숨어 괴담을 나누거나, 핼러윈데이에 공포영화 상영회를 여는 식으로요. ‘철학의 공포’라는 무시무시한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은 책 소개에서 밝히고 있듯이 “공포를 주제로 하는” 책은 아닙니다. 이성의 영역 밖에 있는 오컬트와 악마학, 신비주의를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책인데요. 이것들을 철학의 언어로 사유할 수 없다는 한계에 마주쳤을 때 나타나는 공포를 주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철학의 공포’라는 부제가 붙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토 준지의 『소용돌이』를 다루는 철학책이라니……. 어쩐지 책 소개를 읽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어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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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로웬하웁트 칭, 노고운 옮김, 현실문화, 2023
출간을 고대하던 책의 출간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점에 등록되기만 기다려 구매했어요. 애나 칭은 인간과 비인간의 이분법, 개발주의와 생태주의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다종민족지(multispecies ethnography) 같은 작업으로 우리 인식 체계의 대전환을 요청하는 문화인류학자입니다.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적 폐허에 무엇이 살아남는지 탐구해요. 히로시마 원폭 투하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폐허가 된 지역에 처음으로 등장한 생물이 송이버섯이었다고 하는데요. 책은 이 송이버섯을 중심으로 “일본의 미식가, 자본주의적 기업가, 다른 한편에서 라오스, 캄보디아의 정글 투사와 백인 참전 용사, 중국 위난성 소수민족의 염소 목동, 핀란드의 자연 가이드 등” 글로벌 가치 사슬의 일면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인간과 비인간의 이야기로 펼쳐냅니다. 쉽게 요약하기 어려운 이 책의 송이버섯 이야기를 통해 얼른 ‘불안전성’의 시대, 위기의 시대에 요구되는 역사 쓰기와 관점을 배우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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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이진희 옮김, 시공사, 2023
젊은 정치철학 연구자 한 분의 SNS를 자주 들여다보는데요, 관련 분야 논문 및 책에 대한 코멘트와 추천을 많이 올려주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이 책을 소개받을 수 있었어요. 이런 문장과 함께요. “감시와 처벌이 너무 어려우면 일단 이거부터 읽으세요!” 이걸 보고 거의 10년 전쯤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힘겹게 힘겹게 읽어나갔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지금은 책의 내용이 거의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요……. 그래서 이 책을 담아봤습니다. 푸코의 저작들을 다시 공부해보고 싶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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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 허스트베트, 신성림 옮김, 뮤진트리, 2012
알라딘 북펀드에 올라온 책들을 구경하다 미국에서 2021년에 출간된 시리 허스트베트의 신작을 알게 되었어요. 미국 뉴욕 문학계 ‘셀럽’이자 가족사 때문에 유명하기도 한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데, 편집자 소개 글을 읽고 마음이 동했어요. 글의 첫 두 문장을 옮겨볼게요. “발음도 쉽지 않은 시리 허스트베트라는 작가를 ‘발견’하고 작가의 여러 작품 중 굳이 미술 에세이 한 권을 처음 출간한 이후, 그녀의 소설과 에세이 들 대부분을 국내에 번역 출간했다. 나만큼 시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해 버텨온 시간이었다.” 영미에서만큼 인지도가 높지 않은 작가의 책을 꾸준히 작업해온 편집자의 마음이 담담하게 잘 느껴져요. 그래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허스트베트의 책 『사각형의 신비』도 장바구니에 담아봤어요. 조르조네와 고야부터 리히터까지 미술사에 기록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매우 독창적인 통찰력으로 읽어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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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세디비, 김혜림 옮김, 지와사랑, 2023
저자 줄리 세디비는 언어심리학자입니다. 어린 시절 잦은 이주를 하며 체코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를 거쳐온 다중언어 사용자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캐나다에 정착하고 그곳의 우세한 언어, 주류 언어인 영어를 배우고 사용하면서 모어인 체코어를 잊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사별하면서 체코어가 자신의 정체성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깨닫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시작하면서도, 사라져가는 소수언어의 문제라든가 ‘모국어를 재학습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는가?’, ‘이중언어 사용자의 자아는 분리되는가?’, ‘왜 배운 언어를 잊어버리는가?’와 같은 언어심리학적 질문들에 답하는 책이라고 해요. 작년 『리아의 나라』를 펴내면서, 또 이후에 민족/국가의 경계와 정체성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이와 관련된 언어의 문제에도 관심을 품게 되었는데요. 마침 이런 관심에 딱 맞게 응답해줄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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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딜런, 김정아 옮김, 카라칼, 2023
편집자들은 종종 ‘아, 이런 책을 만들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신간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최근에는 『에세이즘』이 그런 책이었어요. 인문사회 편집자이지만, 한국에서 교양서의 한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된 ‘에세이’에 관해서도 고민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책타래 #49에서 이런 이야기를 짧게 나누었어요.) 한편으로 저 역시 에세이 독자이며 제가 사랑하는 많은 작가들이 ‘에세이스트’로 분류되고 있기에, 늘 오해되거나 폄하의 대상이 되는 이 장르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도 계속 있었고요. 『에세이즘』은 제가 품고 있던 이런 질문과 고민 들을 총망라하는 책이리라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믿고 읽는 김정아 번역가께서 옮긴 책이라는 점에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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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클로스터만, 임경은 옮김, 온워드, 2023
제겐 가장 문화적으로 풍성했던 시기인 90년대를 청년으로서 거쳐온 X세대에 대한 질시가 있었습니다. 그들과 비교하면 제 세대는(또 저보다 어린 세대들은) 실패, 절망, 불안정으로 점철되고 문화적으로 새로운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청년기를 경험했으니까요. 한편 최근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십 대 후반, 이십 대 초반 나이의 사람들이 왕가위를 비롯한 홍콩영화들, 오아시스나 블러 같은 90년대 브릿팝을 열렬하게 향유하는 흐름이 그것이었는데요. 문화 콘텐츠의 생산자든 감상자든 과거를 소환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서도 지금 현재 ‘좋은 것’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90년대에 관한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이 어떤 참조점이 되어줄 수 있을까 하여 담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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