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밀스, 이승민 옮김, 정은문고, 2022
버지니아 울프와 레너드 울프, 스콧 피츠제럴드와 젤다 피츠제럴드 두 부부를 통해 돌봄이라는 복잡다단한 문제를 다룬 책입니다. 몇 년 전 출간을 고려하며 검토했다가 여러 이유로 포기했던 책인데, 한국어판이 출간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어요. 예전부터 버지니아와 레너드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돌보는 사람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고, 돌봄 받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주도권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 돌봄 받는 사람이 자율성이 중요한 예술가일 때, 또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그런 관계 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같은 질문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관계라고 생각했거든요. 번역본이 출간된 만큼,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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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경, 창비, 2023
‘북한’은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추상적인 대상으로 남아 있을 뿐, 실제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관해 우리가 잘 알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아요. 이 책은 그 삶들 중에서도 여성들, 북한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역동적인 삶을 복원해낸 책이라고 합니다. 북한이란 대상이 다분히 남성적이고 가부장적인 존재인 ‘국가’로만 인식되고, 남북한의 관계 역시 군사주의나 국가, 민족주의를 경유해서만 이야기되고 상상되기 때문에, 그런 주류 담론에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나게 해주는 책이 아닐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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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먼 크루코프스키, 정은주 옮김, 마티, 2023
원제는 Ways of Hearing, 존 버거의 저서 Ways of Seeing에서 따온 제목입니다. 한국어판 제목도 마찬가지로 같은 책의 한국어판 제목을 따왔어요.(『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의 책이 기존의 지배적인 미술사 담론에 반론을 제기하며 계급, 인종, 젠더 등의 관점을 통해 미술을 이야기하기를 요청한 책이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듣기』는 우리가 무언가를 듣는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시대(“스트리밍과 노이즈캔슬링 시대에”),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듣고 있는지, 또는 듣지 않고 있는지를 살피는 책입니다. 매체 변화에 따른 ‘보기’의 변화는 제법 많이 논의되었는데, 상대적으로 덜 이야기된 ‘듣기’의 문제를 말하고 있는 책이라 관심이 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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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그린 포스터, 김보영 옮김, 윤정원 감수, 동녘, 2021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로 4년이 지났지만 어떠한 권리 보장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임신중지와 관련된 논의들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임신중지와 관련된 정보는 여전히 제한적으로만 얻을 수 있는 상황이지요. 2021년에 나온 『턴어웨이』는 임신중지를 한 당사자나 임신중지를 시도했지만 거절당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입니다. 하루빨리 모두가 안전하게 재생산 건강을 보장받기를 바라며, ‘낙태죄’ 폐지 2주년 공동행동 <우리는 더 이상 비밀이고 싶지 않다 국가는 임신중지를 건강권으로 보장하라!>에서 울려 퍼진 선언문의 일부를 덧붙입니다. “우리의 임신중지는 더 이상 불법도, 비밀도 아니다. 임신중지는 모두에게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며,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기 위한 보건의료 환경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조건들을 바꿔나가는 것은 사회 전체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함께 바꿔나가기 위한 길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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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루이스, 성원 옮김, 서해문집, 2023
팬데믹 기간은 가족이란 구성체가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냈습니다. 가족 덕분에 제대로 된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었던 이가 있었던 반면, 가족 때문에 폭력적인 환경에서 잠시도 빠져나올 수 없었던 이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코로나 확진을 받고 멀리서나마 가족의 챙김을 받으며 격리 기간을 버틸 수 있었지만, 이는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걸 압니다. 가족은 제 선택으로 이뤄진 구성체가 아니라, 뽑기를 하듯이 무작위로 주어지는 환경에 가까울 뿐이니까요. 이처럼 가족이 있거나 가족이 없어서, 혹은 가족 때문에 누군가는 더 나은 삶을 살고 누군가는 더 취약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가족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장바구니에 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회가 맡아야 할 돌봄의 의무를 짊어진 가족이 사라진 뒤에도, 아니 가족 제도가 없기에 서로를 더 잘 돌볼 수 있는 세상이 온다니! 정말 이런 세상이 올 수 있을지 얼른 책을 펼쳐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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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클래스히스토리, 유강은 옮김, 오월의봄, 2023
올해 5월 1일에는 무얼 할 계획이신가요. 여유롭게 쉬는 분도 있는 반면, 노동절임에도 출근해 일하는 분들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도 이런저런 일자리를 전전하며 수년간 노동자로 일해왔지만, 매번 출근해서 일해야 했거든요. 난생 처음으로 출근하지 않는 노동절을 맞이하며, 올해는 집에서 『노동계급 세계사』를 읽어보려 합니다. 변혁을 꿈꾸며 저항했던 다양한 노동계급의 투쟁의 역사를 담은 책으로, “평범한 우리가 만든 역사”를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노동 개혁을 명분 삼아 노동자를 탄압하는 뉴스가 쏟아지는 이번 봄에는, 이 책을 읽으며 모든 노동자가 노동절에 편히 쉬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세상을 그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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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위즈덤하우스, 2023
'나이 듦'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풀어낸 책들을 종종 소개해왔는데요, 30대 중반이 되고 보니 일하는 1인 가구 여성으로서 어떻게 잘 나이 들 것인가 하는 문제가 조금씩 절실하게 다가와요. 지금의 저에게 가장 큰 과제는 나이 듦에 들러붙은 두려움에 멈춰 있는 생각과 몸을 움직이게 하는 일인데요.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저도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 듦도 아닌 ‘늙어감’이라고 말할 때, 어떤 우회나 낭만, 고정관념 없이 늙음, 노년에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겨요.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공동대표 김영옥의 글을 읽으면 공부와 글쓰기, 생활이 함께 가는 삶을 상상해보게 되는데요. 이 책에서는 농부, 주거복지 서비스 관리자, 요양보호사, 예술가, 환경운동연구가, 장애여성, 반빈곤운동 활동가, 트랜스젠더이자 퀴어 아카이빙 활동가, 생애구술사 작가 등 열한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고 하니, 늙어가는 삶을 다양한 층위에서 겪고 사유하는 현장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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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무어, 고유경 옮김, 을유문화사, 2023
온라인 서점 새로 나온 책 목록을 훑다가 표지가 독특해서 클릭했어요. 책 소개 페이지에 올라가 있는 소설 속 문장이나 이 소설에 대한 추천의 말도 인상적이지만, 40대에 접어든 독신 여성인 주디스 헌에 대한 몇 줄의 서술이 그 무엇보다 강렬해서 장바구니에 담았고요. 제게는 처음 들어보는 낯선 작가라는 문턱, 1955년에 발표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시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사게 한 것은, 이 책의 편집자가 썼을 책 소개 글에 밑줄을 여러 번 긋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마치 형벌을 받듯이 세상의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의 냉정하고도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주디스는 미워하기보다는 모른 척하고 싶은 인물이다. 친해지기에는 불편하고 방치하기에는 미안한, 그래서 그냥 없는 셈 치고 싶은 사람. 설득력 있게 구축된 주디스의 캐릭터는 소설 속 인물들은 물론 독자까지 딜레마에 빠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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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쇼버, 강경아 옮김, 나무연필, 2023
문화인류학자의 책, 또는 인류학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쓰인 책에 관심을 두고 있는 터라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에요. 오슬로대학교의 사회인류학 교수인 이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쇼버는 2007년부터 2년간 한국에 머물며 주한미군과 이들의 유흥지에 대한 현지조사를 진행했다고 해요. 한국 대중이 미국과 미군에 대해 갖는 태도에 의문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요. ‘한국인에게 미국은 오랜 동경의 대상이자 굳건한 ‘동맹국’인데도 왜 대중적인 반미 의식이 생겨났을까.’ ‘미군과 직접 대면하지 않은 사람들도 왜 미군을 부정적으로 인식할까.’ 미군과 한미관계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주제를, 외부인의 시선에서 문화기술지를 통해 탐구해낸다는 점이 이 책을 무척 궁금하게 만듭니다. 한국 현대사의 큰 사건들이 어떻게 다시 펼쳐질지 궁금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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