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화, 은행나무, 2026
혼자 살기 시작한 초기에는 “아니 이렇게 좋은 삶이 있다니!”의 감격도, 주변의 걱정인지 오지랖인지에 대한 거추장스러움도 아주 크고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감정의 영역에 있던 그 시간들이 지나니 슬슬 현실적인 부분이 관심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쭉 혼자 살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무엇에 대비해야 할까. ‘역시 젊음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도 있지만, ‘그래서 나이 먹어서까지 혼자 사는 거 아니라니까~’에 순순히 지고 싶지 않은 반발심도 듭니다. 혼자의 삶을 비정상이나 과도기의 틀에 두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많이 된 것 같고, 식사 등 특정 카테고리와 관련된 책도 꽤 나온 것 같은데……. 그래도 어쩐지 아쉬웠던 차에, 삶의 전반을 꾸려나가는 방법에 대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 나와 반가웠어요. ‘나가며’의 제목대로, “설명이 필요 없는 혼자의 삶을 향하여” 읽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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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한겨레출판, 2026
혼자 살기 전까지는 거의 평생을 경기도민으로 살았습니다. 빨간 버스를 타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출퇴근은 왕복 4시간에, 길 위에서 보내는 긴 시간을 대비해 가방 속에 온갖 것을 다 챙겨 다니는……. 사실 경기도민이라는 존재는 좀 애매한 것 같아요. 비서울로 치자니 다른 지역에 비하면 서울의 장점을 훨씬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게다가 저는 탈경기도 하지 않기를 굳이 선택한 것이라 경기도민의 비애에 대해 말을 얹자니 좀 쑥스러웠어요. 그래서 책 소개의 [‘누칼협’과 억울함을 넘어]라는 문구가 반가웠습니다. 제가 익히 아는 경험과 감각을 통해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에 대하여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경기도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과연 어디까지 뻗어갈 것인가! 일단 표지가 너무 멋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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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연, 라이프앤페이지, 2026
저는 한 가지 물건을 오래 쓰길 좋아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새걸 사기 위해 검색과 실행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몹시 아깝고 귀찮기 때문입다. 마음 먹고 새 물건을 사야 할 때는 그것이 뭐든 신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그렇게 고른 것이니 자연히 오래 쓰고 싶어지고……의 무한 굴레에 빠지곤 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뭐든 일단 좀 고쳐서 쓰자는 주의가 되었네요. 하지만 동네마다 있던 전파사도 점점 줄어들고, 대형 가전이 아닌 이상은 제조업체에 AS를 맡기기도 뭣한 요즘. 이 책의 저자 모호연 선생님은 프로 수리인입니다. AS센터에서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나아요”라는 말을 듣고도 기어코 직접 고쳐서 쓰는 사람이라고 해요. 헐어버린 가방 끈을 바느질로 수선하는 정도는 예상 범위 안에 있었는데요, 부러진 안경과 도어락까지 직접 고친다니요? 이 책을 읽고 나면 고장난 게 어디 없나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될 것 같아요. 수리에 성공한 뒤 높아지는 효능감은 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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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소설학회, 푸른사상, 2026
반비에서 처음으로 소설을 출간합니다!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저자인 리단 작가의 장편소설 『도둑들』 출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11월 중하순경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장르문학의 색채가 묻어나면서도, 리단 작가의 글을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익히 알고 계실 유려하고 독특한 문장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빛나는 작품입니다. ‘편집자의 장바구니’가 오늘 레터의 주제이지만 조금이라도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 시놉시스를 짧게 붙여넣어보아요.
이츠키는 매년 오키나와로 향한다. 첫해 초여름의 도카시키섬, 이츠키는 호스텔의 공용냉장고에서 우연히 다른 이의 이온음료를 집어 마심으로써 그의 인생 첫 번째 ‘도둑 경험’을 한다. 이후 이츠키 스스로 ‘가져오기’라고 부르게 되는 이 도둑 경험은 그가 매년 섬으로 향해 치르는 의식이 된다. 세 번째 해, 이츠키는 몰래 숨어들어 탄 배의 옆자리에서 ‘도둑 선생’ 리와 마주친다. 자신을 대만인이라 소개하는 리와 이츠키는 영어와 일본어를 뒤섞은 언어로 의사소통하면서 서로의 기술을 전수하고 함께 훔치고 내기를 하며 섬을 쏘다닌다. 리와 함께한 며칠의 시간 속에서 이츠키는 동류를 만나고, 자기 자신을 만나고, 자기 자신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만난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도둑들』을 더 잘 소개하기 위해 요사이 한국문학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올해의 문제소설』은 매년 한국현대소설학회에서 전년도 발표된 단편소설 중 ‘문제작’을 가려 뽑아 엮어내는 앤솔러지입니다. 동시대 한국소설의 지형을 톺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이런 선집들이 여럿 있는데, “문제소설”이라는 표현에 꽂혀 책장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수록된 작품 중 이미상 작가의 「일일야성」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기에 다른 작품들도 기대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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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혜원, 교육공동체벗, 2026
연혜원 선생님이 트위터에 올린 책 소개를 보자마자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하거나 아주 제한적으로만 재현되는 공업고(특성화고) 남성 청소년들의 현실을 꼼꼼히 담아낸 책이라고 해요. 최근 특성화고에서 현장연구를 하고 있는 한 인류학자 선생님으로부터 한국 청소년들의 남성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말해지기 어렵고, 또 덜 말해지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학교는 남성 노동자를 어떻게 길러 내는가”라는 부제를 보고 또 하나 생각났던 것은 폴 윌리스의 『학교와 계급재생산』이었어요. Learning to Labour라는 원제를 가진 이 책은 영국 산업도시 해머타운의 노동계급 자녀들을 통해 저항적 문화가 어떻게 계급구조를 재생산하게 되는지를 다룬 책인데요. 『공업고 소년들』와 함께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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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코시 마사유키, 진효아 옮김, 누항, 2026
오키나와 양키 청년들의 삶을 참여관찰한 연구를 토대로 쓰인 책이에요.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삼은 『도둑들』을 만들고 있다 보니 오키나와라는 복잡한 역사와 정체성을 가진 섬에 자연스레 이끌리던 와중이었는데요. 신간을 살피다가 다음과 같은 책 소개의 한 대목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는 폭주족의 아지트를 드나들고 형틀 해체 현장에서 함께 일했으며, 심야의 국도 58호에서 그들의 뒤를 따라 달렸다. 멀찍이 떨어져 관찰하는 연구자로 머물지 않고 그들의 ‘따까리’가 되어 일상과 노동, 관계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저자는 심부름을 도맡으며 실수하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줄곧 곁을 지켰고, 함께 먹고 마시고 일하며 서서히 신뢰를 쌓아 갔다.” 주변부에 위치한 청년들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업고 소년들』과도 맞닿아 있는 책인 듯하여, 함께 읽어보고자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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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혜원, 교육공동체벗, 2026
저도 출간 소식을 보자마자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에요. 저자 연혜원 선생님은 학력·학벌·능력에 따른 차별에 반대하는 단체 ‘투명가방끈’의 활동가이기도 한데요. 어떻게 투명가방끈 활동가가 되었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관한 “가장 긴 답이고, 10년을 들여 쓴 답”이라고 SNS에서 이 책을 소개하고 있어요. 언제나 교실 안의 남성성에 관한 논의는 제한적이기 마련이고, 논해진다고 해도 ‘문제’라 여겨지는 일부 이슈에만 아주 기초적인 사후 처방만 뒤늦게 따르기 마련인데요. 희정 선생님의 추천사처럼 “연민이 아니라 책임을 말하는 이 책을. 그들을 통계의 자리가 아닌 (정치적) 언어의 자리에 세우려는 이 책”을 읽으며, 연구와 활동이 병행되는 글쓰기의 힘을 느껴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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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호, 이매진, 2012
《한편 21호: 소년》에서 무척 인상 깊은 글은 ‘익명’이라는 키워드로 올림픽공원 봉쇄 시위 참여자들을 읽은 「소년의 빈 얼굴」이었어요. ‘극우’라는 공백을 채우려는 바깥의 시도는 “이미 준비되어 있던 명명과 속성화의 재생산”이라는 도입부에서부터 이마를 탁 치며, ‘맞다, 맞다!’ 하고 읽은 글이었는데요. “전설의 디씨 연구자가 지금은 고도의 추상적 이론세계를 노닐고 있어 범접하기 어렵다는 세간의 풍문을 듣고 우리는 찾아갔다”는 묘사에, 무엇보다도 “편집노동의 즐거움을 느꼈다”는 편집 후기를 읽고, 이 인류학자의 책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2012년 한창 디시인사이드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발하던 시절 나온 『우리는 디씨』는 그곳에서 오가는 날것의 목소리를 기록한 민속지입니다. 인류학적 관점으로 사이버스페이스를 분석하는 이 책을 통해 여전히 정치적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터넷에 관한 또 다른 통찰을 얻고자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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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빈 외, 작업실유령, 2018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보고 왔어요. 실은 홍진훤 작가의 작품만 후다닥 보고 왔습니다. 투박한 집회 영상들, 투쟁에 관한 말들에 몰입해 있다가 전시장 바깥으로 나왔더니 세련된 미술관 공간이 너무나도 가짜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나요. 아무튼 전시를 보고 예술과 혁명에 관한 글들을 더 읽어보고 싶어서 ‘1968년 5월’(한국에서는 ‘68 혁명’이라 불리는 사건이 있었던)을 다각도로 다룬 이 간행물을 담아보았어요. 탈식민화 운동, 여성 해방 운동, 홍콩 급진 정치의 역사, 혁명과 예술을 작품 속에 그려낸 영화감독 등 다양한 글 중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은 일본의 좌파 영화감독 아다치 마사오가 쓴 「고다르가 결코 쓰지 못한 증언」입니다. 아다치 마사오와 장뤽 고다르 두 감독 모두 실제로 팔레스타인 땅에 찾아가 해방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경험을 지녔고, 그것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아다치 마사오는 과연 고다르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요? (90×125밀리미터의 “작은 판형은1968년 당시 중국 문화 혁명과 파리 학생 운동에서 모두 주요 물신으로 등장했던 ‘작은 붉은 책’, 마오쩌둥 어록에서 전유”한 디자인이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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