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5
새 책을 내보낸 뒤에는 리뷰 사냥꾼이 되어 매일같이 온라인 세상을 헤맵니다. 리뷰를 게걸스럽게 탐독한 뒤에는 그 책의 독자는 또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도 슬슬 살펴보는데요, 디디에 에리봉의 이 신작은 『그저 하루치의 낙담』과 함께 유독 자주 보이던 책입니다. 출간 시기가 비슷해 그랬을 수도 있지만, 편집자 K님의 추천 영상에서, 장일호 기자님의 카페꼼마 큐레이션에서, 그리고 《경향신문》 플랫의 리뷰에서 함께 소개된 것을 연달아 보았을 때는 어쩐지 이 책을 반드시 지금 읽으라고 우주가 신호를 보내는 것만 같았어요. “할 수 있는 한 머릿속에서 가족을 지우며 과거를 없애는 데 열중 ”한 프랑스의 사회학자와, 어린 시절 학교에서 폐품을 수집하는 날이면 “하얀 비닐봉지가 터지도록 신문 더미를 가져오는 아이들에 대한 부러움으로 입이 부루퉁하고 나와 있던 ” 한국의 기자, 이 두 계급탈주자의 이야기는 반드시 맞닿는 부분이 있으리라는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디디에 에리봉 선생님이 한국에 온다면 박선영 작가와 대담을 하는 망상을 진행중인데요, 혹시 관계자께서 이 레터를 보고 계신다면…… 언제든 연락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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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문학동네, 2026
저는 요새 잼얘를 향한 탐욕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느 때처럼 『그저 하루치의 낙담』 리뷰를 찾아다니다 채널수북 채널로 흘러들어간 어느 날, 1월의 책 소개 영상에서 안평 님이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을 추천해주신 걸 보았어요.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분량 때문에 엄두가 안 나서 섣불리 시작을 못하던 책이었는데 안평님의 영업에 제대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쉬엄쉬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644쪽을 5일 만에 다 읽었지 뭐예요! 너무 재밌었다!! 왜 이제야 읽었을까!!! 사람들아 어째서 내 손에 강제로 쥐여주지 않은 것이야!!!! 그래서 다음 잼얘로는 역시 채널수북 선생님들이 추천해주신 『이야기를 들려줘요』를 읽어보겠다고 결심했어요. 제목도 어쩌면 “이야기를 들려줘요 ”일까요? (TMI: 안평 님의 『그저 하루치의 낙담』 추천을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어서 영상으로 고고고 추천드립니다. 증정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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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영 지음, 동녘, 2026
2025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최은미 작가의 「김춘영」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님이라 기쁘고도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보았어요. '지역과 여성의 기억' 아카이브 연구팀에 속한 '박정윤'이 탄광촌 여성 생애사 작업을 위해 지역민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큰 뼈대인데요, 구술자 ‘김춘영’이 광부도 그 가족도 아닌 탄광촌의 술집 주인이었다는 데서 작은 놀라움이 있었어요. 모종의 이력과 팩트의 조합에서 연상되는 전형성에 눌리지 않겠다는, 어떤 편견도 개입시키지 않고 당사자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겠다는 작가 자신의 다짐처럼도 읽혔는데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박정윤이 그려낸 소설 속 세계의 다른 조각도 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광산, 폐광, 폐광 이후의 이야기를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되살려낸 『쇳돌』의 출간이 반가웠어요. 물론 이 책은 소설이 아니지만, ‘누군가의 삶을 은유 속에 가둘 수 없다’는 마음으로 ‘노동자의 입과 노동자의 말을 따라간’ 이라영 작가의 마음도 박정윤과 아주 멀리 있지는 않으리라는 짐작을 해보았습니다. 담아놓고 보니 앞서 이야기한 두 책과 한 손씩을 잡고 있는 듯한 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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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포튼 지음, 박현선 옮김, 이후, 2007
여러분은 책을 어떻게 구입하시나요? 저는 급히 봐야 하는 책은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하고, 그렇지 않은 책들은 보관함에 넣어두었다가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을 하곤 하는데요. 그러다보면 구입하려던 이유가 가물가물해지는 책들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 책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영화’와 ‘아나키스트’라…… 저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그러고 보니 「아나키스트」라는 한국 영화도 있었네요. 박찬욱 감독이 각본에 참여했다는 건 지금 알았어요……) 분명 제가 본 영화 중에 아나키스트 캐릭터가 훨씬 많을 텐데 잘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그만큼 아나키즘에 무지하다는 뜻이겠죠. 어쩌면 이 책은 저 같은 이들을 위한 영화 비평서예요. 영화 속에서 “역사의 실패자 혹은 폭력의 사도로 전형화된” 아나키즘을 살펴보며 “영화 제작 집단들이 어떻게 아나키즘의 투쟁을 찬양하고 조롱하였는가”를 따져본다고 합니다. 부끄럽지만 저 역시도 아나키스트를 어쩐지 폭력적이고, 현실 물정을 모르는, 유도리 없는 이미지로만 그려왔어요. 그런 인식을 깨고 아나키즘이 “권력, 폭력, 권위 같은 강한 것들을 거부”하며 “강한 것들로부터 버림받은 약한 이들을 보듬”는 실천이라는 것을 자립지지공동체의 김미령 대표의 인터뷰를 읽고 나서 알게 되었는데요. 아나키즘에 대해 더 알아가는 한편 이들을 재현하는 방식에 관한 날카로운 비평의 언어를 얻을 수 있기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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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리샤 J. 윌리엄스 지음, 박성호 옮김, 징검돌, 2026
북펀드 페이지를 살펴보다가 ‘퍼트리샤 윌리엄스’라는 낯익은 이름에 냉큼 클릭했습니다. 퍼트리샤 윌리엄스는 반비의 책 『의존을 배우다』에서 언급된 적이 있어요. 『의존을 배우다』의 저자 에바 키테이는 그간 “객관적 진실”을 중시해온 철학의 계보에 반해 개인적인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는 철학을 쓰겠다고 선언하며, 개인적·자전적 글쓰기를 했지만 지식의 틀거리를 확장시킨 여러 학자의 사례를 빌려옵니다. 패트리샤 윌리엄스는 그중 한 명으로 법학자로서 “인종의 렌즈를 통해” 재산법을 다시금 검토합니다. 흑인으로서 ‘재산’이었던 자신의 조상들 이야기를 꺼내면서요. 다시 『검은 다리의 기적』으로 돌아가서, 북펀드 페이지의 ‘옮긴이의 말’을 읽다가 존 우드의 다리 소송이 궁금해져 찾아보았는데요. 존 우드는 사고로 절단한 다리를 바비큐 그릴에 넣어두고 잊고 말았는데요.(분량상 생략하지만 아주 마음 아프고 복잡한 사연이 있습니다.) 훗날 이 바베큐 그릴은 경매로 한 사업가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그릴 속에서 다리를 발견한 사업가는 ‘다리’로 돈을 벌어보고자 그릴을 유료 전시하고 온갖 굿즈(……)를 만들어 판매해요. 이 소식은 존 우드에게까지 알려지고, 우드는 다리를 되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업가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되었다고 해요. 몸을 재산으로 취급한 노예제부터 존 우드의 다리 소송에 이르기까지, 퍼트리샤 윌리엄스는 몸이 “소모품과 상품으로 간주되는” 이들을 법이 어떻게 옭아매고 있는지 “법, 인종, 젠더, 계급의 렌즈”로 들여다본다고 하는데요. 몸은 상품이 아니다. 너무나 타당한 명제 같지만 현실도 그럴까요? 당장 떠오르는 몇몇 얼굴들을 그리며 읽어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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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980 사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1980년 강원도 사북의 탄광에서 임금 인상과 어용 노조 지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광산 노동자들이 항의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또 고문당했고, 몇몇은 사망하면서 지역 전체에 큰 상처로 남는 일이 되었더라고요. 감독은 사북 출신의 지인을 좇아 피해와 가해라는 이분법으로는 정의 내릴 수 없는 역사에 귀 기울입니다. 이 영화가 개봉하고 몇 달 뒤 『쇳돌』이 나온다는 소식에 반갑게 장바구니에 담았답니다.(만두 님과 같은 책이에요!) 문득 광산업과 이를 둘러싼 삶을 지금 다시 소환한다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봐요. 산업 전환 앞에서 일자리를 잃은(잃을) 수많은 노동자들, 거주지를 옮기며 떠도는 이주민들, 언제나 그 존재가 가려진 여성과 소수자들…… 그리고 화석연료 업계에서 일하며 기후위기를 맞닥뜨린 사람들까지도요. 책에 담아낸 목소리가 지금 나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구체적으로 보듬게 돕는 샛길이 되지 않을까, 섣불리 생각해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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