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타래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낮고 어두운 곳에 불씨를 심으며 길을 내는 ‘들불’의 모임장 구구입니다. 갑자기 등장해서 놀라셨나요? 저도 제가 평소 애정하던 반비 책타래에 글을 싣게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질 않는데요(!), 먼저 제게도 여러분에게도 놀라운 이 만남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리베카 솔닛은 환경, 인권 운동 등에 힘쓰고 있는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밀도 높은 저작을 다수 집필해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현재까지 출간된 작품의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전작주의자들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작가이기도 하죠. 저 역시 소문난 전작주의자로, 몇 차례 솔닛 전작 읽기에 도전했는데요. 그때마다 솔닛의 책은 여럿이 함께 읽어야겠단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왜일까요?
‘리베카 솔닛’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로 ‘기억’과 ‘걷기’를 꼽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솔닛은 두 키워드를 글 쓰는 방식에도 접목합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길을 찾기 위해 빵 부스러기를 떨어트려 놓았던 것처럼, 솔닛은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는 여러 갈래의 길에 각기 다른 기억들을 뿌려 놓아요. 독자는 솔닛이 뿌려 놓은 기억들을 따라가며 걷고, 또 걷습니다. 종종 헤매기도 하고 왔던 길을 돌아가 보기도 하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그 끝에 도착해 있죠.
중요한 건, 독자가 도달하는 ‘끝’이 늘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솔닛은 모두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보다 각자의 결론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길 원하는 작가예요. 우리가 동화를 읽으며 상상했을 빵 부스러기와 과자집의 모습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솔닛의 이야기는 독자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이끕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절망, 기쁨, 분노, 희망의 모습으로 또 하나의 기억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 이어지고, 여러 동심원을 이루게 되는데요. 이때 만들어진 개개인의 역사야말로 솔닛이 진정 도달하길 바라는 결론, ‘우리’라는 새로운 가능성이자 희망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솔닛의 책을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갈래의 목소리, 새로 시작되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의 장이 필요하다는 사실, 솔닛이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 속에서 함께 희망을 발견해 줄 동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래서 들불은 2023년의 장기 프로젝트로, ‘희망의 순환’이라는 타이틀로 리베카 솔닛 전작 읽기 모임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이에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반비 책타래에서 솔닛의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큐레이션하는 독서 가이드를 자처하게 됐고요.
제가 준비한 리베카 솔닛 가이드, 함께 걸을 준비가 되셨나요?🚶🚶♀️ 먼저 총 2회에 걸쳐 『야만의 꿈들』과 함께 읽으면 좋은 세 편의 작품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이 책들이 솔닛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좋은 동행이 되어주길 바라며, 오늘의 책타래를 시작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